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30주년, 한국 10번째 시즌이 갖는 기록성
[KtN 김동희기자]뮤지컬 렌트는 199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꾸준히 다뤄졌다. 한국에서는 2000년 어쿠스틱 규모로 첫 선을 보였고, 2025년 공연이 열리면 이번이 10번째 시즌이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 대부분이 한두 차례 재공연에 그치는 환경에서 렌트의 한국 내 반복성은 예외적인 수치다. 반복되는 이유를 단순 인기나 노스탤지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공연 산업 내부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요가 존재하는 작품, 시대 변화와 함께 관객층이 재생산되는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해졌다. 렌트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대표 사례다.
작품의 주 무대는 1990년대 뉴욕 이스트빌리지다. 당시 해당 지역은 임대료 상승 압력, 예술가 공동체 해체, 의료 접근성 격차가 한데 얽힌 환경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창작자, 보건 제도 바깥에 놓인 감염인, 주거권을 확보하지 못한 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 구조를 관찰할 수 있었다. 렌트는 이러한 환경을 극적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실제 생활 조건을 서사 구조로 연결한다. 관객은 허구적 비극 대신 구조적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작품이 특정 세대의 추억 속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시대의 관객에게도 읽히는 이유로 작용한다.
한국 공연 시장에서도 렌트는 선택된 작품이었다기보다 지속적으로 요구된 작품에 가깝다. 20여 년 동안 여러 세대의 관객이 이 작품을 처음 만났다. 사회 환경이 달라질수록 공연의 관람 근거는 새로운 층에서 발생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대학로 공연계에서 대형 상업 뮤지컬로 이동하는 과도기였다. 기존의 화려한 무대 중심 작품과 달리 렌트는 장비보다 인물의 생활 조건을 중심에 배치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사회 환경과 관객 관심사가 변화하면서 공연이 다루는 주제의 현실성에 주목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2020년대에 들어 코로나19를 경험한 세대는 작품 속 의료 접근성 문제와 도시 생존 구조를 현실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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