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이 시대를 증언하는 방식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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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회화의 표면이 다시 전면으로 올라왔다. 디지털 화면이 모든 이미지를 평평하게 만드는 시대에 작가들은 오히려 더 거칠고 두터운 감각을 탐색한다. 물감의 응집과 균열, 재료의 충돌, 오브제의 돌출은 회화를 다시 ‘몸을 가진 예술’로 되돌린다. 화면의 표면에서 벌어지는 물질적 사건이 예술의 중심 언어로 부각되는 흐름이다.

국내외 미술계는 최근 다시 물성과 텍스처를 중심으로 회화가 구조를 얻는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평면 위에 덧칠된 색으로만 이해되던 회화가 재료의 무게를 드러내며 존재감을 확장한다. 이미지의 정교함보다 감각의 충돌을 향한 흐름으로 읽힌다. 매끄러운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해진 눈 앞에서 물질은 다시 저항성을 띠고 관객에게 천천히 보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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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최근 열렸던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 찾는 숨소리’에서도 생생하게 감지됐다. MEK갤러리에서 진행된 이 전시는 오성철 작가가 구축한 물성 중심의 회화 세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단단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 개막식에서 오성철 작가는 “예술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작품 속에서 ‘타락하지 않는 미술’이라는 신념을 강조했다. 그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창작 과정에서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태도처럼 들렸다.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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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철 작가의 화면은 단단한 표면을 기반으로 한다. 물감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표면을 밀어 올리고 무게를 형성하는 재료로 작동한다. 추상적 움직임과 질감이 충돌하며 표면이 깊이를 갖는다. 화면에 부착된 숟가락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의미의 층위를 확장하는 매개다. 숟가락은 생존의 단위이자 기억의 흔적이며 체제와 개인의 간극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화면과 오브제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작품은 물리적 존재감을 얻게 되고 감정과 개념을 동시에 호출한다.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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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이 강한 회화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시대적 맥락과 연결된다. 디지털 이미지가 지나치게 매끈하고 단숨에 소비되는 시대일수록 예술은 오히려 손의 흔적과 재료의 무게를 강조한다. 물성을 기반으로 한 회화는 관객을 천천히 멈춰 세운다. 한눈에 이해되지 않고, 단숨에 해석되지 않으며, 쉬운 답을 주지 않는다. 표면의 깊이를 따라가며 관객은 감각적 경험을 확장하게 된다. 물성은 회화를 다시 사유의 공간이자 감각의 구조로 되돌린다.

세계적으로도 이 흐름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작가가 회화의 표면을 실험의 장으로 전환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도 물성 중심의 작업이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재료의 충돌, 층위의 겹침, 표면의 해체 등이 이미지 중심 예술과 균형을 이루며 시각예술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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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과 텍스처의 회복은 작가의 존재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이미지 설계보다 재료와 대화하는 순간이 중요해진다. 작업 과정은 계획과 우연이 충돌하는 장이 되고 재료는 작가의 의도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화면을 형성한다. 물성이 강할수록 작가의 개별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작품은 작가의 시간과 감정을 품는다. 오성철 작가가 말한 “예술은 인간의 정신이 환경을 극복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는 인식은 물성과 감각이 중첩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형상화된다.

MEK갤러리의 전시는 이러한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개막식에서 갤러리 관장은 “작품 설치 과정에서 숨의 결이 굉장히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고 관객들은 화면의 텍스처와 물감의 응집에서 ‘자유를 찾는 숨소리’라는 전시 제목의 감각적 의미를 체감했다. 물성과 개념이 충돌하며 작품의 구조가 단단해지는 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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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이 회화의 핵심 언어로 돌아오는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이미지의 과잉 속에서 감각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흐름이다. 재료는 다시 작품의 가장 중요한 언어가 되고 표면은 다시 감각의 중심이 된다. 회화는 표면으로 말하고 관객은 감각으로 응답한다. 이것은 예술의 오래된 대화 방식이지만 동시대의 상황 속에서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물성이 돌아온 회화는 시대를 증언하고 감각의 깊이를 되살린다. 오성철 작가의 작업은 이 흐름 속에서 독자적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전시는 그 과정의 한 장면을 보여줬고 관객은 화면 앞에서 다시 한 번 천천히 숨을 고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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