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B 팀 재킷에 패치워크·자수·다중 레이어 결합
스포츠 유니폼의 로고와 기능성 구조 남기고 런웨이 비례로 재구성
저지·레이싱 재킷·기능성 아우터 확산 속 크리켓도 패션 영역으로
[KtN 박인경기자]인도 크리켓 구단 로열 챌린저스 벵갈루루(Royal Challengers Bengaluru)의 이름이 새겨진 재킷 세 점이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에 올랐다. PUMA와 RCB, 인도 디자이너 드루브 카푸어(Dhruv Kapoor)가 공동 작업한 컬렉터 에디션이다. 선수용 유니폼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스포츠 재킷의 높은 칼라와 지퍼, 절개, PUMA와 RCB 로고를 남기고 꽃 자수와 패턴, 여러 겹의 앞판을 더했다.
세 재킷은 카푸어의 2027 봄·여름 컬렉션 ‘Presence’에 포함됐다. 컬렉션에서는 구조적인 아우터와 부드러운 소재, 넉넉한 팬츠와 짧은 하의, 기능성 디테일과 장식적인 표면이 한 착장 안에서 이어졌다. 스포츠웨어를 별도의 카테고리로 떼어놓기보다 셔츠와 쇼츠, 가방, 아이웨어까지 섞어 하나의 스타일로 구성했다. RCB 협업 재킷도 같은 흐름 안에 배치됐다.
최근 패션 컬렉션에서는 축구 저지와 레이싱 재킷, 트랙 톱, 기능성 바람막이처럼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출발한 옷이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팀 로고와 번호, 지퍼와 파이핑 같은 스포츠 디테일도 테일러링과 스커트, 와이드 팬츠에 섞인다. 스포츠 유니폼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실루엣과 소재, 착용 방식을 바꿔 일상복으로 옮기는 흐름이다. 카푸어는 같은 방법을 크리켓 팀웨어에 적용했다.
연한 청색 어깨와 짙은 네이비 몸판을 결합한 슬리브리스 재킷은 베이지색 안쪽 레이어까지 겹치면서 앞면에 여러 개의 세로선을 만든다. 하나의 지퍼로 정리되는 일반적인 스포츠 베스트와 달리 길이가 다른 앞판과 여밈을 중첩했고, 목 부분에도 높이가 다른 칼라를 포개 부피를 키웠다. 네이비 패널에는 작은 꽃 자수가 흩어져 있고 가슴에는 PUMA와 RCB 표식이 남았다.
무릎 가까이 내려오는 검은 버뮤다 쇼츠와 회청색 양말, 갈색 프린지 슈즈를 함께 배치하면서 선수용 경기복과의 거리는 더 벌어졌다. 기능성 하의와 운동화를 맞추는 대신 넓은 쇼츠와 장식적인 슈즈를 선택해 상체의 복잡한 구조를 이어갔다. 유니폼의 일부 요소는 유지하면서 전체 비례는 런웨이 스타일링에 맞춰 바꿨다.
유니폼은 같은 팀의 선수들이 동일한 색과 표식을 공유하도록 설계된다. 경기 중 움직임을 고려한 소재와 절개가 필요하고, 관중석이나 중계 화면에서도 팀을 빠르게 구분할 수 있도록 색과 로고를 정리한다. 런웨이에 오른 세 재킷은 같은 출발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팀 로고는 남았지만 자수와 패턴, 겹친 칼라와 길이가 다른 앞판이 더 큰 면적을 차지한다.
청록색 소매와 회갈색 몸판을 결합한 재킷은 스포츠웨어의 컬러 블로킹을 가장 직접적으로 남겼다. 연한 청색 어깨 패널 양쪽에 RCB와 PUMA 표식을 각각 놓고 몸판과 소매 사이에는 밝은 황록색 선을 둘렀다. 소매에는 검은 장식을 반복했고 손목 주변에는 서로 다른 프린트와 패턴을 이어 붙였다.
안쪽에는 갈색 계열의 긴 셔츠를 길게 빼고 검은 와이드 팬츠를 맞췄다. 재킷 밑단과 셔츠 길이가 서로 다르게 떨어지면서 상체에 층이 생긴다. 스포츠 재킷의 지퍼와 절개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한 벌의 팀웨어처럼 깔끔하게 정리하기보다 여러 옷을 겹친 형태에 가깝다.
축구와 모터스포츠에서는 이미 비슷한 이동이 오래 진행돼 왔다. 축구 저지는 경기장을 벗어나 데님과 스커트, 테일러드 팬츠에 맞춰 입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모터스포츠 재킷은 스폰서 로고와 패치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 소비되고 있다. 농구 유니폼과 트랙 톱도 스트리트웨어와 럭셔리 컬렉션을 오가고 있다. PUMA·RCB·카푸어 협업은 이런 스포츠 패션의 범위를 크리켓으로 넓힌 작업에 가깝다.
크리켓에서도 유니폼과 팬웨어의 경계는 이미 넓어지고 있다. IPL 구단들은 팀별 색과 엠블럼을 사용한 경기용 저지뿐 아니라 티셔츠와 후디, 재킷 등 일상복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선수와 팬이 같은 팀 색을 공유하는 방식에서 출발해 구단의 시각적 정체성을 일상복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밀라노에서 공개된 세 재킷은 같은 로고를 사용하면서도 팀 상품보다 디자이너 컬렉션에 가까운 형태를 선택했다.
짙은 색 반소매 아우터에는 연보라색 곡선 장식이 좌우로 길게 내려간다. 안쪽에는 크림색과 짙은 녹색 칼라를 여러 겹 세우고, 밝은 상의와 체크 버뮤다 쇼츠를 연결했다. 작은 녹색 가방과 청색 타원형 아이웨어까지 더해지면서 세 착장 가운데 스포츠웨어의 비중은 가장 낮아졌다.
카푸어의 ‘Presence’가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구성한 코에드(co-ed) 컬렉션이라는 점도 스타일링에 반영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착장에서는 큰 재킷과 와이드 팬츠를 사용했고, 세 번째 착장에서는 레이스 질감의 상의와 체크 쇼츠, 작은 가방을 배치했다. 같은 스포츠 재킷을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남성 팬웨어의 전형적인 조합에 고정하지 않았다.
색과 패턴을 겹치는 방식 역시 최근 컬렉션에서 이어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단색 트랙슈트나 완성된 세트업보다 서로 다른 색의 재킷과 셔츠, 체크와 꽃무늬, 스포츠 로고를 한 착장 안에 섞는 방식이 늘고 있다. 카푸어는 청록색과 연한 청색, 회갈색, 네이비, 황록색을 나눠 사용하고 그 사이에 꽃 자수와 체크, 장식 패턴을 배치했다.
세 재킷에서 크리켓을 직접 연상시키는 그래픽은 많지 않다. 배트와 공, 피치 같은 경기 요소보다 RCB 로고와 PUMA 표식, 스포츠 재킷의 구조가 팀과의 연결을 맡는다. 나머지 디자인은 ‘Presence’ 컬렉션 전반에서 사용한 레이어링과 넉넉한 비례, 서로 다른 소재의 조합으로 이어진다.
런웨이 배경도 경기장과 거리를 뒀다. 넓은 들판을 담은 이미지 앞에서 모델들이 걸었고, 협업 재킷은 별도의 스포츠 섹션으로 분리되지 않았다. 다른 SS27 착장 사이에 배치되면서 RCB 로고 역시 컬렉션 안의 여러 그래픽 요소 가운데 하나로 들어갔다.
스포츠 브랜드와 패션 디자이너의 협업에서 유니폼은 점차 완성품보다 디자인 재료에 가까워지고 있다. 팀 색과 로고, 기능성 소재, 지퍼와 파이핑을 그대로 가져오되 실루엣과 스타일링은 패션 컬렉션에 맞춰 바꾸는 방식이다. 경기장에서 요구되는 통일성과 기능성은 줄고, 착장마다 다른 비례와 소재 조합이 앞에 나온다.
PUMA와 RCB, 카푸어는 2027 IPL 시즌에 맞춰 협업 범위를 더 넓힐 예정이다. 밀라노에서 공개한 세 점은 확장 컬렉션에 앞서 선보인 한정판 재킷이다. 2027년 3월 예정된 후속 컬렉션에서는 런웨이에 사용한 패치워크와 레이어링, 수공 장식이 실제 팬웨어와 일상복에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지가 확인될 전망이다.
크리켓 유니폼은 팀을 구분하는 경기복에서 출발해 팬웨어와 일상복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밀라노에 오른 세 재킷은 같은 팀 로고를 유지하면서 실루엣과 소재, 스타일링을 다시 구성했다. 선수와 관중이 같은 색을 입는 데 초점을 맞췄던 유니폼이 패션 컬렉션 안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입는 옷으로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