공수처 “지귀연·심우정 사건, 내란특검이 맡는다” 수사 이첩 결정 사진=2025 06.26 mbc 영상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공수처 “지귀연·심우정 사건, 내란특검이 맡는다” 수사 이첩 결정 사진=2025 06.26 mbc 영상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정석헌기자] 2020년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역사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검찰의 독점적 기소권과 수사권에 대한 구조적 견제를 위해 도입된 이 기구는 당시 수사·기소권 분리의 상징이자, 검찰개혁의 제도적 결실로 기대받았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3년 동안 공수처는 그 제도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025년 7월 14일 발표한 「윤석열정부 3년 검찰⁺보고서 종합판」에서 이를 ‘의도된 침묵의 제도 실패’로 규정했다.

김혜경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공수처의 기능 분석’에서 공수처의 침묵을 “정권의 조직적 방해와 설계된 무력화의 결과”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공수처는 조직 구성부터 검사 임명까지 반복적인 지연과 인사 개입에 시달렸고, 출범 초기부터 수사권과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고위공직자 비리를 직접 다루는 제도적 역량은 사실상 봉쇄되었고, 검찰 견제라는 설립 목적은 실현되지 못했다.

보고서는 공수처 무력화의 시작점을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로 지목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공수처 폐지론이 제기되었고, 법무부는 조직축소와 예산 감축을 거론하며 공수처의 기능 약화를 시도했다. 이후 대통령실과 여당은 공수처 검사 인사에 대한 거부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며, 필수 인력의 임명을 장기간 지연시켰다. 공수처장 공백 사태는 2024년 상반기까지 이어졌고, 검사 인원 23명 중 절반 이상이 공석으로 방치되었다.

이 같은 인사 마비는 공수처의 수사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켰다. 공수처는 검사 수 부족으로 인해 주요 고발 사건을 수사개시조차 하지 못했고, 고위공직자 범죄 가운데 중대 사안은 검찰로 이관하거나 수사를 종결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보고서는 이 상황을 “무기력한 침묵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설계된 침묵”이라 표현한다. 견제기구의 침묵은 독립적 선택이 아니라, 통제된 실패였다는 진단이다.

대표적 사례는 ‘채상병 사건’이다. 2023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경호처가 계엄령 선포 직전 채상병을 비인권적으로 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은 공수처의 직접 관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공수처는 관련 자료 요청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 가족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 사건을 공수처 무력화의 상징적 사례로 규정하며,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의 ‘부작위’가 어떤 방식으로 권력의 방패가 되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공수처의 또 다른 실패는 ‘정보 접근권의 부재’였다. 공수처는 독자적인 정보수집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고, 수사정보 대부분을 검찰 또는 경찰로부터 이관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시기 경찰청은 공수처에 대한 정보제공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축소했고, 검찰은 일부 사건의 경우 이첩 자체를 거부했다. 공수처는 수사 착수 이전에 정보 접근조차 막힌 구조였고, 이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장받고 있더라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보고서는 공수처가 기능 부재 상태에 놓인 사이, 검찰은 다시 수사와 기소를 독점했고, 공직사회에 대한 감시는 유예되었다고 분석한다. 이는 권력기관 견제 체계가 허물어졌다는 의미이며,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균형이 일방적으로 붕괴된 구조를 상징한다. 김혜경 변호사는 “공수처의 실패는 설계의 실패가 아니라, 작동을 가로막은 권력의 방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공수처의 제도적 불안정성도 한계 요인으로 지적된다. 조직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지나치게 광범위했고, 이로 인해 실제 수사착수에 있어 정치적 부담이 과도했다. 또한 검찰과 경찰로부터의 수사 이첩 구조는 명확하지 않았고, 공수처 내부의 전문 인력 부족,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구조 역시 누적된 문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보다도 윤석열정부가 공수처를 ‘사실상 사문화’시키려 한 정치적 의도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2025년 현재, 공수처는 조직의 존재는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 권한과 기능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공수처장을 공석 상태로 방치한 채 검찰권을 독점했고, 그 결과 시민사회는 다시 ‘검찰공화국’으로 회귀한 형국을 목도해야 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공수처의 정상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가 추진되고 있지만, 제도적 설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정치적 독립성과 시민사회의 제도 감시 역량이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공수처 기능 회복과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공수처장 추천 구조 개선, △검사 임명 시 정치적 개입 배제, △독립된 수사정보 수집 체계 마련, △검찰·경찰 간 이첩 구조 명문화, △수사범위 조정 및 우선 관할 명확화, △시민감시위원회 설치 등이 주요 제안이다.

이재명정부는 공수처 개편을 ‘검찰개혁 2단계’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단지 공수처 존속 여부를 넘어서, 고위공직자 비리를 누가, 어떻게 감시하고 수사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재설계가 논의되고 있다. 공수처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기관 간의 수평적 견제뿐 아니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법감시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한다.

검찰을 견제할 기구가 침묵하는 동안, 권력은 침묵을 지배의 수단으로 삼았다. 공수처의 실패는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감시시스템이 붕괴된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제 시민은 이 침묵을 끝내기 위한 목소리를 다시 내야 한다. 공수처는 폐지가 아니라, 개편을 통해 되살려야 할 제도다.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권력, 그것이 민주공화국의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