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회의와 보고로 결정하던 생산·재고 계획, AI 도입으로 실시간 조정 가능성 확대
반복 업무 감소 기대 속 상시 대응과 노동강도 증가 우려…근무시간과 조직 운영에도 변화

[KtN 김상기기자]주말 내내 컴퓨터를 가동해 생산계획을 계산하고 월요일 회의에서 결과를 검토하던 업무 방식이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주문량과 재고, 물류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AI가 생산계획을 다시 계산하고 조정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정해진 회의와 보고 주기에 맞춰 움직이던 제조기업의 업무가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면 담당자의 업무도 달라지지만, 수시로 발생하는 변경 사항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2026년 10월 14일 공개한 공급망 AI 관련 대담에서 기업의 생산·공급망 계획이 정기적인 업무 주기에서 지속적인 의사결정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일별·주별·월별로 주문과 재고를 분석하고 계획을 확정했다면, AI 에이전트는 관련 데이터를 계속 살피면서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계획을 제안할 수 있다. 생산관리자가 정해진 날짜에 자료를 취합하고 회의를 준비하던 관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제조기업의 생산계획은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업무다. 영업부서는 판매량과 주문 전망을 전달하고, 구매부서는 원자재 확보 상황을 점검한다. 생산부서는 설비 가동과 인력 배치, 생산량을 조정하며 물류부서는 완제품의 보관과 출하, 납품 일정을 관리한다. 각 부서의 정보를 모아 실행 가능한 계획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 부서에서 계획을 바꾸면 다른 부서에서도 일정과 비용을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자재소요계획(MRP)과 판매·운영계획(S&OP), 고급계획시스템(APS) 등을 발전시켜 왔다. 컴퓨터로 필요한 원자재와 생산량을 계산하고, 부서별로 마련한 계획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기업 내부 서버에서 운영하던 프로그램이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옮겨가면서 여러 사업장과 부서가 같은 정보를 활용하는 환경이 확대됐다. AI는 기존 계획 시스템에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황에 따라 수정안을 만드는 기술로 도입되고 있다.

맥킨지에서 디지털 공급망 분야를 담당하는 마이크 래프터리(Mike Raftery)는 지난 25년 동안 공급망 계획 업무에서 여러 차례 기술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자재 관리와 생산계획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했고, 이후에는 클라우드와 통합계획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최근의 AI 도입에서는 기존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계획을 세우는 주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앤드루 시(Andrew Shih)는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계획 수립 과정을 조정하면 기업이 실제 상황의 변화에 맞춰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해진 회의 날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필요한 시점에 생산과 공급계획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운영이 가능하려면 기업의 데이터 관리와 조직 운영 방식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계획의 수정 주기가 짧아지면 담당자가 수행하는 업무에도 변화가 생긴다. 판매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거나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경우, 기존에는 담당자가 관련 자료를 다시 취합하고 부서별 상황을 확인한 뒤 계획을 조정했다. AI가 해당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한다면 담당자는 자료를 모으는 데 쓰던 시간을 줄이고 여러 대응 방안을 비교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계획을 빠르게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제 생산라인을 같은 속도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자재는 발주와 운송에 시간이 걸리고, 생산설비에는 가동 조건과 처리 가능한 물량의 한계가 있다. 직원의 근무 일정도 사전에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생산량을 늘리는 계획이 컴퓨터에서는 즉시 계산되더라도 실제 공장에서는 필요한 인력과 자재를 확보해야 실행할 수 있다.

잦은 계획 변경은 다른 비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생산품목을 바꾸기 위해 설비를 조정하거나 작업 순서를 수정해야 할 경우 계획을 자주 바꾸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 납품 일정이 확정된 거래처와의 계약도 고려해야 한다. AI가 제안한 계획의 계산 속도보다 변경된 계획을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생산관리자의 업무는 계획을 직접 계산하고 작성하는 일에서 AI가 제안한 계획을 검토하고 조정하는 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시는 AI가 모든 결정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사람의 판단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리자가 AI에 업무 목적과 허용 범위를 설정하고 자동으로 처리할 작업과 직접 승인해야 할 작업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정기회의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매주 같은 형식으로 판매 실적과 재고를 보고하는 업무가 줄어들면 회의에서는 생산설비 투자나 공급업체 변경, 장기적인 생산능력 확보처럼 여러 부서의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여지가 생긴다. 반면 AI가 수시로 계획 수정을 제안하면 담당자가 변경 내용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업무는 정해진 회의시간 밖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기존의 생산계획 업무에는 일정한 시간적 구분이 있었다. 담당자가 자료를 취합하는 기간과 계획을 검토하는 회의, 결정된 내용을 실행하는 기간이 나뉘어 있었다. AI가 주문과 재고의 변화를 계속 감시하는 환경에서는 수정할 필요가 있는 계획이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시스템이 밤과 주말에도 작동하는 만큼 긴급한 변경 사항을 누가 검토하고 승인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

근무시간 밖에 들어오는 알림이 실제 업무 지시로 이어진다면 노동자는 새로운 부담을 겪을 수 있다. AI가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담당자가 야간이나 휴일에 접속해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정기적으로 처리하던 업무가 수시 대응으로 바뀌면서 대기시간과 긴급 업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중요도가 낮은 이상 징후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다음 근무시간에 처리하도록 설정하면 불필요한 야간 업무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6년 4월 발표한 연구에서 AI 기술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노동자의 정신적·사회적 근무환경에 새로운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감시와 노동강도 증가, 업무 자율성 감소, 개인정보 활용 문제가 대표적이다. AI가 업무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행동을 지나치게 세밀하게 추적하거나 쉬지 않고 대응하도록 요구할 경우 근무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계획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술과 노동자의 성과를 감시하는 기술은 구분해야 한다. 다만 기업이 두 시스템을 연결하면 생산량과 작업시간, 직원별 업무 수행 기록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생산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직원의 작업량과 일정까지 자동으로 바뀌는 구조에서는 노동자의 근무조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5년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미국의 기업 6000여 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알고리즘을 활용한 업무 관리의 상반된 효과가 나타났다. 관리자들은 의사결정의 질과 업무 효율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판단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거나 시스템의 결정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노동자의 건강과 근무조건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알고리즘 관리의 확산이 모든 기업에서 같은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은 아니며, 기업별 운영 규정과 관리 방식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AI를 활용한 공급망 계획도 도입 방식에 따라 노동자가 경험하는 변화가 달라질 수 있다. 자료 입력과 반복 계산에 쓰던 시간이 줄어든 만큼 직원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업무 능력을 높이는 데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 반면 인력을 줄이거나 더 많은 업무를 기존 인원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생산성이 높아져도 노동자의 업무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생산계획 담당자의 전문성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요구된다. 과거에는 재고 자료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생산량을 계산하며 부서별 계획을 조정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AI가 계산과 분석의 일부를 맡게 되면 데이터가 실제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살피고 제안된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잘못 입력된 재고 정보나 실제와 다른 설비 가동 자료를 이용하면 AI도 적절하지 않은 계획을 만들 수 있다. 주문량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생산량을 확대했지만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계산된 계획은 실행할 수 없다. 작업자의 휴식과 교대근무, 설비의 정비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생산계획도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AI 시스템이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려면 기업은 생산설비와 원자재, 인력, 납품 조건을 정확하게 관리해야 한다. 각종 데이터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의미가 달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시는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업무의 맥락을 정리하고, 여러 프로그램이 서로 연결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일과 실제 업무 방식을 바꾸는 일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기업 내부에서 다양한 AI 도구를 시험적으로 개발하더라도 기존의 보고와 결재 절차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직원들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기존 프로그램의 작업을 그대로 수행하면서 AI 결과까지 별도로 검토하고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맥킨지의 래프터리는 기업이 여러 A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관리와 보안, 운영 책임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개별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실제 경영과 업무 성과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측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와 기업의 실제 운영 성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급망 계획에 AI를 적용한 기업이 재고비용을 줄이거나 납기를 개선했다면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고와 생산량에 관한 지표만으로 노동환경까지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생산계획을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변경된 계획을 승인하는 데 필요한 시간, 근무시간 밖의 긴급 대응 횟수, 직원의 추가 근무시간을 함께 살펴야 한다. AI 도입으로 줄어든 업무와 새롭게 발생한 업무를 구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직원들의 근무 일정과 휴식을 보호하면서 AI의 수시 분석 기능을 활용하는 운영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생산설비의 안전이나 납품 중단과 직접 관련된 긴급 상황에는 즉시 대응하되, 중요도가 낮은 계획 변경은 다음 근무시간에 검토하도록 구분하는 방법이다. AI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와 사람의 승인이 필요한 업무도 사전에 정할 수 있다. 담당자가 부재한 시간에는 다른 근무자에게 업무를 넘기거나 계획 변경을 보류하는 절차 역시 운영 규정에 포함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생산계획을 검토하던 방식이 단기간에 모두 사라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제조기업은 생산설비 투자와 원자재 장기계약, 인력 운영처럼 일정한 주기로 결정해야 하는 업무를 계속 수행해야 한다. AI가 단기적인 재고 변화와 주문량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더라도 장기적인 생산전략과 예산, 공급망 운영계획은 별도의 검토와 승인이 필요하다.

맥킨지의 전문가들은 2027년부터 기업의 AI 활용이 시범사업을 넘어 실제 운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며 제조기업 전반에서 실시간 생산계획이 정착했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별 데이터 수준과 설비 운영 방식,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정도에 따라 도입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AI가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조직은 기존의 회의와 보고, 결재 절차를 조정해야 한다. 담당자가 자료를 수집하고 계산하던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AI의 제안을 검토하고 현장의 실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근무시간 밖에 발생한 변경 요청을 처리하는 방식도 새롭게 정해야 한다.

생산계획을 정하는 날짜가 사라지더라도 노동자의 출퇴근 시간과 휴식까지 사라질 수는 없다. 기업의 생산계획은 수시로 수정할 수 있지만 실제 공장은 정해진 설비와 인력, 원자재를 바탕으로 가동된다. AI 도입의 성과를 재고와 납기, 생산성뿐 아니라 노동시간과 업무 부담까지 함께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정기회의 중심으로 운영되던 생산관리 업무가 수시 대응 방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근무시간과 업무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운영 규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KtN (K trendy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