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바우처 720억원으로 확대·경북 식품융합클러스터 선정…제품개발에서 첫 계약까지 지원망 재편
[KtN 박준식기자]2026년 K푸드 수출지원사업에 707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보다 9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농식품 수출바우처는 360억원에서 720억원으로 두 배 확대됐고, 수출 경험이 없는 기업도 연내 수출계획을 제시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 이미 해외 유통망을 갖춘 기업뿐 아니라 첫 계약을 준비하는 중소 식품기업까지 정책 대상에 포함한 변화다.
경북은 올해 식품융합클러스터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2027년까지 45억원을 투입해 농산물 전처리와 식품 제조, 포장에 필요한 시설을 갖춘 공유형 식품공장을 구축한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식품 육성과 제품개발, 실증, 사업화, 수출을 한 권역 안에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경산에서 대추홍삼절편과 한방 원료 제품을 개발하는 ㈜해담 같은 기업에는 지원 예산의 총액보다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중요하다. 수출실적이 없는 기업이 제품 등록과 포장 변경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지, 지역에서 시제품을 만들고 시험생산을 진행할 수 있는지, 바이어 상담이 계약으로 이어질 때까지 지원이 계속되는지가 해외 진입 속도를 좌우한다.
수출 전 기업에 열린 ‘도전 단계’
2026년 농식품글로벌성장패키지 공모형에는 수출실적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도전 단계’가 운영됐다. 최근 3년간 수출 기록이 없더라도 올해 수출계획을 제시하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샘플을 해외에 전달했거나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지만 아직 선적 실적이 없는 기업도 사업계획과 제품 준비 수준을 바탕으로 지원에 도전할 수 있다.
모든 수출지원사업이 같은 조건으로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진행된 글로벌성장패키지 추가 공모는 최근 3년간 농식품 수출실적이 있거나 올해 수출실적 또는 수출 예정이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추경 사업은 2025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농식품 수출액이 1만달러 이상인 기업으로 신청 대상을 정했다. 기업의 수출 단계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사업이 나뉜 구조다.
수출실적이 없는 지역기업에는 도전 단계가 사실상 첫 진입로다. 제품의 국내 판매 실적과 해외 바이어의 관심, 생산능력, 목표시장, 예상 공급가격을 사업계획서에 담아야 한다. 대표가 제품개발과 생산, 영업을 함께 맡는 소규모 제조기업에는 신청서 작성과 해외시장 계획 수립도 적지 않은 행정 업무다.
올해부터 해외 인증·등록, 수출보험, 수출 컨설팅, 글로벌 브랜드 육성, 선도유지제 구입 지원 등 기존의 5개 개별사업은 글로벌성장패키지로 통합됐다. 기업이 제품 등록과 보험, 컨설팅을 별도로 신청하던 구조를 하나의 사업 안에서 조합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홍삼절편과 한방 음료는 수입국에 따라 식품 유형과 표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성분검사와 현지어 라벨, 영양성분 표시, 상표와 포장 변경에 비용이 들어간다. 지원금은 수출 준비비용을 줄여주지만 공급가격과 최소 주문수량을 바이어와 맞추고 주문서를 확보하는 과정까지 대신하지는 않는다.
엄수현 해담 대표는 프랑스 측에 제품 샘플을 전달했고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 바이어들과 상담을 진행해 왔다. 프랑스 현지에서 판매된 단계는 아니며, 바이어 문의도 계약이나 선적과는 구분된다. 해담이 글로벌성장패키지를 비롯한 지원사업에 참여할 경우 필요한 영역도 홍보보다 제품 등록과 표시, 가격 설계, 거래 조건 구체화에 가깝다.
경북 공유공장, 지역 안에서 잇는 시험생산
식품기업이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연구개발 이후에도 시제품 제작과 시험생산, 포장, 품질관리 공정을 거쳐야 한다. 자체 공장을 갖추지 못한 초기기업은 생산설비를 보유한 업체를 찾거나 일정 물량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제품 판매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비를 들이거나 대량생산을 맡기면 초기 비용과 재고 부담이 커진다.
경북 식품융합클러스터는 해당 공백을 공유형 식품공장으로 보완한다. 2027년부터 지역 유휴시설에 농산물 전처리와 식품 가공·제조, 포장 설비를 구축해 기업의 시제품 제작과 제품 생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마와 생강, 헴프씨드 등 경북 특산물을 활용한 건강식품 육성도 사업계획에 포함됐다.
경산 대추와 홍삼을 결합한 해담의 제품 개발도 지역 식품산업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 엄 대표는 대구한의대학교와 연결된 연구환경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이전을 받아 한방 원료를 활용한 상품군을 넓혀 왔다. 대학에서 확보한 연구 결과가 상품으로 나오려면 시험생산과 포장, 판매처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공유공장이 가동되면 지역 식품기업은 연구개발 이후의 제조 공정을 경북 안에서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 된다. 소량 생산이 가능한 설비와 전문인력을 공동으로 이용하면 신제품마다 별도 생산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클러스터의 이용 대상과 사용료, 생산 가능한 식품 유형, 장비 예약과 품질관리 방식은 기업의 실제 이용 폭을 결정한다. 공유공장이 특정 원료나 건강기능식품에 집중될 경우 일반 가공식품을 만드는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범위도 달라진다. 도내 기업이 시제품 제작에서 상용 생산까지 연속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계를 갖추는 일이 사업 성과와 직결된다.
집중 지원과 보편 지원 사이
정부의 K푸드 지원망은 다수 기업이 신청할 수 있는 사업과 선정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사업으로 나뉜다. 올해 ‘글로벌 NEXT K푸드 프로젝트’에는 수출 역량에 따라 밸류업·브랜드업·스타트업 부문으로 구분된 145개사가 선정됐다. 상품 개발과 기업 간 거래·소비자 거래 마케팅, 주요 유통업체 입점 등을 지원한다.
해외 현지에는 K푸드 수출 거점 재외공관 30곳이 지정됐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력시장에 5곳, 아세안과 유럽·중앙아시아·중동 등 유망시장에 17곳, 오세아니아와 중남미·아프리카 등 잠재시장에 8곳이 배치됐다. 현지 기관과 바이어, 유통업체를 연결하고 식품 규정과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145개 집중 지원기업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도 바우처와 현지화 지원, 거점공관의 시장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야 정책 저변이 넓어진다. 소규모 지역기업은 대규모 홍보행사보다 제품에 맞는 수입업체 정보와 국가별 등록 절차, 실제 거래 가능성이 있는 바이어 검증이 먼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당초 150억달러로 제시했던 2026년 K푸드+ 수출 목표를 160억달러로 높였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70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푸드+에는 농식품 53억8000만달러와 농기자재·동물용 의약품·스마트팜 등 농산업 수출이 함께 포함된다. 지역 가공식품기업의 정책 성과는 K푸드+ 총액과 별도로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해담의 해외 진출은 샘플 전달과 바이어 상담 단계에 놓여 있다. 수출바우처는 성분검사와 제품 등록, 포장 변경에 드는 비용을 낮추고, 경북 식품융합클러스터는 시제품과 생산설비의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두 지원축이 연결되면 지역기업은 제품개발과 시험생산, 해외 등록을 한 흐름 안에서 추진할 수 있다.
7070억원의 지원 예산은 기업이 사용할 때 매출로 바뀐다. 수출실적이 없던 기업이 첫 계약과 선적에 도달하고, 첫 주문 뒤 재주문이 이어지며, 늘어난 생산량이 경산 대추를 비롯한 지역 농산물 매입으로 돌아갈 때 정책의 성과도 지역경제 안에 구체적인 숫자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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