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최인호 타계 10주기에 제정…문학·영화·음악 넘나들며 수상자 선정
제4회 정세랑, 장르와 매체를 오간 창작 활동 평가…9월 30일 필름포럼서 시상
[KtN 김동희기자]2023년 김애란, 2024년 장재현, 2025년 장기하, 2026년 정세랑. 최인호청년문화상이 출범 이후 호명한 네 명의 수상자다. 소설가로 시작한 수상자 명단에는 영화감독과 음악가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고, 올해 다시 소설가에게 상이 돌아갔다. 문학·영화·음악을 가르지 않고 동시대 문화예술의 창작 활동을 살펴온 4년이다.
최인호청년문화상은 작가 최인호(1945~2013) 타계 10주기인 2023년 제정됐다. 1970년대 청년문화의 한가운데에서 문학과 영화, 대중문화를 오갔던 최인호의 문학·문화예술 활동을 기리고 한국 청년문화의 지평을 넓혀온 창작자를 선정한다는 취지였다. 첫해 심사에서도 나이를 별도의 기준으로 제한하지 않고 최인호가 말했던 청년정신과 세대 감수성에 무게를 뒀다.
첫 수상자는 김애란 작가였다. '달려라, 아비',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등을 발표해온 김애란은 일상의 언어와 삶을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으로 풀어온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는 제도권 문학과 대중 독자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은 작품 활동과 동시대 청년의 삶을 포착해온 문학적 성취가 함께 다뤄졌다.
두 번째 수상자는 문학인이 아니었다. 2024년 제2회 수상자로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 선정됐다. 장재현은 시나리오와 연출을 함께 맡으며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하고 대중과 소통해온 점을 평가받았다. 첫해 소설가에게 돌아갔던 상이 영화감독으로 옮겨가면서 최인호청년문화상이 특정 예술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성격도 분명해졌다.
2025년에는 음악이 수상자 명단에 들어왔다. 제3회 수상자는 가수 겸 음악감독 장기하였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거쳐 솔로 음악 활동을 이어온 장기하는 말의 리듬과 음악을 결합해 한국 대중음악에서 자신만의 창작 방식을 만들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언어와 음악의 경계를 오간 작업과 일상의 호흡을 음악적 문법으로 옮긴 창작 방식에 주목했다.
네 번째 수상자는 정세랑 작가다. 올해 심사를 맡은 이광호·유성호·김태훈은 정세랑이 SF와 판타지, 미스터리와 역사물 등 여러 문학 장르를 오가며 한국문학의 서사 범위를 넓혀온 점을 평가했다.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의 드라마 각본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등 소설 밖의 매체로 작업 영역을 넓힌 이력도 심사에 반영됐다.
김애란에서 정세랑까지 네 차례의 선정 과정에는 장르보다 창작 활동을 먼저 살피는 운영 방식이 이어졌다. 김애란의 문학에서 시작해 장재현의 영화, 장기하의 음악을 거친 뒤 정세랑의 문학으로 돌아왔지만, 수상자의 작업은 한 분야 안에서만 설명되지 않았다. 김애란의 소설은 영화로 옮겨졌고, 장재현은 각본과 연출을 함께해왔으며, 장기하는 언어와 음악의 결합을 꾸준히 시도했다. 정세랑 역시 소설과 영상 매체를 오가며 작업했다. 출범 당시 문학·연극·영화·음악·대중문화 전문가들이 함께 심사에 참여했던 운영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최인호의 창작 이력 역시 소설 한 분야로만 묶기 어렵다. 최인호 작품은 영화와 긴밀하게 만났고, 2023년 제1회 시상식 이튿날에는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특별상영회가 열렸다. 2024년에는 최인호 원작 '별들의 고향'을 둘러싼 학술 세미나가 장재현 감독 시상식에 앞서 마련됐다. 문학과 영화의 접점은 시상식 프로그램에서도 이어져 왔다.
올해는 최인호 원작 '깊고 푸른 밤'이 그 자리를 잇는다. 제4회 최인호청년문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9월 30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예술극장 필름포럼에서 영화를 상영한 뒤 시네토크가 진행된다. 배창호 감독과 김종원 영화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참여하며 오후 6시부터 정세랑 작가의 시상식과 리셉션이 이어진다. 정세랑에게는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2023년 소설가 김애란으로 시작한 최인호청년문화상은 영화감독 장재현과 음악가 장기하를 지나 다시 소설가 정세랑에게 닿았다. 수상 분야는 달라졌지만 네 명 모두 자신의 주된 창작 영역 밖으로 작업의 폭을 넓혀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9월 30일 필름포럼에서는 정세랑의 시상과 함께 최인호의 소설에서 출발한 영화 '깊고 푸른 밤'이 다시 관객을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