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정신성과 작업 윤리가 어떻게 작품의 힘이 되는가
미술여행 특별기획 연극배우 장두이 와 오성철 작가 "자유를찾는 숨소리
[KtN 임우경기자]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살펴보면 기술이나 형식만으로는 작품의 구조를 설명하기 어렵다. 캔버스를 움직이는 중심에는 작가의 태도가 있다. 재료 선택이나 색채 운용보다 훨씬 근본적인 요소가 태도다. 어떤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지, 무엇을 예술의 기준으로 삼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업의 방향성을 구축하는지가 작품의 밀도와 깊이를 결정한다.
태도는 단순한 분위기나 성향이 아니라 창작의 기준을 형성하는 사고의 구조다. 작업 과정에서 작가가 무엇을 우선하는지에 따라 화면은 완전히 다른 구조를 얻는다. 색과 재료가 아무리 풍부해도 태도가 흔들리면 작품은 쉽게 무너진다. 최근 미술계가 작가의 태도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성철 작가의 작업은 태도가 어떻게 작품을 구성하는지 잘 보여준다. 오성철 작가는 안정적 정답을 찾기보다 불안정한 과정 자체를 수용하며 작품을 구축한다. 물감의 흐름과 재료의 충돌을 억지로 제어하지 않고, 우연성을 작업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오성철 작가가 선택한 숟가락 오브제 역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생존과 일상의 구조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작업을 통해 삶과 예술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캔버스의 긴장을 높이며 서사의 깊이를 만든다.
MEK갤러리에서 열린 미술여행 특별기획 자유를 찾는 숨소리는 이러한 태도가 어떻게 전시 공간에서 드러나는지 보여준다. 작품들은 서로 다른 크기와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정신성과 리듬을 유지하며 공간을 연결했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캔버스의 질감, 재료의 무게감, 오브제의 위치와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경험이 아니라 오성철 작가의 태도를 체감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개막식에서 오성철 작가는 “예술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겸손을 넘어 창작의 태도를 분명히 드러낸 발언이었다. 어떤 답을 확정하지 않고 질문을 품은 상태 그대로 작업을 지속하는 자세, 완결보다 과정의 진실성을 중시하는 태도는 작품의 밀도를 결정짓는 힘이 된다. 화면에 쌓인 물감의 층위, 재료의 충돌, 오브제가 차지하는 무게는 모두 오성철 작가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국내외 여러 작가들도 작업 과정에서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재료와 형식을 넘나들며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장르의 경계를 흐리며 감각적 경험을 확대하는 흐름 역시 태도에서 비롯된다. 회화가 설치적 구조를 흡수하고, 설치가 회화적 긴장을 받아들이는 변화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예술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형식보다 정신성이 앞서는 시대, 작가의 태도는 작품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축이 된다.
작가의 태도가 깊어질수록 관객의 경험도 확장된다.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태도와 대화하는 존재가 된다. 작품은 감정과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어떤 생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가, 어떤 흐름 속에서 예술을 이해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작가에서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다시 작품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만든다.
태도가 캔버스를 지배하는 시대는 예술이 삶과 사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예술은 기술의 누적이 아니라 태도의 구조에서 탄생한다. 작업실에서 오랜 시간 구축되는 정신성, 환경을 이겨내려는 의지,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는 결국 작품의 텍스처와 구조로 드러난다.
예술은 작가의 태도에서 시작되고, 태도는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작품은 그 태도를 품고 시대의 감정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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