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하나에 고을 하나, 풍수와 행정이 겹쳐 놓은 김포의 뼈대

김포역사문화연구소, 김포를 아시나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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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김포라는 지명은 오늘날 행정구역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포시의 뿌리를 추적하면 단일한 고을이 아니라 네 개 고을이 한 공간에 공존한 구조가 드러난다. 김포현, 통진현, 수안현, 동성현이 각자의 중심을 형성하며 지역 정체성을 만들었다. 이 네 고을은 단순히 행정명이 아니라 김포 공간 구조의 기초를 구성하는 역사적 뼈대다.

조선 시대 고을의 위치는 우연이 아니라 풍수와 지형에 기반한 선택이었다. 고을은 반드시 주산을 등지고 자리했다. 산이 공동체의 정신적 중심이자 방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관아는 주산을 향해 배치되었고, 인구가 모이면서 읍치가 형성되었다. 김포에 존재했던 네 고을은 모두 주산을 품고 있었다. 이 원칙은 김포 지리 구조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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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현은 장릉산을 주산으로 삼았다. 장릉산은 과거 북성산으로 불리며 도시 중심을 보호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장릉이 조성되고 김포현이 군으로 승격되기 이전부터 이미 행정 중심이 형성되었다. 김포읍에서 시작된 생활권은 사우동과 북변동, 감정동 일대로 확장되었다. 지금도 김포시청과 주요 공공기관은 이 축을 따라 자리한다.

통진현의 중심은 문수산이다. 문수산성은 수도 방어를 담당했던 전략 시설로, 통진현 위상이 강화되는 결정적 배경이 됐다. 통진읍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권은 문수산의 영향권 아래에서 성장했다. 문수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서해와 강화 해역은 통진의 군사적 성격을 강화했다. 이 역사적 성격은 아직도 통진의 정체성에 남아 있다. 군사시설, 접경지역 인식, 문화유산 관광 등 다양한 요소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포역사문화연구소, 김포를 아시나요.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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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현은 수완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수완산은 지금 그 지명조차 익숙하지 않지만, 과거 주민들에게는 명확한 생활의 기준이었다. 수안현은 농업 중심 고을로 성장했고, 수로를 따라 이동과 교역이 이뤄졌다. 김포 북부 지역의 농업 기능은 이 시기에 확립됐다. 한강과 서해로 이어지는 수로망은 수안의 경제 기반이었다. 지금도 통진 북부와 양촌 일대가 농업 중심성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동성현은 동성산을 기반으로 읍치가 자리했다. 동성산은 오늘날 태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강화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해안 방어에 참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동성현은 김포 남부 지역 경제의 거점이었다. 태산 주변에 남아 있는 옛 지명과 생활 경관은 동성 고을의 흔적을 보여준다. 도시 확장으로 지명은 일부 사라졌지만, 주민의 이동축과 상권 형성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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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고을의 존재는 김포를 하나의 중심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김포라는 행정구역의 이름 아래에서 서로 다른 중심지와 생활권이 공존한다. 김포 시민은 같은 도시 안에 살고 있지만, 출퇴근 동선, 상권 이용 방식, 교육 선택지가 서로 다르다. 과거 고을의 구획이 생활권을 결정하는 힘으로 남아 있다.

삼읍과 삼면이라는 표현은 김포 행정구역의 오랜 전통을 보여준다. 김포는 오랫동안 김포읍, 통진읍, 하성면 중심으로 행정이 운영되었고, 도시 확장 이후 생겨난 도시지역은 별도 동(洞) 체제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 구조는 과거 고을의 기능 분화를 현대 행정구조가 그대로 계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읍과 면, 동의 기능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김포의 공간적 다양성이 뚜렷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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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적으로 보아도 김포의 네 고을은 뚜렷한 질서를 가진다. 각 고을은 서로 다른 산을 등지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열린 지형을 가진다. 이 때문에 각 고을은 독자적 발전축을 형성했다. 김포는 선형으로 뻗는 도시가 아니라 다핵 구조의 도시로 성장했다. 철도가 뚫리고 도로가 확장되면서 네 고을을 잇는 연결축이 강화되지만, 중심의 성격은 고을별로 남아 있다.

조민재 김포역사문화연구소장은 “고을마다 산 하나를 끼고 들어섰다”는 설명을 강조한다. 이는 김포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통하는 원리이지만, 김포에서는 그 원리가 공간 구조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조민재 소장은 김포시 안에 네 고을이 공존했다는 사실 자체가 김포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네 고을 분석은 김포의 현재를 해석하는 가장 명확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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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지만, 원초적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산이 바뀌지 않고 하천이 흐름을 유지하면, 사람의 이동도 그 구도를 따라간다. 김포는 네 개 고을의 유산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표 사례다. 생활권의 경계는 과거 읍치가 형성된 중심을 기준으로 여전히 작동한다. 주민의 시각에서 보면 김포는 하나의 도시보다 네 개 도시의 겹침에 가깝다.

김포 안에 공존하는 고을들은 서로 다른 색을 가지고 있다. 김포 중심은 행정과 상업이 결합했고, 통진은 군사와 안보의 색이 남아 있다. 수안이 남긴 북부 지역의 농업 기반은 지역 경제의 한 축이고, 동성의 역할은 남부 지역의 해안 생활문화에서 확인된다. 같은 김포에 살지만 도시 경험은 지역마다 뚜렷하게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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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개 고을 구조를 이해하면 김포 시민의 일상 경로도 해석된다. 출퇴근 방향, 의료 접근성, 교육 환경 선택은 각 고을 중심과 직접 연결된다. 고을의 정신적 중심이던 산과 하천은 지금도 생활권의 기준이다. 김포라는 행정 이름이 모든 것을 덮어도 과거 구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김포의 현재는 네 고을이 겹쳐진 형태다.

김포의 도시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이 구조는 결정적 의미를 가진다. 미래신도시 개발이나 교통망 확충이 진행되더라도 각 중심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네 개 고을이 가진 뿌리가 김포의 균형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특정 지역으로 발전 축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네 고을 기반 분석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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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를 김포답게 만드는 힘은 네 고을의 공존이다. 하나의 중심이 도시 전체를 대표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중심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는 김포의 경쟁력이 된다. 김포는 수도권에 속해 있지만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독자적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포의 로컬 컬러는 네 개 고을이 만들어낸 색의 조합이다.

과거 고을 지도 위에 오늘의 김포를 올려놓으면 숨겨진 구조가 드러난다. 김포 시민은 자신이 사는 동네가 과거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도시를 읽는 방식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생활 이해의 확장이다. 김포 안의 네 고을은 도시를 보는 눈을 넓혀준다. 김포는 겹쳐진 도시다. 그리고 이 겹침이 김포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