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기억의 언어이자 정신의 균형을 지탱하는 감각
[KtN 박채빈기자]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래된 감각은 후각이다. 시각과 청각이 문명의 발전과 함께 예민해졌다면, 후각은 생존의 기억으로부터 진화했다. 냄새를 맡는 행위는 단순한 감각적 반응이 아니라, 본능적 판단과 감정의 기억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행위다. 인간은 냄새로 위험을 구별하고, 향으로 안정을 회복했다. 후각은 기억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이며, 정신의 안정과 회복력을 유지하는 가장 원초적 수단이다.
현대 사회는 시각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면과 이미지가 감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인간은 점차 후각을 잃어가고 있다. 냄새가 사라진 공간은 청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감정이 평면적으로 변한다. 냄새가 없는 도시는 효율적이지만, 정서적으로 비어 있다. 후각의 부재는 감정의 무감각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시각적 자극 속에서 정보를 얻지만, 향을 통해서만 안정을 느낀다.
후각은 뇌의 감정중추와 직접 연결된다. 냄새는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편도체와 해마로 바로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감정과 기억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특정한 향을 맡았을 때 과거의 장면이 즉시 떠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는 향을 논리로 해석하지 않는다. 향은 곧 감정이며, 감정은 곧 기억이다. 후각이 건강의 영역에서 중요한 이유는, 향이 인간의 기억 구조를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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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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