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데이’ 논란 뒤 2주간 조건 없는 환불…자사카드만 적용, 모바일 교환권은 제외
[KtN 박준식기자]스타벅스를 더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는 카드 잔액을 돌려받기 위해 최종 충전 뒤 남은 금액의 60%를 먼저 써야 했다. 소비를 중단하려면 다시 소비해야 하는 구조였다. 스타벅스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탱크 데이’ 마케팅을 계기로 불매와 환불 요구가 함께 번지면서 평소에는 주목받지 않았던 선불카드 약관이 기업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스타벅스가 현재 안내하는 카드 환불 기준도 최종 충전 후 합계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한 경우 남은 잔액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2026년 5월 18일은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이었다. 스타벅스는 앱에서 텀블러 판매 행사를 진행하며 ‘탱크 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5·18 당시 계엄군의 전차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당일 행사를 중단했다. 손정현 당시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는 5·18 영령과 오월 단체, 광주 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 등에 대한 사과와 내부 검수 절차 개선 방침이 담겼다.
신세계그룹은 당일 손정현 대표와 담당 임원에게 해임 조치를 내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5월 19일과 26일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행사 중단과 경영진 문책 뒤에도 스타벅스 카드를 충전해 둔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는 이어졌다. 기업과의 거래를 끊으려는 소비자에게 60% 사용 조건이 그대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5월 26일 기존 환불 기준을 한시적으로 풀었다. 6월 1일부터 14일까지 사용 비율과 관계없이 스타벅스 카드의 남은 잔액을 전액 돌려줬다. 앱으로 신청하면 7영업일 이내에 지급했고 계정당 환불 한도는 200만원이었다. 매장 환불은 앱에 등록하지 않은 무기명 실물카드를 중심으로 운영했다. 환불을 위해 별도의 시스템 개발도 진행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개선방안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권향엽 국회의원,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스타벅스 불매 과정에서 불거진 온라인 상품권 환불 기준과 소비자 보호 방안을 다뤘다.
조건 없는 환불은 기업이 사회적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선택한 임시조치였다. 약관상 소비자의 상시 권리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6월 14일 환불 기간이 끝난 뒤에는 다시 60% 사용 조건이 적용됐다. 소비자가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지는 공통 규정이 아니라 기업의 판단과 논란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상태로 돌아갔다.
환불 대상도 모든 스타벅스 관련 상품권으로 넓어지지 않았다. 한시적 조치는 스타벅스가 직접 발행한 충전식 카드에 적용됐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에서 구매한 모바일 교환권과 e카드 교환권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도 자사 충전카드와 외부 플랫폼이 판매한 교환권은 발행·결제·환불 구조가 달랐다. 스타벅스 사태를 전체 모바일 상품권 문제로 곧바로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사 충전카드는 상품 제공자와 카드 발행자, 잔액 보유자, 환불 담당자가 모두 스타벅스로 모인다. 일반 모바일 교환권은 브랜드 본부와 쿠폰사, 판매 플랫폼, 가맹점이 업무를 나눠 맡는다. 스타벅스 자사 카드에서는 환불 책임자를 찾기 어려워서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잔액을 보유한 사업자가 사용률을 환불 조건으로 정한 구조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2주간의 예외 환불은 60% 기준의 성격도 드러냈다. 스타벅스는 시스템을 조정한 뒤 사용 실적을 따지지 않고 잔액을 지급했다. 60%를 채우지 않은 잔액의 반환이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평시 약관이 반환을 제한하고 있었다. 정상적인 소비자의 환불과 대량 현금화 목적의 거래를 같은 사용률 기준으로 일괄 제한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다시 따져볼 근거가 됐다.
선불금 규모는 환불 제한의 경제적 무게를 키웠다. 스타벅스코리아 감사보고서상 2025년 말 선불금 잔액은 4275억6000여만원으로 1년 전보다 8.22% 늘었다. 국회가 금융감독원 등에서 받은 별도 자료에서는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선불충전금 누적액이 2조6249억원, 충전 건수가 8113만건으로 집계됐다. 스타벅스가 선불금을 예금과 신탁 등으로 운용해 얻은 이자·투자 수익은 같은 기간 약 408억원이었다.
소비자는 먼저 돈을 맡기고, 기업은 상품을 제공하기 전까지 해당 자금을 보유한다. 스타벅스는 선불금을 운용해 수익을 얻었지만 소비자는 거래를 중단할 때도 잔액의 60%를 사용해야 했다. 선불금 보유에 따른 편익은 기업에 돌아가고 환불 조건을 충족하는 부담은 소비자가 지는 비대칭이 불매 과정에서 선명해졌다.
금융 규율에도 빈틈이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하나의 가맹점에서만 사용되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자에게 금융위원회 등록 의무를 면제한다. 스타벅스 카드처럼 자사 매장에서만 사용하는 폐쇄형 수단은 대형 선불업자에게 적용되는 등록·감독 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충전금 규모가 수천억원으로 커져도 사용처가 한 사업자로 한정돼 있다는 이유로 보호 수준이 달라지는 구조다.
토론회에서는 기업의 중대한 사회적·도덕적 귀책사유가 확인되면 사용률과 관계없이 환불을 허용하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원의 사실 확인, 사업자의 공식 사과와 시정조치 등을 요건으로 삼는 방안이다. 스타벅스처럼 기업이 잘못을 인정하고 대표 해임과 공식 사과까지 진행한 사안에서 소비자가 추가 지출 없이 거래를 끝낼 수 있도록 공통 근거를 두자는 취지다.
사회적 귀책사유를 환불 조건에 넣으려면 적용 범위를 세밀하게 정해야 한다. 기업 논란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선불금의 즉시 반환을 허용할 경우 사실관계가 확정되기 전 대량 인출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공식 인정이나 행정기관의 사실 확인, 적용 기간, 환불 한도, 대상 상품권을 함께 규정해야 정치·사회적 논쟁이 환불 여부를 좌우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사용률 조건을 곧바로 전액 현금환불 원칙으로 바꿀 경우 할인 구매 뒤 현금화, 반복·대량 환불, 자금세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본인 확인과 1일·월간 환불 한도, 이상거래 탐지, 실제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한 반환 등 부정 거래를 선별하는 장치를 함께 마련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정위의 현행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은 금액형 상품권의 60%, 1만원 이하 상품권의 80%를 사용한 경우 잔액 반환을 규정한다. 스타벅스 자사 약관은 금액 규모와 관계없이 60% 기준을 적용한다. 같은 ‘모바일 상품권’이라는 이름 아래 사업자 약관과 표준약관의 기준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부터 분리해 다룰 필요가 있다. 공정위가 공개한 최신 표준약관은 2025년 9월 11일 개정본이며, 2026년 8월 7일 현재 유효기간 전 사용률 기준을 바꾼 새 개정본은 게시되지 않았다.
스타벅스의 조건 없는 환불은 14일 동안만 유지됐다. 소비자가 추가 구매 없이 거래를 끝낼 수 있었던 기간도 14일이었다. 공정위의 후속 검토에서는 자사 충전형 카드와 외부 플랫폼 교환권을 구분하고, 사회적 귀책사유가 확인된 기업의 선불금 환불 요건과 부정 현금화 방지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임시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소비자가 남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규칙이 만들어질지가 다음 논의의 범위를 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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