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배심원, 단절된 부자 관계를 살인사건에 옮기며 마지막까지 유죄 고집
영화는 찢어진 사진을 감정의 물증으로, 연극은 전신의 붕괴와 침묵으로 형상화
‘필코노미’와 분노 확산의 시대…공적 판단을 지키는 힘은 감정의 출처를 가려내는 데서 시작
[KtN 박준식기자]마지막 유죄표는 증거보다 오래 버틴다. 칼의 유일성은 무너졌고 두 목격자의 진술에도 합리적 의심이 생겼다. 유죄를 고수하던 4번 배심원마저 표를 바꾸면서 표결은 11대 1이 된다. 배심원실에 홀로 남은 유죄는 3번 배심원의 몫이다.
3번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다시 꺼내지만 말은 점차 사건 현장을 벗어난다. 아버지에게 살의를 드러낸 소년의 외침을 되풀이하던 목소리는 자식의 배은망덕을 성토하는 분노로 바뀐다. 피고의 아버지를 말하던 입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자기 아들의 기억이 흘러나온다. 8번 배심원은 두 사람을 가르는 한 문장을 건넨다. “걘 당신 아들이 아녜요. 다른 사람입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의 마지막 반전은 새로운 증거의 발견이 아니다. 법정 밖에 남아 있던 3번의 가족사가 평결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의 폭로다. 소년의 유죄를 확신한다고 믿었던 남자는 실제로는 자기 아들에게 끝내 행사하지 못한 권위를 낯선 피고에게 집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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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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