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그대로 옮겨 입는 시대에서 ‘나에게 맞게 편집하는 시대’로…PROJECT PUMA PLUS. FW26가 드러낸 색·선·비율·골격의 관계
[KtN 임우경기자]옷은 몸에 가장 가까운 사회적 언어다. 말보다 먼저 색이 들어오고, 목소리보다 먼저 실루엣이 보인다. 넓은 어깨는 사람을 크게 만들고, 높은 칼라는 얼굴을 작게 만들기도 한다. 허리선 하나가 다리의 길이를 바꾸고, 얼굴 바로 아래 놓인 브라운 한 조각이 피부의 인상을 달리한다. 패션에서 오래 남는 기준은 결국 어떤 옷이 누구의 몸 위에서 자기 언어를 얻는가에 있다.
PROJECT PUMA PLUS. FW26는 옷과 사람의 관계를 들여다보기 좋은 컬렉션이다. ‘Functional Beauty’를 앞세운 FW26에는 넓은 몸판, 높은 칼라, 짧은 아우터와 긴 이너, 충분한 폭을 가진 팬츠가 반복된다. 브라운과 베이지, 올리브, 회색처럼 채도를 낮춘 색이 중심을 이루고 로고는 옷의 표면을 점령하지 않는다. 와시 종이와 캔버스, 목재, 쇼지에서 가져온 색과 질감의 인상도 화려한 장식보다 차분한 색조와 절제된 외관으로 옮겨졌다.
스포츠웨어가 기능을 드러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기능을 강조하는 장치보다 옷과 몸 사이에 남겨둔 공간,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폭, 겹쳐 입을 수 있는 길이가 먼저 들어온다. 가벼움과 내구성, 통기성을 현대적인 일상복 안에 배치하면서 기능은 눈에 띄는 기술보다 입었을 때 생기는 여유에 가까워졌다.
사람이 입는 순간 옷의 언어는 달라진다. 같은 오버사이즈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세련된 여백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몸을 집어삼키는 부피가 된다. 같은 브라운도 얼굴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안색이 무거워지는 사람도 있다. 같은 하이넥 역시 목이 긴 사람에게는 조형적인 요소가 되지만 목이 짧은 사람에게는 얼굴과 어깨 사이의 공간을 좁힌다.
‘어울린다’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조건을 품고 있다. CMK이미지코리아는 스타일을 컬러, 실루엣, 소재, 패턴, 신체와 착장 비율, 액세서리, 헤어와 그루밍, 체형과 자세, 태도와 일관성이 함께 만드는 것으로 본다. 옷 한 벌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에게 이미 존재하는 색과 선, 크기와 비율이 의복과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를 살피는 작업에 가깝다.
PROJECT PUMA PLUS.의 오버사이즈도 크기보다 비율에서 먼저 갈린다. 짧은 상의와 높은 허리선은 하체의 비중을 키우고, 긴 상의와 낮은 허리선은 상체의 길이를 늘린다. CMK이미지코리아 자료에서도 시각적으로 인식되는 허리 위치에 따라 3:7과 4:6의 착장 비율이 달라지며, 상·하체가 비슷하게 나뉘는 5:5에서는 상체가 길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체구가 작다고 오버사이즈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넓은 몸판을 남기면서 이너 길이를 줄이고, 팬츠의 시작점을 조금 높이고, 밑단이 신발 위에 지나치게 쌓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 반대로 키가 크고 하체가 긴 사람은 짧은 아우터와 긴 팬츠, 레이어드된 이너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다만 키 하나만으로 실루엣을 결정할 수는 없다. 어깨와 얼굴, 손과 발을 포함한 골격의 크기까지 함께 작용한다.
이미지컨설팅에서 골격을 Fine·Medium·Strong으로 나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굴 각 부분과 신체의 스케일이 달라지면 같은 디자인 면적도 다르게 느껴진다. CMK이미지코리아는 얼굴 각 부분과 골격의 크기를 세 단계로 나누고 디자인 면적과 액세서리 크기까지 연결해 다룬다.
Fine 스케일에서는 넓은 몸판과 큰 칼라, 긴 소매, 와이드 팬츠가 한꺼번에 커졌을 때 옷의 면적이 사람보다 먼저 들어올 수 있다. 몸판의 여유를 살린다면 소매나 칼라 가운데 하나를 정리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Medium 스케일은 상·하체의 볼륨을 비교적 폭넓게 조절할 수 있고, Strong 스케일은 큰 면적을 활용하기 쉽지만 상체와 하체를 모두 옆으로 넓히면 전체 폭까지 커질 수 있다. 한쪽에서 볼륨을 사용했다면 다른 쪽에서는 세로선을 남기는 조정이 필요하다.
얼굴과 신체의 선도 옷의 인상을 바꾼다. CMK이미지코리아는 눈썹과 눈, 코끝, 입술, 얼굴 옆선, 턱선, 바디 라인 등을 함께 살펴 직선형(Straight), 곡선형(Curved), 복합형(Balanced)으로 구분한다. 직선형은 칼라와 앞여밈, 길게 떨어지는 팬츠처럼 방향이 분명한 요소를 활용하기 쉽고, 곡선형은 둥근 어깨와 부드럽게 넓어지는 몸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좋다. 복합형은 둥근 상체와 곧은 하체처럼 서로 다른 선을 한 착장 안에 나눠 사용할 수 있다.
스타일은 자신의 선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직선적인 얼굴에 곡선을 더하면 인상이 부드러워지고, 곡선이 많은 얼굴에 선명한 칼라를 넣으면 윤곽이 정돈될 수 있다. 복합형 역시 모든 요소를 중간 정도로 맞추기보다 한쪽에서는 곡선을 살리고 다른 쪽에서는 직선을 남기는 편이 더 분명한 인상을 만든다. 이미지컨설팅이 유형별 금지 목록이 아니라 원하는 인상을 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돼야 하는 이유다.
색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PROJECT PUMA PLUS. FW26의 브라운과 카키, 베이지는 자연 소재에서 가져온 색의 인상을 낮은 채도로 정리하지만 사람의 얼굴 가까이 올라오면 결과는 달라진다. 퍼스널 컬러에서는 피부와 머리카락, 눈동자처럼 타고난 색을 함께 살피고, 얼굴 주변에 놓인 색에 따라 피부의 밝기와 균일함, 그늘이 달라지는지를 본다.
가을 타입은 브라운과 카키, 올리브 같은 색을 얼굴 가까이 활용하기 쉽다. 봄 타입은 같은 웜 계열이라도 밝은 베이지와 크림처럼 명도가 높은 색을 상체에 두고 짙은 브라운을 하의로 내리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여름 타입은 쿨 그레이나 부드러운 화이트를 얼굴 가까이에 배치해 브라운과 카키의 따뜻함을 조절할 수 있고, 겨울 타입은 베이지 아우터 안에 네이비나 블랙을 넣어 명도 대비를 만들 수 있다.
퍼스널 컬러는 특정 색을 금지하는 기준이 아니라 색의 위치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볼 때 실용적이다. 브라운이 얼굴 가까이에서 무겁다면 팬츠로 내리면 되고, 카키 아우터를 입고 싶다면 목 주변에 자신의 색을 한 겹 넣을 수 있다. 컬렉션의 색을 포기하는 대신 얼굴과 옷 사이에 어떤 색을 놓을지 선택하는 방식이다.
PROJECT PUMA PLUS. FW26에서 높은 칼라는 얼굴과 옷의 관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하이넥이 턱 가까이까지 올라오고 아우터와 이너의 목선이 여러 층으로 겹치면서 얼굴과 상체 사이의 공간이 크게 줄어든다. 목이 길고 얼굴이 작은 사람은 높은 칼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목이 짧거나 얼굴 하단의 폭이 넓은 사람은 앞여밈을 조금 열어 세로 공간을 만드는 편이 자연스럽다.
헤어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큰 하이넥 위로 머리카락이 양옆으로 풍성하게 내려오면 얼굴과 어깨 사이에 면적이 집중된다. 긴 머리는 귀 뒤로 넘기거나 뒤쪽으로 정리하고, 짧은 머리는 옆 볼륨을 줄이는 방식으로 옷과 헤어의 부피를 나눌 수 있다. 반대로 얼굴이 작고 골격이 큰 사람은 헤어를 지나치게 붙이면 얼굴과 아우터의 크기 차이가 더 강조될 수 있어 얼굴 주변에 적당한 볼륨을 남기는 편이 자연스럽다.
소재와 질감도 빠질 수 없다. CMK이미지코리아는 피부와 머릿결의 무게감을 직물의 질감과 두께를 고르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 보고, 고운 결과 고운 소재, 거친 결감과 질감 있는 소재 사이의 조화를 함께 살핀다. 서로 다른 질감을 의도적으로 배치하면 조화보다 대비가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PROJECT PUMA PLUS. FW26가 와시 종이와 캔버스, 목재, 쇼지에서 가져온 단서도 같은 흐름에서 읽힌다. 실제 의복의 소재가 해당 자연 소재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물이 가진 따뜻한 색감과 표면의 인상을 스포츠웨어 안으로 옮긴 방식에 가깝다. 낮은 채도와 절제된 브랜딩까지 더해지면서 시선은 로고보다 몸판의 넓이, 칼라의 크기, 이너와 아우터의 길이 차이로 이동한다.
브랜드가 한발 물러날수록 착용자는 더 많이 드러난다. 그래픽이 적고 색이 조용할수록 사람의 얼굴과 골격, 자세와 헤어가 더 선명해진다. 옷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입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중요해진다.
패션에서 개성은 남들과 전혀 다른 옷을 찾는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같은 옷을 자신의 몸과 얼굴에 맞게 편집하는 능력도 개성의 일부다. 아우터 길이를 조금 조정하고, 목을 몇 센티미터 열고, 브라운을 상의에서 하의로 옮기고, 소매 끝에서 손목을 드러내는 선택이 한 사람의 스타일을 만든다.
옷은 몸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키를 늘릴 수도 없고 얼굴형을 바꿀 수도 없다. 그러나 허리선의 위치를 바꾸고, 칼라의 높이를 조절하고, 얼굴 가까이에 놓이는 색과 헤어의 부피를 조정하면서 사람이 전달하는 이미지는 달라질 수 있다.
이미지컨설팅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게 특정 스타일을 금지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가진 얼굴과 골격, 색과 비율을 읽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직선형에게 곡선을 금지하지 않고, 웜톤에게만 브라운을 허락하지 않으며, 작은 체구에 오버사이즈를 막지 않는 방식이다.
‘누가 입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하나의 체형이나 하나의 퍼스널 컬러를 답으로 놓기는 어렵다. 넓은 아우터를 잘 입는 사람은 반드시 체격이 큰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비율을 이해하는 사람이고, 브라운을 잘 입는 사람은 가을 타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하이넥 역시 목이 긴 사람만의 옷이 아니라 얼굴과 칼라 사이의 여백을 조절할 수 있다면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유행은 모두에게 같은 옷을 보여준다. 스타일은 같은 옷을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번역한다. PROJECT PUMA PLUS. FW26의 기능미도 넓은 몸판이나 낮은 채도의 색에서 끝나지 않는다. 옷의 비율과 사람의 비율, 컬러와 피부, 칼라와 얼굴선, 골격과 디자인 면적이 만나면서 한 사람의 이미지로 완성된다.
“결국 스타일의 완성도는 옷 자체보다, 옷이 가진 색과 선, 비율을 자신의 얼굴과 체형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