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임우경기자]김포의 행정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진이 지닌 위상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김포라는 지명 뒤에 가려진 고을 가운데 통진은 특정 시기를 거치며 주변 고을의 기능을 흡수하고 행정적 격을 높여왔다. 단순한 지역 명칭이 아닌 행정적 승격의 결과물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통진의 역사는 김포의 군사·정치적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 열쇠가 된다.

고려 시대 행정 체계를 살펴보면 주현과 속현의 구조가 존재했다. 주현은 독립 행정 능력을 갖춘 중심 고을을 의미했고, 속현은 주현에 종속된 하위 행정 단위였다. 속현은 독자적 행정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중앙이 직접 관리를 파견하지 않고 주현을 통해 간접 통치하게 했다. 이러한 행정 구조는 전국적으로 폭넓게 적용되었다.

김포 지역의 네 고을 가운데 일부는 초기 속현에 해당했다. 김포현과 수안현은 고려 초기에 감무가 파견되며 행정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고을로 변화했다. 감무는 중앙에서 파견한 관리로, 해당 지역에 대한 통치 권한을 갖는다. 감무 파견 여부는 해당 고을의 위상과 규모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통진이 변화를 맞은 시기는 고려 말이다. 통진에 감무가 파견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감무 파견은 단순히 한 명의 관리가 부임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행정 체계가 재구조화되는 신호였다. 통진은 수안과 동성 영역까지 흡수하며 고을 규모를 세 배 가까이 확장했다. 이 시기 통진은 김포 지역 전체 구조에서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조선 시대의 읍호 승강 체계는 김포 각 고을의 위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은 행정 단위를 대도호부, 목, 도호부, 군, 현의 다섯 단계로 분화했다. 이 체계는 행정 기능과 군사 전략, 경제 역할을 종합해 정해졌다. 김포현은 장릉 조성과 함께 군으로 승격되었다. 인조의 부모 능이 김포에 조성된 사실은 김포의 정치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끌어올렸다.

통진은 조선 후기 군사 전략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다. 문수산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문수산성은 단순한 방어 시설이 아니었다. 조선 후기에는 수도와 왕실을 보호하는 보장처로 인식되었다. 외세 침략과 내란 등 불안한 정세에서 문수산성은 수도권 방어의 최전선이었다. 통진이 도호부로 승격된 배경에는 이러한 군사적 판단이 있었다.

조민재 김포역사문화연구소장은 “문수산을 빼앗기면 강화와 왕실 안위도 지킬 수 없다”는 설명을 전한다. 문수산성이 가진 상징은 단순한 지역 방어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의미였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배경은 통진이 도호부로 승격된 역사적 정당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문수산성의 중요성은 병자호란과 강화도 함락 사건 이후 더욱 강조되었다. 조선은 수도 방어의 취약성을 경험했고, 문수산성과 주변 지역을 보완하는 전략이 국가 차원에서 논의되었다. 통진은 군사적 긴장 속에서 행정적 위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격상 조치가 아닌 국가 방위 체계에서 평가받은 결과였다.

통진 도호부 시기는 김포 지역 공간 구조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행정 인력과 군사 조직이 집중되면서 인구 이동이 활발해졌고, 시장과 교역 활동도 확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통진읍과 고촌, 하성, 양촌 일부 지역까지 이어지는 생활권의 기초가 되었다. 공간 구조는 역사적 의사 결정이 만든 결과다.

고을 승격 과정은 경제와 문화적 위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도호부 체제는 지역 교육과 종교, 농업 기반까지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향교와 객사 등이 설치되고, 도로와 수로 정비가 이뤄지며 지역 네트워크가 확장되었다. 통진이 만든 변화는 김포 전체를 움직였다.

행정 위계의 변화는 주민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당시 주민에게 도호부는 큰 자부심의 근거였다. 행정기관의 위치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을 결정했다. 관아 주변은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고, 그 시장은 지역의 경제 축이 되었다. 통진의 위상 변화는 지역 사람들의 일상과 경제를 함께 변화시켰다.

김포현과 통진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위상을 높이는 과정을 경험했다. 김포는 왕실 능이라는 정치 상징을 기반으로 군으로 승격되었고, 통진은 전략 요충지라는 군사적 평가로 도호부에 올랐다. 이 두 가지 승격 구조는 김포를 정치와 군사가 결합된 도시로 만들었다. 단순한 주변부 도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일부로 기능했다.

도시의 성장은 자연스럽지 않다. 행정 결정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주민의 삶을 형성한다. 통진의 행정 승격은 김포 북부 지역의 생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결정적 기반이 되었다. 김포 북부의 농업과 접경 전략은 이 시기에 고착되었다. 한강과 서해로 연결되는 수로는 여전히 중요한 경제 자원이다.

도호부의 흔적은 현재 통진의 중심부에 남아 있다. 관아 터, 향교, 문수산성으로 이어지는 역사 경관은 단절되지 않았다. 지역 문화와 시민의 생활 속에서도 통진의 위상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시의 외형이 아무리 바뀌어도 뿌리는 남는다. 통진은 그 뿌리를 품은 도시다.

김포는 행정 위계 상승과 군사 전략에 의해 구조가 만들어진 도시다. 김포와 통진의 승격은 도시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건이었다. 지금 김포의 다양한 생활권 구조는 이 승격 과정의 결과다. 중심의 이동이 반복되었지만 각 중심은 저마다의 기능을 유지했다.

김포를 분석할 때 통진의 도호부 승격을 이해하는 일은 필수다. 행정 격상이라는 사건은 통진 지역이 김포 공간 구조에서 어떤 위치를 맡고 있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장릉과 문수산이 만든 위계 구조는 오늘 김포 공간의 질서를 나타내는 가장 기초적인 지도다.

통진은 역사 속에서 스스로의 무게를 증명한 고을이다. 문수산이 이를 뒷받침했고, 국가 전략이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김포의 과거를 구성한 네 고을 가운데 통진은 가장 분명하게 격을 올린 공간이다. 통진의 위상 변화는 단지 지역 행정 승격이 아니라 김포의 미래 방향을 비추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