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로 기억과 인연을 그리는 작가.
오랜 시간을 품은 나무의 시선을 통해 스쳐간 존재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KtN 팻두 아티스트] 푸른 나무를 통해 기억과 인연,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권예주 작가. 그의 작품 속 나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수많은 존재와 계절을 묵묵히 지켜본 ‘기억의 주체’로 자리한다. 특히 차갑고 쓸쓸한 색으로 여겨지는 파란색을 자신만의 따뜻한 언어로 풀어내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K trendy NEWS의 팻두 아티스트는 권예주 작가의 푸른 나무에 담긴 기억과 삶,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푸른 나무를 통해 기억과 인연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권예주 작가가 작업실에서 작품과 함께하고 있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푸른 나무를 통해 기억과 인연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권예주 작가가 작업실에서 작품과 함께하고 있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팻두]
권예주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름만 들어도 푸른 나무들이 눈 앞에 아른거리네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예주]
안녕하세요. 푸른 나무를 그리는 작가 권예주입니다. 저는 나무를 통해 기억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제 그림 속 나무는 풍경으로서의 나무라기보다 오랜 시간 이곳을 지나간 존재들을 기억하는 ‘기억의 주체’로서 존재합니다.

저는 늘 오래된 것에 마음이 끌리고, 잊혀진 것에 눈길이 가는 편입니다. 그런 것들을 오래 산 나무의 시선을 통해 캔버스에 담고 있습니다.

[팻두]
작가님에게 나무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권예주]
나무는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기대는 존재이긴 하지만, 의외로 꽤 객관적인 성격일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T에 가까운 성향이랄까요.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의도적으로 잊으려 애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무는 그 모든 시간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게 나무는 기억을 보관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아무런 편견 없이요.

오랜 시간과 수많은 인연의 기억을 품고 있는 나무의 모습을 몽환적인 색채로 표현했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랜 시간과 수많은 인연의 기억을 품고 있는 나무의 모습을 몽환적인 색채로 표현했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팻두] 
오래된 나무가 인간뿐 아니라 이곳을 스쳐간 인연과 생명, 계절까지 기억하고 있다면 만약 작품 속 가장 커다랗고 오래된 나무가 말을 걸어 온다면 어떤 질문을 할 것 같으세요?

[권예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돼. 다 알고 있어.”

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잠시 상상해 봤습니다.

이미 만들어져 버린 일과 존재의 과정 및 인과관계를 굳이 세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나무는 모든 걸 보아 왔으니까요.

저도 작업을 하면서 그림 속 나무에게 말을 걸 때가 있습니다.
(아마 다른 작가님들도 작업하다가 그림과 대화를 하지 않으실까 추측해 봅니다.)

나무는 매번 제게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제 모든 말을 들어 왔기 때문에 존재만으로 이미 대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팻두]
(대화하는 부분 공감입니다.)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 굉장히 많은 ‘파란색’을 만나게 됩니다. 파란색은 차갑고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작가님은 오히려 따뜻한 색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파란색이 작가님에게 특별해진 계기가 있을까요?

[권예주]
제게 파란색은 시각적 컬러라기보다 하나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깊은 바다나 밤하늘을 볼 때 불현듯 고독이 밀려오는 것처럼 파란색에는 분명 쓸쓸함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다 맑은 하늘과 눈이 마주치거나 자그마한 제비꽃을 발견했을 땐 어린아이마냥 활짝 웃기도 합니다.

파란색에는 이렇듯 천진난만한 희망도 있지요.
그리고 묘하게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도 납니다. 아마 파란색 안료가 귀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파란색 하나로 이렇게 많은 감상과 대화가 오갑니다.

그래서 파란색으로 나무를 그려요.
제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파란색이 채워 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그 순간 대상을 향한 관심과 탐구심이 종국엔 따뜻한 감정에 다다른 것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파란색은 가장 따뜻한 색입니다.

권예주 작가의 작업실을 가득 채운 푸른 나무 작품들. 서로 다른 기억과 인연을 품은 나무들이 푸른빛으로 펼쳐져 있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권예주 작가의 작업실을 가득 채운 푸른 나무 작품들. 서로 다른 기억과 인연을 품은 나무들이 푸른빛으로 펼쳐져 있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팻두]
작가님에게 제주도란 어떤 곳일까요. 그리고 어떤 기억이 있으실까요?

[권예주]
단순히 인생의 한 시절을 산 곳이라고만 하기엔 제 작가 생활의 시작점이 되어 준 섬이기도 하고, 제게 나무라는 존재에 다가설 수 있게 해 준 곳이기도 합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섬이지만, 제게 제주도는 사람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섬이에요.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우고 또 밤을 새워도 모자랍니다. 대부분은 따뜻하고 눈물 나도록 고마운 기억들이에요.

그 기억들이 지금의 제 작업에 다 스며들어 있어요.

제주를 떠나 서울로 돌아온 지금도 제 안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야자수가 자라고 있습니다.

[팻두]
만약 작가님의 작품 속의 나무를 실제로 집 앞에 심을 수 있다면 어떤 나무를 심고 싶으세요? (그렸던 캐릭터도 같이 따라 옴)

[권예주]
이 질문은 정말 팻두 작가님스러운 질문이에요. ^^ 재치있는 질문 감사합니다.

상상을 해봤습니다. 제가 사는 집에 마당이 있고 잔디가 깔려 있고, 마당 한켠에 푸른 나무가 자라고 있다면 전 곁에 어떤 캐릭터를 두고 싶을까요.

고양이와 강아지가 서로를 그루밍하고, 토끼가 여우 꼬리에 얼굴을 부비고, 아톰과 피노키오가 나란히 누워 색칠 공부를 하고, 나뭇가지엔 파랑새와 백조가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장면이면 어떨까요. ㅋ

네, 그동안 나왔던 모든 친구들이 다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계관 대통합된 마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합니다.

참, 브라키오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가 있으려면 마당이 아주 넓어야겠습니다.

권예주 작가가 푸른 나무 아래 자리한 백호를 섬세한 붓질로 완성해가고 있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권예주 작가가 푸른 나무 아래 자리한 백호를 섬세한 붓질로 완성해가고 있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팻두]
상상만 해도 행복하네요. 꼭 놀러 갈게요!! 2021년에는 영국에서 그림책 《Lockdown With Cats》도 출간하셨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림책을 출간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권예주]
그림도 글도 음악도 결국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해 내는 예술 장르들이기에,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아직은 바빠서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지만, 언제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피할 수는 없기에 제 성격대로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고 (계약을 해 버리고) 준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머릿속에 플롯이 다 있거든요. ^^

[팻두]
작가님은 외로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작품 속 나무의 형태가 자신도 모르게 달라짐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권예주]
하루나 며칠 단위로 변하는 감정에 따라 작품이 급작스럽게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기’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것은 느낍니다.

작가 생활을 시작한 초창기, 일과 사생활 모두 불안했던 저는 작품 안에서 숨을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다 드러나고 말았던 것 같아요.

제 초기작을 소장하시거나 계속 지켜봐 오신 분들은 종종 말씀하십니다.

“작가님, 나무가 많이 풍성해졌어요. 기둥이 많이 굵어져서 안정적인 느낌이 나요.”

아마 저의 삶과 정서 역시 그렇게 풍성해지고 단단해진 것 아닐까 가늠해 봅니다.

여전히 저는 과정에 서 있고, 조금만 한눈팔면 휘청할 만큼 매일매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영원히 그렇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이것 역시 저의 어떤 ‘시기’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시기가 지나면 제 그림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저 역시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2026년 권예주 작가의 초대 개인전 《르 그랑 블루(Le Grand Bleu)》가 열린 서울 서래마을 스페이스 엘(Space L)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6년 권예주 작가의 초대 개인전 《르 그랑 블루(Le Grand Bleu)》가 열린 서울 서래마을 스페이스 엘(Space L)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팻두]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존재나 이야기, 그리고 준비하고 있는 전시와 새로운 작업 계획도 함께 들려주세요.

[권예주]
많은 분들이 나무를 많이 그려 지겹지 않으냐고 물어보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말씀드려요.

‘아니요. 저는 아직도 목이 말라요.’

아직 양껏 나무를 그리지 못한 느낌입니다. 더 깊고 더 웅장한 나무를 그리고 싶어요.
나무 그림을 백 장, 천 장, 만 장 더 그리고 싶습니다.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이라면 형태나 질감, 재료 등에서 못 보던 시도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조나단 리빙스턴》 시리즈를 통해 이전에 없던 형태의 나무를 선보였는데, 보시는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저도 참 뿌듯했어요.

내년 1월 인사동에서 열릴 제 개인전에서는 아마 그런 새로운 형태의 나무 도상들을 더 만나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새로운 것은 늘 떨립니다.
새롭기만 하고 더 낫지 않을까 두려워서 떨리고, 딛어 본 적 없는 땅을 밟을 때의 낯선 감각에 설레어 떨려요.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 또 다음 전시들을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팻두] 
감사합니다. 푸른 나무로 가득한 놀이동산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권예주]
감사합니다, 작가님.
든든한 동료가 되어 주셔서 늘 힘이 됩니다. ^^

[팻두]
저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진심) 같이 좋은 작품, 이야기들 많이 만들어 가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권예주 작가 특유의 깊은 푸른빛과 거친 붓질로 표현된 나무 사이를 한 마리의 새가 날아가는 작품. 짙은 푸른 나무와 대비되는 하얀 새가 화면 속 기억과 시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권예주 작가 특유의 깊은 푸른빛과 거친 붓질로 표현된 나무 사이를 한 마리의 새가 날아가는 작품. 짙은 푸른 나무와 대비되는 하얀 새가 화면 속 기억과 시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제공=권예주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취재·인터뷰]

팻두

스토리텔링 화가
現) 김포대학교 겸임교수
그림 에세이 『틀에서 깨어나기』 저자
유튜브 〈팻두의 스토리텔링〉 구독자 11만 명
음악 활동 (2006~ / 400여 곡 발매)
kisskel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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