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랑밭 줄고 차밭 늘어… 대만 농촌에 부는 ‘녹색 회귀’ 바람

대만의 차밭 / 사진=ⓒ 원근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대만의 차밭 / 사진=ⓒ 원근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대만 난터우현의 한 마을 언덕.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빈랑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경사면에 이제는 줄을 맞춰 심은 어린 차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초록빛 잎 사이로 볏짚 덮개가 햇빛을 반사하며 은은하게 빛난다.

대만 정부가 빈랑 재배 억제 정책과 함께 차 재배 전환 보조금을 확대 시행한 지 8년. 공중보건·환경 보전을 이유로 시작된 정책이 농촌 풍경을 바꾸고 있다.

빈랑에서 차로… 보조금이 만든 전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빈랑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장기간 섭취 시 구강암·식도암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고, 치아와 잇몸 손상, 심혈관계 부담까지 보고됐다. 농업 현장에선 빈랑의 얕은 뿌리로 인한 토양 유실과 산사태 위험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대만 정부는 2017년 차나무 전환 농가에 대해 최고 수준의 전환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묘목 지원, 품종·재배 상담, 가공 교육까지 포함된 ‘원스톱 지원’이었다.

농림청에 따르면 빈랑 재배 면적은 2000년 5만 헥타르에서 2020년 약 3만 2천 헥타르로 36% 줄었다. 판매점 수도 절반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차 재배 면적은 완만하지만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빈랑 가게임을 알리는 빈랑 나무 모양의 부채꼴 조명. 운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시각적으로 강렬한 조명 연출 / 사진=ⓒ 원근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빈랑 가게임을 알리는 빈랑 나무 모양의 부채꼴 조명. 운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시각적으로 강렬한 조명 연출 / 사진=ⓒ 원근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환경 회복과 브랜드 재건

차로의 전환은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뿌리가 깊은 차나무가 경사면을 잡아주면서 집중호우 시 토사 유출이 줄고, 하천 범람 위험도 완화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지역 경제에도 변화가 있다. 전환 농가들은 과거 지역 특산이었던 우롱·홍차 품종을 다시 심거나, 고품질 신품종을 도입해 프리미엄 시장을 노린다. 일부 마을은 ‘전통 차 복원지’라는 간판을 내걸고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농가 직거래·체험형 관광이 결합된 지역 브랜드 마케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것이다.

“단기 수익 줄어도 길게 보면 이득”

그러나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차나무는 첫 수확까지 최소 3년, 품질이 안정돼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5년 이상 걸린다. 그 기간 동안 농가는 버텨야 한다.

농업 전문가들은 전환 보조금과 지역 브랜드 전략이 맞물릴 때, 대만 저지대 차 산업이 다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내수 프리미엄 중심의 고산 차 시장과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