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박준식기자]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이하 온플법)을 둘러싼 격렬한 저항은 단순한 법률 조항 하나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다. 구글, 애플, 쿠팡 등 플랫폼 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기업들이 지금껏 유지해온 독점적 수익 모델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반발이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명분 아래, 이들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보여온 행태는 과연 정당한 시장 경쟁의 결과인가, 혹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결과인가. 그 구체적 작동방식을 분석해야 온플법의 타당성과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과 2023년,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 원과 2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자체 앱마켓(Google Play)을 통해 모든 앱 개발자에게 30%에 달하는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외부 결제 시스템을 차단하는 구조를 고수해 왔다. 애플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자사 결제 시스템만을 강제하며 수익을 확보해 왔다. 두 기업 모두 “이용자 안전과 결제 안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앱 생태계 전체의 수익을 자사에 집중시키는 구조였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이들 기업의 수익 구조를 정면으로 규제하기 시작했고,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유럽 시장에서 수수료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수년째 소송으로 버티거나, 구조적 조정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온플법이 이러한 구조에 사전적 제재를 가능하게 만들 경우, 그동안의 ‘유예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쿠팡 역시 온플법 적용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쿠팡은 오픈마켓이자 직매입 유통을 병행하는 구조에서 알고리즘을 자사 직매입 상품에 유리하도록 설계하고, 입점 업체들에는 불리한 노출과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는 의혹을 반복적으로 받아 왔다. 특히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쿠팡이 협력업체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변경을 통보하고, 내부 데이터 활용을 통해 경쟁 상품의 가격을 사전에 조정하는 등의 ‘사실상 내부 경쟁 차단’ 행위를 했다는 자료가 제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는 구글, 애플, 쿠팡이 단순한 기술기업이 아니라 '인프라 독점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용자는 해당 플랫폼을 벗어나기 어렵고, 입점 사업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시스템과 수요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 구조에서 수수료와 알고리즘, 입점 조건은 곧 시장의 생사여탈권이 된다. 결국 플랫폼이 ‘시장 자체’가 되는 구조에서, 공정 경쟁은 시스템 차원에서 봉쇄될 수 있다.
온플법은 이러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입법이다. 사전 지정 제도를 통해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명시하고, 그들이 취해야 할 투명성과 공정성 기준을 법적으로 설정한다. 이 규제가 특정 기업만을 겨냥한 것이 아님은 명확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실제로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 내에서의 배차 조정, 수수료 변경 문제로 과거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온플법이 겨냥하는 것은 특정 국적이 아니라 플랫폼의 독점 구조 그 자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애플, 쿠팡 등은 반복적으로 ‘과도한 규제’라는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고, 일부 국내 경제단체도 “시장 자율성 침해”라는 논리를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은, 사실상 ‘기득권 유지’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정당한 경쟁 없이 지배적 수익 구조를 유지해온 기업들이, 법적 감독과 조정이 시작되자 스스로 ‘불법면허’를 요구하는 셈이다.
한국은 이러한 목소리에 대응할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첫째, 규제 대상 기준은 ‘시장지배력’, ‘이용자 수’, ‘매출 규모’ 등 객관적 지표에 기반해야 한다. 둘째, 규제 절차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대상 기업이 자율적으로 개선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구조도 보장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취한 행태와 자국 시장에서의 대응을 비교해 이중적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온플법을 두려워하는 기업은 결국, 독점 구조를 유지할 자신이 없는 기업이다. 반대로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플랫폼이라면, 온플법은 위협이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지배력이 없거나 남용하지 않는 기업은 규제 대상이 되지 않으며, 명확한 규제가 오히려 투자와 신뢰를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경쟁은 플랫폼 산업의 성장 동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한국 정부는 지금, 법적 명분과 경제적 원칙을 동시에 세워야 할 때에 서 있다. 온플법은 시장을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 플랫폼을 ‘시장답게’ 만드는 법이다. 구글, 애플, 쿠팡이 이 법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법이 통과된다면 더 이상 ‘알고리즘 속의 불투명한 이익’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부 압력에 흔들리는 온정이 아니라, 시장의 원칙을 지키는 결단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