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감성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설계한 패션 하우스의 새로운 공식
[KtN 박채빈기자]메종 마르지엘라의 2025 홀리데이 캠페인은 단순한 시즌 홍보가 아니다. 글렌 마튼스는 예술적 정체성과 수익 구조를 함께 설계하며 브랜드의 철학을 시장 속에서 구현했다. 마튼스는 창작과 판매가 충돌하지 않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를 통해 ‘예술적 상업성’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마튼스가 이끄는 메종 마르지엘라는 예술적 실험을 브랜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제작 과정에 투입되는 장인의 노동과 기술은 단순한 생산 단계를 넘어 가치 창출의 핵심으로 작동한다. 공예적 완성도는 제품의 희소성을 높이고, 그 희소성은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한다. 브랜드는 기술과 수공예를 결합한 결과물로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매출의 중심에는 액세서리 라인이 있다. 5AC 백과 타비 부츠, 주얼리 컬렉션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대표 상품군이다. 마튼스는 이 라인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예술품’으로 정의하며, 시즌마다 새로운 버전으로 확장하고 있다. 5AC 라인은 소재와 비율의 변형을 통해 매번 다른 해석을 시도하며, 타비 부츠는 도금, 해체, 실험적 재구성 등을 통해 독립적인 서사를 형성한다.
액세서리는 단순한 부속품이 아니다. 브랜드의 상징을 소비자가 직접 착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소비자는 5AC 백이나 타비 부츠를 구매하는 순간, 메종 마르지엘라의 세계관 일부를 소유하게 된다. 브랜드 철학이 제품을 매개로 개인의 정체성과 결합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예술적 감수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격 정책 역시 명확한 논리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브랜드는 수작업과 희소성, 기술적 공정을 근거로 가치 기반 가격(Value-Based Pricing)을 적용한다. 동일한 원단을 사용하더라도 제작 과정의 복잡성과 기술적 깊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시간과 노동의 축적이 곧 가격의 근거’라는 원칙을 유지하며, 럭셔리의 기준을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공예의 시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캠페인 비주얼 전략은 예술적 감각과 상업적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다. 프랭크 레본이 연출한 이미지와 영상은 인물 중심 구도 대신 의상과 소재의 질감을 강조했다. 조명과 콘페티, 금속성 표면이 결합된 장면은 제품의 구조와 세공 기술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소비자는 광고를 본다는 인식보다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이러한 방식으로 예술적 감상과 구매 욕구를 한 장면 안에 담아낸다.
마튼스는 마케팅에서도 노출보다 서사를 중시한다. 브랜드는 ‘보여주는 홍보’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구축한다. 실크 마스크와 금속 조명 아래에서 인물이 사라지고 의복이 중심이 되는 장면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철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캠페인은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공급 구조 또한 전략적으로 조율된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대량 생산 대신 제한된 수량과 긴 제작 기간을 고수한다. 공급의 제약이 자연스럽게 희소성을 만들고, 이 희소성이 수요를 견인한다. 브랜드는 빠른 판매보다 ‘기다림의 가치’를 강조하며, 소비자가 시간과 희소성을 함께 구매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제품 공개 방식에서도 실험이 이어진다. ‘아방 프리미에르(Avant-Première)’ 방식은 정식 컬렉션 이전에 일부 제품을 선공개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새로운 시즌의 전조를 미리 경험하며 브랜드의 창작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 방식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관객 참여형 예술에 가깝다. 패션을 소비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로 확장되는 셈이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상업 전략은 단기적인 판매보다 장기적인 가치 축적을 목표로 한다. 브랜드는 과잉 노출을 피하고, 느린 리듬으로 시장의 기대를 조율한다. 제품 하나하나가 긴 시간의 공정과 장인의 손길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예술을 입는 경험’을 제공한다.
글렌 마튼스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구조를 예술과 시장의 경계 위에서 재정립했다. 창작의 자유와 수익 구조가 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며, 패션 산업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했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비즈니스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철학의 실천이다.
이번 캠페인은 예술과 상업의 공존이 불가능하다는 오래된 통념을 뒤집는다. 글렌 마튼스는 디자인, 철학, 시장 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패션 생태계를 구축했다. 패션은 다시 예술의 언어로 돌아왔고, 럭셔리는 다시 철학의 무게를 되찾았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무대에서 상업은 예술의 적이 아니라, 예술을 지속시키는 또 하나의 도구로 작동한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