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처럼 보이는 웃음 뒤에 반복 가능한 연기 구축
원작의 한 컷을 몸과 표정으로 옮기고 동료와 장면 완성
“응큼한 순간보다 유미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세포”
[KtN 김동희기자]긴 바지가 뜯겨 나가자 짧은 반바지를 입은 응큼세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에서 객석의 웃음과 비명이 한꺼번에 터지는 '응큼 파티' 장면이다. 게슴츠레하게 뜬 눈, 비틀어 세운 몸, 태연한 표정이 강한 조명과 음악을 만나면서 무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뀐다.
관객에게는 돌발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장면을 구성한 요소는 대부분 연습실에서 준비됐다. 배우 이경욱은 긴 바지를 뜯는 시점부터 짧은 반바지가 드러난 뒤의 몸짓, 견습세포 109를 '백구'라고 부르며 강아지 놀이로 이어가는 과정까지 동료 배우와 맞췄다. 웃음이 나왔다고 매회 새로운 대사를 보태지도 않는다. 공연이 시작된 뒤에는 연습 과정에서 확정한 약속을 지킨다.
“제 데이터에는 다 있어요. 미리 준비한 장면을 마치 순간적인 애드리브처럼 보이게 연기하는 거죠.”
이경욱은 2026년 6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에서 응큼세포를 원캐스트로 연기하고 있다. 공연은 8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원작 웹툰과 드라마에서 응큼세포는 유미의 욕망과 본능을 대변한다. 무대에서는 한정된 등장 시간 안에 장면의 분위기를 바꾸고 다른 세포들을 움직이는 인물로 비중이 커졌다.
이경욱의 응큼세포가 웃음을 얻는 방식은 배우의 희극적 감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원작의 시각적 특징을 극장의 크기에 맞춰 바꾸는 과정, 큰 체격과 짧은 의상이 만드는 대비, 상대 배우가 반응할 시간을 남기는 호흡이 함께 작동한다. 우연히 터진 웃음을 반복 가능한 장면으로 바꾸는 능력도 필요하다.
응큼세포로 귀결된 오디션
처음부터 응큼세포를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이경욱은 오디션에서 촉세포의 지정 대사를 받았다. 노래는 일반적인 뮤지컬 넘버가 아닌 가요를 준비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김현철의 '달의 몰락'을 울랄라세션 버전으로 골랐다. 노래와 리듬, 움직임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곡이었다.
“오디션 대기실에서 모든 배우가 가요를 부르고 있었어요. 뮤지컬 오디션인지 아이돌 오디션인지 모를 정도로 신선했죠. 저는 가요를 워낙 좋아하고 움직이는 것도 좋아해서 울랄라세션 버전의 '달의 몰락'을 준비했습니다.”
합격 연락을 받은 뒤 응큼세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당황했다. 예상하지 못한 배역이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판단이 바뀌었다. 희극적인 장면을 좋아하고, 아슬아슬한 표현을 불쾌하지 않은 웃음으로 돌려놓는 자신의 성향과 배역이 맞아떨어졌다.
“제 장면만 놓고 봐도 ‘정말 재미있게 만들고 잘 소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풀면 이경욱만의 응큼세포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배역이 정해진 뒤에는 웹툰과 드라마를 다시 살폈다. 다른 배우의 목소리나 말투를 모사하지는 않았다. 원작에서 반복되는 눈과 입 모양, 몸을 꼬는 자세, 오해를 불러일으킨 뒤 웃음으로 꺾는 대사를 골라냈다. 원작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실제 사람의 몸으로 구현할 수 있는 범위를 찾았다.
“응큼하다고 해서 너무 직설적으로만 가져가면 재미가 없어요. 원작의 행동과 표정, 위트 있게 꺾을 수 있는 대사는 참고하되 연기할 때는 ‘이경욱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림에서 몸으로, 한 컷에서 1000석 극장으로
웹툰의 세포는 한 컷 안에서 성격을 드러낸다. 붉어진 얼굴과 게슴츠레한 눈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힌다. 무대에서는 같은 표정이 객석 뒤편까지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얼굴뿐 아니라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 몸통의 방향, 팔과 다리의 모양이 함께 캐릭터를 설명해야 한다.
이경욱은 거울을 보며 눈과 입 모양을 확인했다. 원작의 표정이 사람의 얼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시험하고, 멀리서도 뜻이 전달될 수 있도록 동작을 키웠다.
“그림에서는 한 번에 보이는 표정이 사람이 하면 다르게 보일 수 있잖아요. 무대에서 애매하게 표현하면 관객이 알아보기 어려워요. 보자마자 어떤 세포인지 알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과장된 몸짓을 먼저 정한 뒤 감정을 끼워 맞추지는 않았다. 이경욱은 캐릭터의 감정을 먼저 찾고 그 감정에 맞는 움직임을 만든다고 했다. 감정에서 나온 몸짓을 반복하고 확대해 배역의 특징으로 남긴다. 웃음을 위한 동작도 캐릭터의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선택한다.
“감정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맞는 움직임을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게 보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로서 설득된다면 과감한 제스처도 해요. 감정에서 나온 동작을 발전시키거나 시그니처로 만드는 경우가 많죠.”
응큼세포의 몸짓이 단순한 몸 개그로 끝나지 않는 배경에는 캐릭터의 목적에 대한 해석이 있다. 이경욱은 응큼세포를 유미의 욕망만 부추기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유미가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 앞에서 한 걸음 나아가기를 바라는 세포로 접근했다.
“단지 응큼한 순간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유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그 마음이 있어야 세희가 나타났을 때 실망도 더 커지고, 장면이 사랑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응큼세포와 사랑세포도 서로 단절된 존재가 아니다. 욕망과 사랑은 유미의 마음 안에서 맞물려 움직인다. 이경욱은 응큼세포를 사랑이 다른 방향으로 강하게 발현된 결과로 해석했다.
“생각해 보면 응큼세포도 사랑에서 발현되는 세포 같아요. 사랑세포가 다른 방향으로 흑화해서 나온 느낌이랄까요.”
해당 해석은 응큼세포의 웃음에 목적을 만든다. 웅이와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려는 행동이 성공하면 유미의 행복에 가까워지고, 세희의 등장으로 흐름이 깨지면 응큼세포의 실망도 커진다. 웃음 뒤에 유미를 향한 감정이 놓이면서 캐릭터가 일회성 분위기 전환용 인물에서 벗어난다.
긴 바지를 뜯는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
원작의 응큼세포는 바지를 입지 않은 채 돌아다닌다. 실제 무대에서는 짧은 반바지로 특징을 옮겼다. 이경욱은 처음부터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하는 방법에 부담을 느꼈다. 큰 키와 강한 캐릭터, 눈에 띄는 의상이 겹치면 응큼세포의 중심 장면이 오기 전부터 다른 배우의 연기를 가릴 수 있다고 봤다.
해법은 의상을 감췄다가 필요한 순간에 드러내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긴 바지를 입고 있다가 '응큼 파티'에서 바지를 뜯어내자고 제안했다. 응큼세포의 시그니처를 유지하면서 등장 장면의 전환도 키울 수 있었다.
아이디어를 확인하기 위해 옆면이 쉽게 뜯기는 환자용 바지를 직접 구했다. 집에서 시험한 뒤 막바지 런스루에 가져갔다. 일부 제작진을 제외한 배우와 스태프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실제 공연처럼 바지를 뜯었다.
“집에서 먼저 해보고 ‘이거 괜찮다, 내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과 스태프가 모인 자리에서 확 뜯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죠.”
첫 공연에서는 웃음과 함께 비명이 나왔다. 짧은 반바지 자체보다 긴 바지로 감춰뒀던 몸의 실루엣이 한순간에 바뀌는 과정이 객석의 반응을 끌어냈다. 이경욱의 큰 체격, 짧은 의상, 흔들리지 않는 표정, 음악의 정점이 한 지점에서 만났다.
이경욱은 의상에 맞춰 몸도 준비했다. 연습을 시작할 당시 87∼88㎏이던 체중을 82∼83㎏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큰 키는 응큼 크루 앞에 선 캐릭터를 선두주자처럼 보이게 했다. 길게 뻗은 신체와 짧은 의상의 대비는 응큼세포의 능청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라는 조건은 표현의 범위를 정했다. 연습실에서는 현재 공연보다 수위가 높은 아이디어도 나왔다. 일부는 관람 연령에 맞춰 덜어냈다. 이경욱은 표현의 수위를 낮추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웃음을 찾았다. 2막 법정 장면에서는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아는 동요의 리듬에 '엉큼'이라는 말을 결합했다.
관람 연령은 표현을 막는 제한으로만 작용하지 않았다. 성적인 암시를 줄인 자리에 세대가 함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유희와 몸짓이 들어갔다. 응큼세포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가족 관객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장면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순간처럼 보이기 위해 반복한 시간
이경욱은 무대 위 순발력이 좋은 배우로 보인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캐릭터를 유지하고, 상대가 던진 반응을 받아 장면을 이어간다. 그러나 평소 공연에서 즉흥 대사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실제 티키타카에서 애드리브는 거의 안 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바꿔보려고 하는데 어때요’라고 먼저 물어봐요. 어레인지한 뒤 대본처럼 만들어서 애드리브로 보이게 하는 거죠.”
'응큼 파티'에서 견습세포 109를 '백구'라고 부르는 장면도 연습실에서 만들어졌다. 이경욱이 최재림에게 강아지처럼 짖으며 다가가겠다고 제안하자 최재림은 대형견처럼 움직이는 반응을 보탰다. '산책 가자'는 대사가 붙고, 견습세포의 '견'을 개 견(犬)으로 바꾸는 농담으로 이어졌다.
배우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상대의 몸을 만나면서 장면의 흐름이 길어졌다. 응큼 크루까지 같은 에너지로 움직이자 이경욱의 개인기는 앙상블 장면으로 확장됐다.
“응큼 파티에 나오는 배우들이 그 장면에서 스트레스를 다 푸는 것 같아요. 제가 노래를 부르고 장면을 이어가느라 자세히 보지는 못하지만 에너지가 느껴져요. ‘지금 다들 물 만난 고기구나’ 싶을 정도예요.”
준비된 연기가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기반이 된 날도 있었다. 긴 바지를 뜯은 뒤 안에 입어야 할 짧은 반바지를 빠뜨린 채 무대에 오른 날이었다. “입었어, 입었어”라고 대사를 이어가던 이경욱은 상황을 확인한 뒤 “어머, 안 입었네”라고 말했다. 응큼세포의 말투와 표정을 유지한 채 무대 밖으로 나가 의상을 갖춰 입고 돌아왔다.
다른 배우들도 장면을 중단하지 않았다. 일부 관객은 사고가 아니라 원래 연출로 받아들였다. 한 배우의 순발력만으로 완성된 대처는 아니었다. 함께 무대에 선 배우들이 약속되지 않은 상황을 작품의 문법 안에서 받아냈기 때문에 공연은 계속될 수 있었다.
창작 초연에서 배우가 맡는 몫
'유미의 세포들'은 웹툰과 드라마로 축적된 방대한 이야기를 한 편의 공연에 담는다. 웹툰은 컷을 넘기며 장면을 전환하고, 드라마는 편집과 화면 효과로 현실과 세포마을을 오간다. 무대에는 화면 전환을 대신할 배우의 동선과 조명, 음악이 필요하다.
대본으로 읽을 때는 자연스럽던 장면도 여러 배우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시선과 동선이 충돌했다. 세포마다 강한 성격을 드러내면서도 유미의 감정이라는 한 방향으로 모여야 했다. 배우들은 원작의 표정과 대사,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가져오는 동시에 실제 무대에서 장면이 작동할 수 있도록 고쳤다.
이경욱은 자신의 중심 장면보다 여러 배우가 함께 나오는 장면을 먼저 살폈다고 했다. 의견을 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배우에게도 생각을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우들에게 ‘가지고 있는 걸 생각만 하지 말고 이야기해 달라’고 했어요. 과감하게 말하라고요. 모두가 함께 만드는 작업이고, 아이디어가 많아야 장면에 힘이 실리니까요.”
창작 초연에서 배우는 완성된 결과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본의 빈틈을 몸으로 확인하고, 음악과 대사 사이에서 멈추는 지점을 찾아낸다. 자신이 돋보이는 행동보다 상대 배우가 반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때 장면의 길이가 늘어난다.
이경욱은 해당 과정을 창작뮤지컬의 고통이자 매력으로 꼽았다. 이미 정해진 동작과 대사를 충실하게 재현하는 능력과 함께, 빈 장면을 채울 상상력도 배우의 몫이라고 봤다.
“창작할 때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그래도 배우라면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누가 만들어준 음식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을 만들어가는 경험이 결국 배우의 밑거름이 됩니다.”
보상은 객석에서 돌아온다. 연습실에서 여러 차례 부딪히며 만든 장면에 관객이 웃고, 배우들이 의도한 감정에 함께 반응한다. 이경욱은 “우리가 만든 것을 관객이 좋아해 줄 때 오는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를 창작뮤지컬의 매력으로 들었다.
여러 창작뮤지컬을 거친 경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루는 기준도 만들었다. 이전 배우와 다르게 보이기 위해 행동을 바꾸지는 않는다. 기존 장면이 만들어진 이유를 먼저 확인하고, 새 선택이 작품 안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때 연출진과 상의한다. 개성을 드러내되 작품의 약속을 넘어가지 않는 방식이다.
웃음의 방향이 유미에게 닿을 때
공연 초반 이경욱이 가장 좋아한 장면은 긴 바지를 뜯는 순간이었다. 공연을 거듭하면서 답이 달라졌다. 모든 세포가 유미를 바라보며 응원하는 마지막 장면을 먼저 꼽았다.
“유미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요. 자신을 응원하고 오직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다는 장면이잖아요. 세포들이 유미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객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맞아떨어졌으면 좋겠어요.”
작품 속 세포들은 유미를 대신해 결정하지 않는다. 사랑세포와 이성세포, 감성세포와 불안세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마지막 선택은 유미의 몫이다. 세포들의 충돌은 한 사람 안에 양립하기 어려운 감정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응큼세포도 유미의 일부다. 감추고 싶은 본능을 밖으로 꺼내 웃음의 대상으로 삼지만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유미에게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랑을 향해 움직일 힘으로 바꾼다. 이경욱이 응큼세포의 목적을 유미의 행복에 둔 이유다.
'응큼 파티'의 웃음과 마지막 장면의 위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세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유미를 움직이고 지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향한다. 응큼세포의 과장된 몸짓도 유미가 자기 마음을 받아들이는 과정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
이경욱은 관객이 극장을 나설 때 “표값이 아깝지 않고, 보기를 잘했다고 느낄 만큼 개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연을 본 시간만큼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즐기기를 바랐다.
“무대에 있는 세포들조차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세포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절대 혼자가 아니고,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경욱을 움직이는 세포
이경욱에게 자신의 삶을 움직이는 ‘프라임 세포’를 묻자 사랑을 꼽았다. 2026년 3월 결혼한 아내가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했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객석이 얼마나 찼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묻는 가족의 관심도 무대를 이어가는 힘이다.
“전에는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어서 스스로 ‘그래도 한번 해보자’고 움직였어요. 지금은 아내가 자신감을 많이 심어줘요. 가족이 뒤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도 느끼고요.”
사랑 다음으로는 패션세포를 꼽았다. 촬영 일정이 있으면 전날부터 입을 옷을 고르고, 다음 날의 의상을 미리 정해두는 편이다. 계획한 옷에 주름이 잡혀 있으면 다른 옷을 찾아 입을 만큼 준비 과정이 구체적이다. 무대 밖에서 옷을 고르는 습관과 무대 위에서 의상을 캐릭터의 장치로 활용하는 방식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배우로서 계속 움직이는 원동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이다. 관객의 박수와 동료의 반응이 바퀴를 계속 굴리게 한다.
“공연이 끝나고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하면 늘 ‘고생은 무슨,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라고 해요. 지금은 팀 안에서 유행어가 됐어요.”
'유미의 세포들'이 자신에게 남긴 것을 묻자 이경욱은 인기나 다음 작품을 말하지 않았다. 함께 장면을 만든 배우와 스태프를 먼저 꼽았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저에게는 엄청난 재산일 것 같아요. 제가 더 잘되고 인기를 얻는 것보다 사람이 남았습니다. 오래 보고 싶다고 항상 이야기해요.”
공연은 8월 23일 막을 내린다. 재연이나 앙코르가 성사된다면 다른 세포를 맡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없어요. 무조건 응큼세포입니다. 허락만 한다면 원캐스트로 계속하고 싶어요.”
순간적인 애드리브처럼 보이기 위해 장면을 반복하고, 혼자 받을 수 있는 웃음을 동료 배우가 함께 움직이는 웃음으로 넓혔다. 원작의 한 컷에서 출발한 응큼세포는 이경욱의 표정과 몸, 동료들의 반응을 거쳐 무대 위 인물이 됐다. 초연이 끝난 뒤 이경욱에게 남는 것도 혼자 받은 박수보다 함께 장면을 만든 사람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