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할 수 있는 업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생산성·고용·임금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아
기술이 만든 시간과 부를 어디에 돌릴지가 AX 이후의 기준

[KtN 조종식기자]인공지능(AI)이 사람보다 빠르게 글을 쓰고 코드를 만들며 자료를 분석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기업에서는 한 직원이 여러 AI 에이전트를 움직이고, 과거 여러 사람이 나눠 처리했던 업무를 한 사람이 끝내는 조직도 등장하고 있다. 같은 AI를 쓰면서도 기업 사이의 활용량은 8배 넘게 벌어졌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생산성 향상도 대다수의 3%와 상위 집단의 55%로 갈렸다. 기술은 비슷한데 결과는 같지 않다. AX(AI Transformation)가 본격화하면서 먼저 드러난 변화다.

AI가 널리 보급되면 기업의 생산성이 일정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데이터와 업무 구조, 의사결정 방식, 직원의 활용 역량에 따라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AI 자체보다 AI를 기업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지가 경쟁력이 됐다. 노동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친다. AI가 직업 하나를 통째로 가져가기보다 직업 안에서 수행하던 일을 먼저 나누고 있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초안을 만들며 단순 계산과 코딩을 처리하는 업무는 빠르게 AI로 이동한다. 사람에게 남는 일은 결과를 검증하고 예외를 처리하며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책임을 지는 쪽으로 옮겨간다.

개발자는 코드를 직접 입력하는 시간보다 설계와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회계사는 숫자를 정리하는 업무보다 이상 징후와 사업상 의미를 판단하는 비중이 커진다. 변호사는 계약서 초안을 만드는 일보다 위험을 판단하고 협상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기자 역시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비용이 낮아질수록 취재와 사실 검증, 맥락을 판단하는 능력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직업의 이름은 남아 있어도 직업을 구성하는 일의 순서와 비중은 달라지고 있다. 노동의 가격 역시 직업명보다 어떤 판단과 책임을 맡고 있는지에 따라 다시 매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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