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설치에 ‘American Psycho’ 초판과 17세기 ‘The Anatomy of Melancholy’까지…작품의 장르보다 하나의 주제를 따라가는 전시 구성
[KtN 임민정기자]전시장에서 책은 더 이상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참고자료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화와 설치 사이에 문학이 들어오고,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이미지와 문장이 하나의 주제를 공유한다. 홍콩 소더비 메종(Sotheby’s Maison)의 ‘PSYCHO: Identity Alienation Shadow Duality’에서는 미술 작품을 읽는 범위가 전시장 벽을 넘어 책과 텍스트까지 확장된다.
‘PSYCHO’에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테츠야 이시다(Tetsuya Ishida),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한스 벨머(Hans Bellmer), 이불(Lee Bul), 프랭크 아우어바흐(Frank Auerbach), 폴라 레고(Paula Rego) 등의 작업과 함께 브렛 이스턴 엘리스(Bret Easton Ellis)의 ‘American Psycho’ 초판, 로버트 버턴(Robert Burton)의 ‘The Anatomy of Melancholy’ 17세기 판본이 놓였다. 정체성과 소외, 절망, 분열된 자아라는 전시의 주제가 시각예술과 문학 사이를 오간다.
작가별 작품을 차례로 소개하는 구성과는 방향이 다르다. 로스코의 색면과 나라의 인물, 이시다의 갇힌 신체가 서로 다른 미술사적 문맥에 놓여 있음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Identity’, ‘Alienation’, ‘Shadow’, ‘Duality’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다시 연결된다. 문학 역시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되지 않고 같은 질문을 다른 시대와 언어로 이어가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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