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전송하지 못하는 디지털 시장, 향수는 빛·소재·공간으로 확장
몸에 머물던 향에서 생활공간으로…후각 산업과 라이프스타일의 경계 변화
이미지가 향보다 먼저 도착하는 소비환경, ‘향이 있는 삶’까지 상품으로

[KtN 홍은희기자]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공기 속에 퍼졌다가 사라지고, 오래전 사람과 장소를 어느 순간 기억 앞으로 불러낸다. 같은 냄새를 맡아도 떠오르는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다. 색처럼 그대로 보여줄 수도 없고 음악처럼 녹음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어렵다. 향수 산업은 오랫동안 이런 비물질적인 감각을 상품으로 만들어왔다.

르 라보(Le Labo)가 내놓은 Concrete Home Diffuser는 향의 이런 특성을 빛과 연결했다. SANTAL 26의 확산 강도가 높아지면 전구가 밝아지고, 강도가 낮아지면 빛도 어두워진다. 콘크리트 받침 위에는 유리 구조물과 에디슨 전구가 놓였다. 향을 퍼뜨리는 기기지만 형태만 놓고 보면 작은 조명이나 인테리어 오브제에 가깝다.

새로운 향을 개발한 제품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SANTAL 26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향의 작동 상태를 빛으로 표시하고, 향기 기기에 건축 재료와 조명의 요소를 끌어들였다. 후각에만 맡겨졌던 경험 가운데 일부가 시각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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