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본점 기반으로 광주점 추진…산악 거점형 매장으로 확장 구상
숙박·장비·산행 정보를 한 공간에 묶어 48년 전 ‘산장’의 기능 재해석
[KtN 박준식기자] 대구 도심에서 시작한 ‘산장’이 실제 산 가까이로 향한다. 김길재 도심산장 대표는 향후 설악산과 지리산, 한라산을 중심으로 숙박 기능을 갖춘 아웃도어 거점을 만드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대구 본점을 기반으로 광주점 개설을 추진하고, 이후 한라산을 비롯한 주요 산악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계획이다.
도심산장의 출발점에는 산악인이 머물며 정보를 나누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 있다. 1978년 청룡등산사로 시작한 부모 세대의 등산점은 장비를 사고 떠나는 매장에 머물지 않았다. 산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모였고 다음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받았다. 김 대표가 2023년 ‘도심산장’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배경에도 산악인들이 쉬고 교류하던 산장의 성격이 자리 잡고 있다.
사업 확장 방향도 같은 흐름 위에 놓였다. 김 대표는 유명 산악지역을 거점으로 매장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설악산과 지리산, 한라산 세 지역에 숙박형 공간을 마련하는 장기 계획이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지점을 늘리는 방식보다 산을 찾는 고객이 실제 산행 과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도심산장이라는 기본 개념이 있다 보니 산 밑에 매장을 내는 게 목표”라며 향후 5년을 염두에 둔 산악지역 확장 계획을 설명했다.
지역 확장은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광주에 새로운 매장을 열고 운영 기반을 넓힌 뒤 한라산 인근 숙박형 공간으로 이어가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광주점 이후 약 2~3년을 두고 한라산 거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산은 도심산장이 생각하는 산악 거점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제주를 찾아 한라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항공 이동과 숙박, 산행 준비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 당일 이동만으로 산행 일정을 짜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지역에서 숙박하고 장비를 정비한 뒤 산에 오르고, 산행이 끝난 뒤 다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숙박만 제공하는 공간과는 방향이 다르다. 도심산장이 오랫동안 다뤄온 등산화와 배낭, 의류, 스틱 등 장비 상담을 결합하고 산행 정보까지 나눌 수 있는 거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온라인과 대구 매장을 이용해온 고객이 산행지역에서도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접하도록 연결하는 구조다.
한라산을 찾는 젊은층이 늘어난 경험도 사업 구상에 영향을 줬다. 김 대표는 방송 등을 통해 한라산 등반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뒤 매장에서 등산화를 찾는 젊은 고객이 크게 늘었던 경험을 들었다. 이전까지 산행 경험이 많지 않았던 소비자가 한라산을 목표로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산행을 시작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전문점의 역할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처음 한라산에 가는 사람이라면 어떤 신발을 준비해야 하는지부터 의류와 배낭, 물과 간식, 기상 변화에 대비한 장비까지 준비해야 한다. 등산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내용도 입문자에게는 낯설 수 있다.
도심산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유튜브와 온라인 판매를 통해 매장 밖 고객과 접점을 넓혀왔다. 배낭 패킹과 장비 사용법, 계절별 산행지 정보를 영상으로 다루면서 대구 밖에서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도 늘었다. 산악지역 거점 구상은 온라인에서 시작된 전국 단위 고객 접점을 실제 산행지역까지 연결하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설악산과 지리산 역시 같은 방식으로 검토하는 지역이다. 두 지역은 사계절 산행 수요가 있고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 찾는 등산객이 많다. 산행 전날 지역에 도착해 숙박하고 장비를 점검하거나, 산행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하는 일정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산 아래 매장이 들어설 경우 일반적인 도심형 아웃도어 매장과 상품 구성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산행을 앞둔 고객에게 필요한 소모품과 보온·방풍 장비, 물과 수납 관련 제품 등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품목의 중요성이 커진다. 장비 판매보다 산행 전후 과정에 가까워지는 구조다.
48년 동안 도심산장이 경험한 판매 방식의 변화도 산악 거점 구상에 영향을 미쳤다. 부모 세대에는 산행회와 등산점이 사람을 연결했고, 이후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이 됐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온라인 판매가 커졌고 유튜브와 SNS가 정보 전달 통로로 들어왔다. 다음 확장 방향은 다시 사람이 실제 산을 찾는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김 대표가 직원들의 전문 영역을 따로 키우는 방식도 지역 확장과 맞물린다. 젊은 고객의 패션 소비와 러닝 흐름에는 관련 경험이 많은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등산 장비와 산행 정보는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유지한다. 향후 지점이 늘어나면 지역과 고객층에 따라 매장 성격을 달리하는 운영도 필요해진다.
산악지역 숙박형 매장은 아직 준비 단계다. 입지와 구체적인 규모, 개설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광주점 개설과 이후 지역 확장 역시 실제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 김 대표가 제시한 방향은 전국에 동일한 형태의 매장을 반복해서 늘리는 프랜차이즈식 확장보다 주요 산을 중심으로 거점을 만드는 쪽에 가깝다.
자연 보호와 안전 역시 산 아래 거점이 다뤄야 할 영역으로 보고 있다. 등산과 트레일러닝, 백패킹 인구가 늘수록 산을 이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진다. 산에 들어가기 전 기상과 이동 경로를 살펴보고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과정,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이용 방식까지 산행 정보에 포함한다는 생각이다.
1978년 청룡등산사에서 사람들이 나눴던 것도 결국 산을 준비하기 위한 정보였다. 어떤 산으로 갈지,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산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사람끼리 나눴다. 2023년 도심산장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매장과 온라인 채널이 같은 기능을 나눠 맡고 있다.
설악산과 지리산, 한라산을 향한 장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도심산장이라는 이름의 의미도 다시 달라진다. 도심 안에서 산악인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산 아래에서 숙박과 장비, 산행 정보를 연결하는 형태를 그리고 있다.
48년 전 부모 세대가 만들었던 등산점에서 출발한 사업은 대구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유튜브를 거쳐 산악지역 거점을 바라보고 있다. 광주점 추진 이후 한라산을 비롯한 숙박형 공간 준비가 구체화되는 순서에 따라 도심산장의 다음 확장 범위도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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