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등재 가능성과 국제적 협력 과제
문화와 외교가 만나는 지점

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및 관련 구성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계속되면서,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와 국제적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및 관련 구성원들의 노력과 헌신이 계속되면서,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와 국제적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단순히 문화유산 보존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태권도는 이미 세계 200여 개국에서 보급된 대표적 한국 무예이자,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도 긴밀하게 얽혀 있는 종목이다. 따라서 등재 과정은 문화정책, 외교전략, 그리고 남북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복합적 과제로 다가온다.

특히 2024년 북한이 단독으로 태권도 등재 신청을 제출한 사실은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긴장과 논의를 불러왔다. 유네스코가 과거 씨름 공동등재를 통해 남북 화해의 상징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기에, 태권도 역시 공동등재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추진단과 정부,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교차하며 태권도의 유산화 과정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남북 공동등재 논의

태권도 공동등재 논의는 씨름 공동등재의 성공 경험을 직접적으로 참고한다. 2018년 씨름은 남북이 별도로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유네스코가 이를 병합해 하나의 공동 등재로 승인했다. 이는 “평화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얻으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태권도 역시 남북이 각각 세계태권도연맹(WT)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중심으로 발전시켜온 이중 구조를 갖고 있기에, 공동등재가 성사된다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다만 북한이 먼저 단독 신청을 진행한 상황은 향후 협의 과정에서 난관이 될 수 있다. 한국 측은 이 상황을 공동등재의 기회로 전환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요구된다.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추진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추진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적 접촉과 지지

추진단은 최근 수년간 불가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의 교류를 확대해왔다. 불가리아 태권도협회와의 협력, 유네스코 친선대사와의 만남, 그리고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의 회의는 태권도의 공동등재 필요성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장이 됐다. 유네스코 사무총장 역시 태권도의 가치와 국제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태권도가 특정 국가에 한정된 문화가 아니라 세계 공동체가 함께 지켜야 할 무형유산임을 부각하는 과정이었다.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 2018년 평양에서 WT 조정원 총재 ITF 리용선 총재 공동 협약함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 2018년 평양에서 WT 조정원 총재 ITF 리용선 총재 공동 협약함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

정부와의 협의 과정

민간 추진단의 노력만으로는 등재 신청이 불가능하다. 유네스코에 제출되는 공식 문건은 반드시 국가 차원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이후 추진단은 대통령실,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유산청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경과 보고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 부처는 신청서 작성 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등재 절차의 핵심 기관으로서, 신청서 준비가 본격화될 경우 직접적인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민간 차원에서 시작된 추진이 국가 정책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태권도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북이 공통으로 보유한 몇 안 되는 문화유산 중 하나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태권도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북이 공통으로 보유한 몇 안 되는 문화유산 중 하나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청서 준비와 기준 충족

등재를 위해서는 단순한 문화적 홍보가 아닌 구체적 기준 충족이 필수적이다. 유네스코는 R.1부터 R.5까지 다섯 가지 항목을 요구한다.

태권도가 무형유산의 정의에 부합하는 문화적 관행임을 증명해야 하고(R.1),

등재가 세계 무형유산의 가시성과 문화 간 대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R.2).

또한 전승과 교육, 기록화와 보호조치가 체계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며(R.3),

관련 공동체의 동의가 확보되어야 한다(R.4).

국가 차원의 무형유산 목록에 반영된 상태여야 한다(R.5).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추진단은 학계와 연구진, 영상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신청서 문안을 다듬고 있다. 수련 문화, 도장의 일상, 예절과 정신적 가치가 강조되는 방향은 태권도를 무형유산의 언어로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

최재춘 추진단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최재춘 추진단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잇따라 만나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추진 현황을 보고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외교와 실무의 연결

국내의 준비 과정과 함께 국제 외교의 맥락은 여전히 중요하다. 북한이 단독 신청을 진행했지만, 공동등재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씨름의 경험처럼 유네스코가 병합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간 협의 채널 복원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불가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의 협력, 유네스코 친선대사의 발언, 국제회의에서의 논의는 이러한 외교적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파리 유네스코 본부 회의 사진.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파리 유네스코 본부 회의 사진. 사진=KOREA 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태권도의 미래를 향한 설계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단일한 경로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은 준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단독 신청, 남한의 공동등재 추진, 정부와 추진단의 협의, 국제사회의 지지까지 여러 요소가 맞물리면서 태권도는 무형유산으로서의 의미를 세계적으로 확장할 기회를 얻고 있다.

앞으로의 준비 방향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간 협의 구조를 복원해 공동등재의 길을 다시 여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국내적으로는 태권도의 생활문화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연구와 기록을 축적하고, 도장과 수련 공동체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국제 무대에서는 협력과 연대를 확대해 태권도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한 문화정책 이상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문화 정체성과 자긍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국제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문화 대화를 촉진하는 상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긍정적인 가능성이 이미 여러 차원에서 확인되고 있는 만큼, 향후의 준비와 외교적 설계가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