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 사이: AI 시대의 성평등과 전환적 사유' 주제 7회 무료 강좌, 7월 29일까지
[KtN 김동희기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황혜림)가 주최·주관하는 성평등 영화강좌 '2026 씨네페미니즘학교'가 6월 17일 문을 열었다. 강좌는 7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청년문화공간 JU 니콜라오홀에서 진행된다. 올해 주제는 '가상과 현실 사이: AI 시대의 성평등과 전환적 사유'로, 모두 7회 무료로 운영된다.
씨네페미니즘학교는 영화와 대중문화 콘텐츠를 매개로 동시대 사회 현안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읽어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2년 시작돼 2025년까지 모두 208개 강좌를 운영했고, 누적 참가자는 약 1만 6,300명에 이른다. 서울시 양성평등 가족 기금 공모사업으로 운영되며, 2025년에는 우수사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강좌에는 679명이 참여했다. 만족도 조사에서 전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66점, 재참여 의사는 4.77점, 추천 의사는 4.74점을 기록했다. 페미니즘 이해도 향상 항목도 4.77점이었다. 2025년 강좌는 신청 5일 만에 조기 마감됐고, 강의별 평균 약 130명이 참석했다. 정원을 웃도는 신청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충성 수강층이 형성된 프로그램임을 확인할 수 있다. Nate
7인의 강사, AI 시대의 노동·윤리·재현을 묻다
올해 강좌는 영화 상영과 대화를 결합한 열린 강좌와 전문가 심층 강의 중심의 집중 강좌로 구성된다.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젠더, 생태, 기술의 얽힘 속에서: 코스모폴리틱스 시네마와 AI'를 시작으로, 김신현경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의 '이동하는 몸들: 식민지에서 AI 시대까지', 이소진 연세대학교 강사의 '디지털 기술의 활성화와 노동의 변화', 김수아 서울대학교 교수의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편향과 젠더 재현의 문제', 김은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의 'AI 시대의 윤리적 쟁점', 정보라 작가의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SF, 과학기술, 다양성', 김현미 연세대학교 교수의 '도래하는 세계의 민주적 재구성'까지 7개 강좌가 이어진다.
강사진 구성은 학문적 권위와 대중적 화제성을 함께 겨냥했다. 대학 교수진의 전문성에 더해, 소설 『저주토끼』로 국제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인지도를 넓힌 정보라 작가의 참여는 문학·SF 독자층까지 끌어들이는 통로가 된다.
다루는 의제는 추상적 담론에 머물지 않는다. 채용 알고리즘의 차별, 딥페이크 성범죄, 데이터 편향에 따른 젠더 재현 왜곡은 이미 입법·정책 현안으로 올라와 있다. 씨네페미니즘학교는 채용·자율주행 등 고영향 인공지능과 생성형 AI를 둘러싼 사회적 쟁점을 영화와 강연, 토론을 통해 비판적으로 탐구한다는 기획 방향을 내걸었다.
황혜림 집행위원장은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 기술을 둘러싼 질문 역시 성평등의 관점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며 "변화하는 사회를 이해하고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새로운 상상력을 확장하는 배움과 교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프레임 2년차… 의제 심화인가, 차별성 약화인가
올해 기획은 시의성과 반복성이라는 두 평가가 동시에 가능하다. 2025년 강좌 역시 '가상과 현실 사이, 확장되는 세계와 나와 미디어'를 주제로 디지털 기술이 일상적 관계와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다뤘다. 2026년은 같은 '가상과 현실 사이'라는 표제 아래 초점을 'AI'로 좁혔다. 의제를 한 해 더 깊게 파고든다는 점에서는 심화이지만, 외부 시선에는 주제 변별력이 약해 보일 여지도 있다.
도달 범위의 한계도 짚어둘 만하다. 강좌당 정원 100명, 평일 야간 3시간이라는 운영 구조는 직장인이나 돌봄 부담이 큰 이들, 수도권 밖 거주자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동한다. 무료라는 강점이 곧바로 규모 확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온라인 중계나 다시보기 같은 보완 장치 없이는 '소수 정원·오프라인'이라는 형식이 그대로 도달의 천장이 된다.
공공기금 모델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과제
이 프로그램은 시장 상품이 아니라 공공기금 사업이다. 평가 지표는 매출이 아니라 공공성과 시민 도달, 기금 지속 확보다. 무료 운영과 높은 만족도, 조기 마감은 기금 재선정의 유력한 근거가 된다. 적은 직접비로 높은 정책 가시성을 얻는 효율적 구조이며, AI 윤리·젠더 의제가 정부·지자체 정책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는 점도 향후 예산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만 공모기금 의존도가 높은 사업은 지자체 예산 기조와 평가 결과에 따라 변동 위험을 안는다. 무료 모델은 자체 확장 재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유료 심화과정이나 기업 후원, 온라인 유통 같은 재원 다변화가 없으면 '100명×7회'라는 규모를 넘어서기 어렵다. 공공 문화·교육 사업이 지속하려면 무료의 공공성과 자체 재원 확보를 어떻게 병행할지가 관건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6 '휴먼인더루프'와의 접점
올해 강좌의 문제의식은 트렌드 코리아 2026의 제1 키워드 휴먼인더루프와 맞닿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하며 최종 판단과 창의성을 담당하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핵심으로 제시한다. 데이터 편향과 젠더 재현, AI 윤리, 민주적 재구성을 다루는 강좌의 방향은 '기술 위에서 인간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라는 문제와 직접 포개진다. 반면 짧고 빠른 소비를 뜻하는 픽셀라이프나 소비 자동화를 뜻하는 제로클릭과는 거리가 멀다. 3시간씩 7주를 함께 사유하는 형식 자체가 그 흐름의 반대편에 서 있다.
씨네페미니즘학교는 7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이어진다. 후반부 강좌가 여름 휴가철과 겹치는 만큼, 신청 추이와 회차별 출석률이 운영 성과를 가늠하는 변수가 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본 행사인 28회 영화제는 오는 8월 개최될 예정이며, 수강 및 프로그램 문의는 기획사업팀으로 받는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