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홍은희기자]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 무대에 런던 기반 브랜드 KNWLS와 스포츠웨어 브랜드 Nike가 함께 등장했다. 코르셋과 드레이핑을 중심으로 한 KNWLS의 미학이 Nike의 퍼포먼스 소재와 만나면서 전혀 새로운 실루엣이 만들어졌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신제품 공개가 아니라 패션 산업 전반에 신호를 보내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럭셔리와 스포츠웨어의 경계를 허무는 흐름, 젠더와 세대 정체성, 지속가능성과 리셀 시장까지 동시에 교차하며 패션의 다층적 전환을 드러냈다.
애슬레저가 지난 10여 년간 ‘헬스장에서 일상으로’라는 흐름을 주도했다면, 이번 협업은 그 지평을 넓혀 ‘헬스장에서 클럽까지’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 기능성과 미학이 결합된 컬렉션은 젊은 세대의 소비 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향후 패션 생태계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패션
KNWLS는 코르셋과 드레이핑, 고스-클럽 미학으로 대표되는 브랜드다. 이번 밀라노 무대에서는 Nike의 기능적 기술력이 결합되며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 코르셋형 재킷은 방수와 경량성을 지닌 소재로 제작돼 하이패션과 스포츠웨어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클럽과 체육관, 일상 어디에서도 어울릴 수 있는 다목적 디자인은 소비자의 생활 방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는 젊은 세대가 패션을 통해 추구하는 유연성과 자기 표현의 욕구를 반영한다. 럭셔리와 스포츠웨어가 각각의 고유 영역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통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코닉 아이템의 재해석과 리셀 경제
가장 주목받은 아이템은 Air Max Muse였다. KNWLS는 발레슈즈의 끈과 축구화의 실루엣을 차용해 전혀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했다. 신발은 단순한 신상품이 아니라 수집 가치가 높은 오브제로 자리매김했다.
리셀 시장에서 한정판 협업 모델은 발매 직후 원가의 몇 배로 거래되며, 소비자는 이를 신발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이번 협업 역시 유사한 궤적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화제성과 프리미엄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희소성 중심의 거래가 브랜드 가치에 왜곡을 초래할 위험이 존재한다.
지속가능성과 브랜드 신뢰
이번 협업은 KNWLS의 세 번째 TENCEL 사용 사례이기도 하다. 친환경 섬유를 활용한 드레스와 레깅스는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층과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전체 컬렉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라면 실질적 지속가능성보다 마케팅 요소로 비칠 수 있다.
패션 산업 전반은 이미 그린워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브랜드가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이번 협업은 친환경이 이미지 전략인지 산업 전환의 신호인지 평가할 수 있는 사례다.
글로벌 무대와 브랜드 전략
KNWLS에게 밀라노 패션위크 데뷔는 국제적 확장의 전환점이다. Nike라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은 로컬 디자이너에서 국제적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반대로 Nike에게는 Adidas, Puma와 구별되는 하이패션 이미지 강화를 가능하게 했다.
스포츠 브랜드가 패션위크 런웨이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산업 지형의 변화를 보여준다. 런웨이가 예술적 무대를 넘어 상업적 전략의 전초기지로 기능하게 되면서 브랜드는 이곳을 통해 신제품을 공개하고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다.
젠더 플루이드와 세대 코드
이번 협업은 젠더를 초월한 코드도 담고 있다. 코르셋과 타이트 실루엣, 강렬한 패턴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제안된다. 이는 젊은 세대가 성별 경계를 넘어 자유로운 정체성을 추구하는 흐름과 일치한다.
과거 억압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코르셋은 자유와 자기 표현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런웨이에서 선보인 실루엣은 세대와 문화가 변화하는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KtN 리포트
KNWLS와 Nike의 협업은 패션 산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이패션과 스포츠웨어, 지속가능성과 리셀 경제, 젠더와 세대 코드가 한 무대에서 교차하며 경계 없는 패션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위험 요인도 분명하다. 실험성이 강한 디자인은 대중 시장 확대를 제한할 수 있고, 친환경이 마케팅 수단으로만 작동할 경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리셀 경제의 과열은 브랜드 가치를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협업은 패션이 특정 공간이나 집단에 갇혀 있지 않음을 확인시켰다. 헬스장에서 클럽까지, 일상과 런웨이, 성별과 장르를 넘나드는 유동성 속에서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미래 소비의 주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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