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지배하는 정서의 층위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색은 다시 감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최근 동시대 회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색이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감정의 밀도를 형성하는 중심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처럼 색이 형식적 조화를 구성하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감정의 파동과 심리의 구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색의 층위가 선명해질수록 작업은 보다 개인적이고, 보다 서사적이며, 더 깊은 정서를 품게 된다.

이 흐름은 디지털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화면 속 색은 늘 완벽하고 통제된 값으로 존재한다. RGB 규칙은 색을 수치로 환원하고, 디지털 이미지의 세계는 감정보다 기능적 정확성을 우선한다. 반대로 회화에서 색은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같은 색이라도 조명과 질감, 재료의 성질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반응한다. 이 불안정함이 바로 감정을 불러오는 요인이다. 색은 다시 살아 있는 요소로 기능한다.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색이 감정을 지배하는 방식은 오성철 작가의 작업에서도 뚜렷하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강렬한 원색은 감정의 해방을 암시하고, 어두운 공간을 파고드는 깊은 색감은 내면을 향한 질문을 촉발한다. 때로는 서늘한 푸른빛이 화면 전체를 제어하며 긴장을 만들고, 또 다른 순간에는 뜨거운 붉은 기운이 화면을 흔들며 감정의 폭발을 예고한다. 색은 단순히 칠해지는 것이 아니라 화면의 흐름을 조율하고 시간을 만든다. 감정이 색의 채도와 명도, 온도로 치환되는 순간이다.

색의 사용은 작가의 태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색을 단순한 시각 효과로 다루는 접근과 감정의 구조를 읽어내는 언어로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다. 최근 국내 미술에서 눈에 띄는 흐름은 후자다. 작가들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색의 층위로 풀어내며 회화의 정서적 밀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어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작가들이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색은 시대적 감정의 기록이다.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색의 구조가 중요해진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감각과도 연결된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에 정서는 쉽게 요동치고, 개인의 감정은 더 복잡하고 미묘한 층위로 움직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색은 감정의 직접적인 표시로 기능하며,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역할을 한다. 색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지도처럼 작동하는 이유다.

색을 통해 예술을 읽는 방식은 관객의 경험을 확장한다. 색의 미세한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화면이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밝은 색이 화면을 넓히고 어두운 색이 화면을 수축시키며, 명확한 색이 감정의 경계를 만들고 흐릿한 색이 감정의 전이를 유도한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자신의 감정과 작품의 정서 사이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발견한다. 색은 관객에게 해석을 날카롭게 요구하기보다 감각적 경험을 먼저 선물한다.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강경수 관장.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성철 작가의 작업에서 이러한 감정 구조는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개막식에서 “예술을 통해 정신이 환경을 이겨내는 순간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말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작업 속 색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의 화면 속 색은 불안과 희망, 혼란과 집중, 저항과 해방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로 펼쳐진다. 디지털 이미지처럼 단일한 감정값을 갖지 않는다. 색의 층위가 중첩될수록 감정의 밀도는 더 깊어진다.

색은 작가의 몸과도 깊게 연결된다. 붓질의 속도와 강도, 물감의 점도와 농도는 모두 색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한 번의 터치가 시원한 흐름으로 남기도 하고, 반복되는 움직임이 축적되며 화면의 시간성을 만든다. 이 시간성은 색이 담아내는 감정의 깊이를 확장하는 요소가 된다. 색은 단순한 시각 정보가 아니라 작가의 움직임과 감정의 흔적을 품는다.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색의 흐름은 전시와 공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MEK갤러리에서 열린 미술여행 특별기획 자유를 찾는 숨소리에서도 색은 작품과 공간의 긴장을 조율하는 중심 역할을 맡았다. 전시장의 빛과 그림자가 작품의 색과 맞물리며 새로운 정서적 공간을 만들었다. 관객은 화면 앞에서 색이 쌓아 놓은 층위를 따라가며 공간 전체를 감각적으로 흡수했다. 색의 방향성이 공간과 대화하는 순간이었다.

색의 감정은 앞으로도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할 것이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색은 더 강한 메시지를 가진다. 색의 층위가 깊어지고, 색의 결이 복잡해지고, 색의 흐름이 정서를 지배하는 작품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감각의 시대, 감정의 시대에 색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시대의 감정을 기록하는 언어가 된다.

저작권자 © KtN (K trendy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