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원의 기적"…한 청년의 소비쿠폰이 만든 아이스커피 100잔의 선순환
선한 마음이 기업과 지역사회를 움직였다…소비쿠폰, 단순 소비를 넘어 나눔의 문화로
[KtN 신미희기자]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한 청년의 고민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선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심은 지역사회와 기업, 시민의 선한 영향력을 엮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됐다.
지난 7월 말, 강원 춘천에 사는 33세 유오균 씨는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18만 원을 받았다. 누군가는 치킨을 시켰고, 누군가는 마트에서 장을 봤지만, 유 씨는 "무더위에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가 선택한 소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100잔 기부’. 하지만 18만원으로는 50잔 남짓이 한계였다. 그때 지인인 이디야커피 강원도청점 점주 김나경 씨가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김 씨는 금액을 보태 100잔을 만들었고, 춘천 하이테크타워점은 얼음을 지원했다. 선한 의지가 주변으로 번진 순간이었다.
7월 26일, 유 씨는 춘천소방서와 119안전센터, 파출소를 직접 돌며 감사의 커피를 전했다. SNS를 통해 소식이 퍼지자, 이디야커피 본사도 감동했다. 이들은 유 씨에게 10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김나경 점주에게는 매장 지원을 약속했다. 두 사람 모두 사양했지만, “선한 영향력의 확산을 위해”라는 말 앞에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감동은 계속됐다. 유 씨는 “100만원을 혼자 받기엔 부담스럽다”며, 최근 화재 사고로 어려움을 겪은 가평 소방서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디야커피는 이에 응답해 가평 소방서와 접촉 중이다. 김나경 점주는 받은 지원을 고객들과 나누겠다며 사은품을 준비 중이다. 선한 소비는 나눔의 소비로, 다시 공동체의 소비로 번지고 있다.
민생쿠폰, ‘먹고 마시는 소비’ 넘어 ‘의미 있는 소비’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전체 민생회복 소비쿠폰(5조7천억 원 중 2조6천억 원 사용)의 56%는 음식점과 마트·식료품 등 ‘먹는 데’ 쓰였다. 하지만 그 안에도 작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 소비가 있다.
거창의 한 주민은 쿠폰으로 생필품을 사서 공유냉장고에 익명 기부했고, 울산 울주군에선 소상공인이 생필품 기부에 동참했다. 서울에선 소비쿠폰을 기부해 참전용사를 지원한 사례도 있다. 소비는 단순한 개인의 만족을 넘어서, 공동체를 위한 선택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기업과 지자체, 지역사회의 유기적 협력을 끌어낸다. 실제로 중랑구는 지역상품권을 추가 발행해 12억 원 규모의 소비를 이끌었고, 안경점·패션업종의 매출이 각각 57%, 28% 상승하며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도 보고됐다.
작지만 강력한 선택이 만든 선순환
유 씨의 이야기는 소비의 본질을 되묻는다. “내가 가진 이 18만 원,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까?”
그 물음은 '선한 소비'로 향했고, 결국 기업의 반응, 지역사회의 연대, 다른 지역으로의 기부로 이어졌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진 조약돌이 점점 퍼져나가는 것처럼.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순한 경기 부양 수단이 아니다. 개인이 선택한 소비 하나가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따뜻한 사회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유 씨처럼, 나의 소비가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면—이 여름, 우리는 모두 ‘선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