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한 편이 어떻게 중동 시청자의 마음과 도시의 경제를 동시에 움직였는가

수지·김우빈 ‘다지니’, '다 이루어질지니’,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1위+화제성 올킬  사진=2025 10.1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수지·김우빈 ‘다지니’, '다 이루어질지니’, 넷플릭스 비영어 시리즈 글로벌 1위+화제성 올킬  사진=2025 10.1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아랍에미리트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한 다 이루어질지니는 단순히 중위권에 놓인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이 작품은 한국 드라마가 중동 현지 공간 속으로 뛰어들며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와 만나야 하는지, 왜 단 한 편의 진입만으로도 현지 언론의 깊은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2025년 10월 셋째 주 통계에서 확인되는 한국 드라마 유일 진입이라는 결과만 보면 고립된 듯 보이지만, 작품이 남긴 문화적 파급력은 여러 방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천년 동안 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 감정을 잃어버린 인간, 세 가지 소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맨틱 판타지라는 설정만 놓고 보면 익숙한 한국식 서사의 연장처럼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다 이루어질지니는 익숙한 공식을 낯선 공간, 그것도 아랍에미리트를 대표하는 상징물 한가운데로 옮겨 놓았다. 부르즈 칼리파의 전망대와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의 독특한 실루엣,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불리는 두바이몰과 황금 시장 골드 수크의 번잡한 골목, 사막과 오아시스가 교차하는 하타 빌리지, 그리고 광활한 알 쿠드라 사막까지 이 드라마는 두바이의 도시와 자연을 18개의 촬영지로 연결하며 스크린 속 광경을 현지인의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이러한 선택은 제작 환경의 변화나 단순한 볼거리 확대 차원을 넘어선다. 한국 드라마가 기존에 기댔던 도시 이미지, 예를 들어 서울의 빌딩숲이나 부산의 해안 풍경 대신 두바이를 이야기의 중심 무대로 삼았다는 사실은 아랍에미리트 시청자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건넨다. 이 드라마는 한국 이야기의 연장이 아니라 중동을 함께 쓰는 공동 텍스트라는 선언이다.

두바이.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두바이.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다 이루어질지니가 가진 현지화 전략의 위력은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랍에미리트 시청자는 이미 오랜 기간 미국과 인도, 영국 작품에 익숙하다. 제작비가 높고 규모가 큰 미국 드라마는 권력과 범죄를, 인도 드라마는 종교와 가족, 계급 서사를 바탕으로 한 확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시장을 공략해 왔다. 이러한 경쟁 환경에서 한국 드라마는 감정의 밀도와 판타지의 결합을 무기로 삼아 왔지만 점차 장르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다 이루어질지니가 고정된 K드라마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서사의 물리적 공간을 현지에 맞게 확장했다는 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이야기의 핵심 요인인 비일상성, 초월성, 우연의 매력이 바로 두바이라는 도시의 이미지와 정확히 맞물린다. 고층 빌딩이 사막 위에 솟아올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흔들고, 초부유층의 삶이 도시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두바이의 공기 자체가 로맨틱 판타지의 서사적 토양이 된다.

두바이.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두바이.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중동 주요 언론의 반응은 이를 뚜렷하게 확인시킨다. 걸프뉴스는 다 이루어질지니에 대해 안전한 선택을 반복하지 않고 기발함과 유쾌한 어리석음을 실험하려 한다고 평했다. 이 신문은 김우빈과 수지가 보여주는 감정선에 대해 함부로 애틋하게만큼의 폭발력은 없지만 충분히 즐겁고 자연스러운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서사가 매끄럽지 않은 지점들조차 이 작품의 개성으로 읽으며, 논리적 설명을 잠시 내려놓고 부조리의 마법 양탄자를 타는 과정 자체가 드라마의 재미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드라마의 일반적인 수사와 표현 방식에 대한 현지 비평가의 적응력, 그리고 K콘텐츠에 대한 감상 태도가 이미 어느 정도 정착해 있다는 근거로도 읽힌다.

이제 이 작품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관광 수요다. 외국 드라마의 촬영지가 관광지로 전환되는 흐름은 그동안 한국 콘텐츠 안에서 오히려 외부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준 경우가 많았다. 파리와 프라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가 한국 드라마 한 장면으로 인해 여행 버킷리스트에 오르던 시대가 분명 존재했다. 이번에는 그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 이루어질지니 촬영지를 직접 방문하고 같은 앵글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으려는 수요가 걸프뉴스 기사에서 예상한 것처럼 실제 관광 수입으로 이어질 경우, K드라마는 단순한 콘텐츠 수출 산업의 범위를 넘어선 문화 기반 경제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는 2025년 아랍에미리트 관광 산업의 국내총생산 기여액을 2천6백억 디르함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기점으로 한 관광 소비가 그 가운데 일부라도 차지한다면, 콘텐츠 제작이 현지 경제와 직접 연결되는 경로가 보다 도드라지게 드러날 것이다. 또한 한국 제작사가 현지 정부, 관광청, 기업과 손을 잡고 공동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다 이루어질지니’ 호불호 속 송혜교만은 예외…“한 장면이 다 했다”  사진=2025 10.06  넷플릭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다 이루어질지니’ 호불호 속 송혜교만은 예외…“한 장면이 다 했다”  사진=2025 10.06  넷플릭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다 이루어질지니의 성과를 이해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이 작품이 차트에서 1위, 2위가 아니라 6위에 있다는 사실이다. 중위권이라는 위치는 작품의 흐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시장의 냉정함을 함께 담고 있다. 단 한 편이지만 현지화 전략이 작동했고, 문화적 호응을 얻었으며, 관광 유입 가능성까지 열어젖혔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가 한편으로만 존재감을 유지하는 한, 이러한 효과가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경쟁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 드라마는 더욱 정교해진 장르 공식을 확대하고 있고 인도 드라마는 문화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서사 확장을 이어간다. 한국 드라마는 그 사이에서 다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제작 편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장르 확장, 현지 문화 이해, 플랫폼 전략과의 동기화, 그리고 로케이션의 적극적인 활용까지 한 단계 높은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지금의 K드라마가 얼마나 멀리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어느 순간부터 글로벌 시청자의 감정을 장악했던 기억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에서 그 감정이 다시 탄력을 얻으려면, 다 이루어질지니가 남긴 발자국 위에 또 다른 작품이 도착해야 한다. 두바이가 판타지의 도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첫 번째로 입증한 작품이 다 이루어질지니라면, 그 다음 작품은 이 도시를 넘어 중동 전체를 무대로 K드라마의 새로운 공식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이 6위 한 자리는 결코 작은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도약을 위한 좌표 한 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를 여행하는 방식이 이제 다시 바뀌려 하고 있고, 다 이루어질지니는 그 전환의 문을 가장 먼저 열어젖힌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