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사 안에서 확인되는 렌트의 위치 변화
[KtN 김동희기자]뮤지컬 렌트가 한국에 처음 도입된 시점은 2000년이다. 당시 한국 공연시장은 대형화 이전의 과도기에 위치했다. 오페라글라스가 필수였던 대극장 중심 공연과, 상업적 실험이 어려웠던 소극장 사이에서 새로운 양식이 요구되던 때였다. 렌트는 이 시기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중형 규모 뮤지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기존 화려한 무대 장비 대신 서사 자체가 지닌 긴장과 록음악의 에너지로 관객과 만난 점이 주요한 차별 요소였다.
2000년대 초반은 국내 창작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직전이었다. 라이선스 작품이 시장 확대를 주도했고, 렌트는 그 중심에 있었다. 특히 인물의 경제적 조건, 주거 불안정, 창작 노동 환경 등 ‘생활 기반’이 서사에 직접 반영된 점은 당대 한국 사회와 맞닿아 있었다. 직장과 주거를 동시에 불안정하게 경험한 세대가 등장하고 있었고, 관객은 무대 속 현실성을 체감했다. 이러한 접점이 작품 초반 수요 형성에 기여했다.
2010년대에 들어 한국 공연시장은 대형화와 전문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화려한 장치와 물량 투입이 중심이 된 작품이 늘어났고,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계열 작품이 다수 유입됐다. 같은 시기 렌트는 대형화 경쟁에서 벗어난 선택을 유지했다. 라이브 밴드 기반의 역동성과 인물 중심 연기가 작품의 본질이라는 판단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시장이 확장될수록, 오히려 렌트는 ‘대안적 감각’을 유지하는 공연으로 인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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