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HUNTR/X. 사진=빌보드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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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신미희기자]2025년 9월 마지막 주 빌보드 Hot 100 정상에 오른 곡은 ‘Golden’이다. 곡의 주인공은 EJAE, Audrey Nuna, REI AMI이지만, 세 보컬의 이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HUNTR/X였다. 제작 크루 HUNTR/X는 ‘Golden’을 포함해 ‘How It’s Done’, ‘What It Sounds Like’, ‘Takedown’까지 네 곡을 차트에 올렸다.

이번 주 상위권에는 또 다른 제작 크루 Saja Boys가 ‘Soda Pop’과 ‘Your Idol’을 나란히 진입시켰다. 빌보드 Hot 100이 개인 아티스트의 무대에서 집단 창작의 전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제작자 크레딧이 뒷면에서 전면으로 이동했고, 로고는 이제 브랜드처럼 소비된다.

HUNTR/X와 Saja Boys, 크루 이름이 차트의 얼굴이 되다

과거 빌보드 차트는 보컬 스타가 전부였다. 프로듀서 이름은 뒷장 크레딧에만 기록됐다. 2025년 빌보드 차트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HUNTR/X와 Saja Boys는 개별 보컬보다 앞선 위치에서 곡을 대표한다. 팬덤은 곡을 들으며 “이건 HUNTR/X 사운드다”, “이건 Saja Boys 스타일이다”라고 반응한다. 제작 크루의 이름은 레이블 로고처럼 소비자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

제작 크루가 만들어내는 속도의 경제학

HUNTR/X와 Saja Boys가 전면에 나서는 이유는 제작 속도와 효율성 때문이다. EJAE, Audrey Nuna, REI AMI 같은 보컬리스트가 단독으로 음반을 제작하면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크루 단위로 작업하면 한 달에 여러 곡을 공급할 수 있다. 비트메이킹, 보컬 프로듀싱, 비주얼 디자인, 마케팅이 분업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Saja Boys는 Andrew Choi, Neckwav, Danny Chung, Kevin Woo, samUIL Lee 다섯 명이 각각의 역할을 맡아 동시에 작업을 진행한다. 그 결과 ‘Soda Pop’과 ‘Your Idol’은 같은 주에 Top10에 나란히 올라섰다. 크루 단위 협업은 플레이리스트 중심 소비 패턴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팬들은 동일한 크루가 제작한 여러 곡을 연속적으로 듣고, 차트 점유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숏폼 시대의 로고와 사운드 태그

HUNTR/X와 Saja Boys는 숏폼 플랫폼 확산에도 최적화된 전략을 택했다. HUNTR/X는 곡마다 시그니처 사운드 태그를 삽입했다. 이 태그는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처럼 짧고 단순하지만 강력한 인식 효과를 낸다. 숏폼 영상에서 사운드 태그는 반복 재생되며, 팬덤은 크루 로고를 밈처럼 공유한다.

플랫폼 소비 패턴은 특정 보컬보다 집단의 세계관을 더 쉽게 확산시킨다. ‘Golden’은 EJAE의 보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곡을 듣는 순간 HUNTR/X의 태그와 로고가 동시에 기억된다. 제작 크루의 전략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브랜딩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빌보드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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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대표성의 확장

HUNTR/X가 만든 1위 곡 ‘Golden’은 아시아계 여성 아티스트 EJAE, Audrey Nuna, REI AMI가 주축이다. 이들의 존재는 단순한 보컬 참여가 아니라, 크루의 정체성과 함께 전면에 부각된다. 북미 팝 시장에서 여성, 특히 아시아계 여성은 그동안 ‘피처링 아티스트’로 제한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제작 크루가 브랜드로 작동하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티스트가 전면에 설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됐다.

Audrey Nuna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 우리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아니라, 크루 브랜드의 일부로 활동한다”고 강조했다. 제작 크루의 부상은 단순히 음악 산업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사회적 대표성을 확대하는 계기로 평가할 수 있다.

산업 구조와 계약 방식의 변화

제작 크루의 부상은 레이블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준다. 전통적 계약은 아티스트와 레이블 간 1대1 구조였다. 그러나 HUNTR/X와 Saja Boys 같은 크루가 브랜드로 기능하면, 계약 구조는 다자간 분배 모델로 재편된다. 로열티는 단일 아티스트가 아니라 크루 전체의 IP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음악 산업 분석가들은 HUNTR/X와 같은 크루가 향후 독립 레이블에 버금가는 협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한다. 크루 자체가 제작 스튜디오이자 레이블이고,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다. 팬덤은 곡뿐 아니라 크루 세계관을 소비하고, 레이블은 크루와 대등한 파트너십을 맺을 수밖에 없다.

빌보드 점유 전략의 변화

HUNTR/X와 Saja Boys는 이번 주 빌보드에서 ‘동시 점유 전략’을 보여줬다. HUNTR/X는 1위 곡을 포함해 4곡을 차트에 올렸고, Saja Boys는 Top10에 2곡을 동시에 올렸다. 단일 아티스트의 단발 히트보다, 크루 단위의 동시 다발적 진입이 훨씬 강력한 차트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스트리밍 경제에서는 총합 수치가 중요하다. 여러 곡이 같은 주에 소비되면, 개별 성과보다 훨씬 큰 시너지가 발생한다. HUNTR/X와 Saja Boys는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했다. 빌보드 차트 점유는 이제 ‘한 곡의 1위’보다 ‘여러 곡의 면적 장악’이 더 큰 전략적 가치로 평가된다.

KtN 리포트

빌보드 Hot 100은 개인의 무대에서 집단 창작의 무대로 바뀌었다. HUNTR/X와 Saja Boys는 제작 크루가 레이블, 브랜드, 스타로 동시에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팬덤은 노래와 함께 로고, 세계관, 크루의 미학을 소비한다.

음악 산업의 권력은 보컬리스트에서 제작자 집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HUNTR/X와 Saja Boys는 이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다. 빌보드 정상은 이제 한 명의 아티스트가 독점하는 자리가 아니다. 크루 로고가 새로운 1위의 얼굴이 되고 있다. 음악 산업의 미래는 누가 더 빠르게 협업 방식을 혁신하고, 누가 더 정교하게 팬덤과 플랫폼을 연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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