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노점에서 진주 판매 시작해 가공·디자인·제조로 확장…비정형·손상 진주까지 제품으로 되살려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 “진주는 진정한 보석이다.”

임효민 대표가 오랜 시간 진주를 다뤄오며 갖게 된 생각이다. 완벽하게 둥글고 흠 없는 진주만을 뜻하는 말은 아니다. 모양이 일정하지 않거나 표면에 흠이 있고,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손상된 진주도 다시 들여다본다. 어느 부분을 살리고, 어떤 금속 구조와 연결할지 고민하면서 한 알의 진주를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임 대표가 진주를 처음 접한 곳은 화려한 주얼리 매장이 아니었다. 서울에 올라온 뒤 여러 일을 거쳐 종로 일대 노점에서 진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다뤘던 제품에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거나 상품성이 낮아 값이 낮게 매겨진 진주도 적지 않았다. 임 대표는 노점에 자리를 잡은 뒤 본격적으로 진주 판매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점포를 마련한 뒤에도 바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손님이 거의 없는 기간에는 다른 일을 병행하며 월세를 마련했고, 진주 목걸이 매듭과 임가공을 맡아 생활을 이어갔다. 반복되는 작업은 자연스럽게 진주의 크기와 형태, 손의 감각을 익히는 시간이 됐다.

사업의 방향이 달라진 것은 기존 진주 상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부터다. 이미 원석과 거래망을 갖춘 선배들과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진주에 눈을 돌렸다.

임효민 제이아이티앤코 대표 제이아이티앤코(JIT&CO), 2026 서울 국제 주얼리 & 액세서리 쇼 THE MOST Valuables 2026.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임효민 제이아이티앤코 대표 제이아이티앤코(JIT&CO), 2026 서울 국제 주얼리 & 액세서리 쇼 THE MOST Valuables 2026.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형들이 버리는 진주만 갖다 팔자.”

임 대표가 당시 내린 결론이었다. 상품성이 낮다고 여겨지는 진주를 가져와 먼저 진주의 모양을 살피고, 그 뒤에 맞는 틀과 디자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면은 아름답지만 뒷면에 흠이 있거나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진주도 새로운 제품의 출발점이 됐다. 브로치 제작도 이런 방식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진주를 먼저 보고 디자인을 정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규격에 맞는 진주를 골라 이미 정해진 틀에 끼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진주 한 알의 형태와 흠의 위치를 본 뒤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

“이런 진주는 어떻게 써야 되나, 저런 진주는 어떻게 써야 되나.”

진주가 들어오면 제품의 형태를 다시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직접 자르고 깎아보는 과정도 반복했다. 금속 틀에 맞춰 진주를 손으로 가공하고, 원하는 형태가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수정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구멍을 잘못 뚫어 균열이 생기거나 일부가 손상된 진주도 작업 대상이 됐다. 수입 과정에서 발견된 이런 진주가 들어오면 손상된 부분을 살피고 다시 제품으로 만들 방법을 찾았다.

제이아이티앤코·크리스펄 임효민 대표, 담수·해수부터 남양·골드진주까지 축적…광택·표면·오리엔트 읽어 디자인과 가공으로 연결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제이아이티앤코·크리스펄 임효민 대표, 담수·해수부터 남양·골드진주까지 축적…광택·표면·오리엔트 읽어 디자인과 가공으로 연결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상품화시키는 게 제가 하는 일이에요.”

임 대표는 손상된 진주를 버리는 대신 가공과 세팅을 거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자신의 제조 과정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진주 제조에서는 기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금속 부품처럼 일정한 규격으로 반복 생산하기 어려워 같은 크기로 분류된 진주라도 모양과 표면이 조금씩 다르다. 자동화가 가능한 공정은 설비를 이용하지만, 진주를 끼우고 형태를 맞추는 작업에는 다시 사람의 손이 들어간다. 임 대표 역시 자동화와 수작업을 함께 사용하는 제조 방식을 설명했다.

판매에서 시작한 일은 디자인과 기술 개발, 제조로 영역이 넓어졌다. 진주를 공급하는 거래처와 협업하면서 필요한 원석을 확보하고, 직접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맡는 구조도 만들었다. 임 대표는 자사 제품이 간접수출 형태로 미국 시장에 판매돼 왔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한 번 완성한 디자인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먼저 제품을 만들고 실제 착용 과정에서 불편한 부분이 나오면 다시 수정한다. 체결이 느슨하거나 착용감이 좋지 않으면 구조를 바꾸고, 필요하면 제품 자체를 다시 만드는 방식이다. 완성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 이후의 수리와 교환까지 제조 과정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이유다.

임 대표가 진주를 바라보는 기준에는 크기와 등급만 있지 않다.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진주라도 가공과 디자인에 따라 다른 쓰임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같은 진주를 놓고도 어디를 가릴지, 어느 부분을 드러낼지, 금속을 어떤 형태로 연결할지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이 나온다.

종로 노점에서 시작한 진주 판매는 매듭과 임가공을 거쳐 디자인과 제조로 이어졌다. 완벽한 진주만 골라 제품을 만드는 대신 흠이 있거나 형태가 다른 진주까지 다시 살피면서 새로운 쓰임을 찾아왔다.

한 알짜리 진주 반지에는 매칭이라는 평가항목이 필요하지 않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 알짜리 진주 반지에는 매칭이라는 평가항목이 필요하지 않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진주는 진정한 보석이다.”

임효민 대표에게 이 말은 진주의 높은 가격이나 희소성을 설명하는 표현만은 아니다. 한 알마다 다른 모양과 흠을 읽고, 버려질 수 있었던 진주까지 제품으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쌓인 제조자의 판단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