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석의 종말과 새로운 공간 구조
[KtN 임민정기자]산업혁명 이후 의자는 인간의 노동을 상징하는 사물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중반에 접어든 지금, 의자는 다시 ‘사라지는’ 물건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원격 근무 확산은 사무공간의 개념을 바꾸었다. 생산은 더 이상 고정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고정 좌석 중심의 공간은 점차 해체되고, 서서 일하거나 움직이면서 일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앉는 노동’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근로자의 38퍼센트가 ‘가변형 근무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정해진 책상과 의자 대신 공동 사용 구역, 이동형 책상, 스탠딩 모듈 등을 사용하는 형태다. 특히 테크 산업과 창의직 종사자 사이에서는 하루 절반 이상을 서서 일하거나 걷는 형태의 업무가 일반화됐다. 의자의 역할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신체를 잠시 지탱하는 도구로 축소되고 있다.
의자의 기능 축소는 공간 구조의 전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좌석 비율 축소’를 통해 사무공간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24년 이후 전체 사무실 좌석의 30퍼센트를 ‘공유형 모듈’로 전환했다. 일정 시간만 사용하는 간이 좌석과 이동형 테이블이 도입되며, 고정된 개인 좌석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IT기업, 디자인 스튜디오, 스타트업 등은 ‘착석 비율 50퍼센트 이하 사무실’을 운영하며, 공간의 절반 이상을 협업 존과 휴식 구역으로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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