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지서 붙잡힌 한국인 64명 귀국… 경찰 “국제사기 전모 수사”
로맨스 스캠·보이스피싱 연루 의혹… 캄보디아 구금자 64명 압송
폐쇄형 범죄단지 ‘웬치’ 실태 드러나… 한국인 64명 송환, 수사 본격화
역대 최대 해외 송환… 경찰 “보이스피싱·국제사기 조직 근절 총력”
[KtN 전성진기자] 캄보디아 ‘웬치’ 범죄단지에서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전세기로 압송돼 국내 수사에 넘겨졌다. 이들은 보디아 현지에서 각종 사기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송환은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을 겨냥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공조 수사로 평가된다. 전세기에 탑승하는 대로 체포한 데 이어 입국 직후 전국 경찰서로 보내 곧바로 조사에 들어 갔다.
캄보디아 현지 범죄단지에서 불법 사기 행위에 연루돼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전세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송환됐다. 경찰은 이들이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가짜 투자 권유 등 조직적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전국 경찰서에 분산 배치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송환은 외교부와 경찰청이 캄보디아 당국과 공조해 추진한 대규모 작전으로, 단일 국가에서 송환된 인원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지에서 체포된 59명과 스스로 신고해 구출된 5명이 포함됐으며, 일부는 인터폴 적색수배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귀국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사용 여부와 범죄 연루 정도를 조사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확보한 휴대전화와 서버 등 증거물 분석을 통해 해외 사기 조직의 구조를 추적하고 있다.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경찰 호송대 사이로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쓴 이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모두 캄보디아 현지 ‘웬치(園區)’로 불리는 범죄단지에서 각종 온라인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구금됐던 한국인들이다.
외교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송환된 64명은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웬치’ 단지 내에서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연애 가장 사기), 가짜 투자 권유, 노쇼 판매 등 다수의 금융사기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의 범죄단지 소탕 작전에서 체포된 59명과 자진 신고로 구출된 5명 등 총 64명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입국과 동시에 체포돼 전국 20여 개 경찰관서로 분산 이송되었고, 즉시 피의자 신문과 마약 검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박성주 본부장은 “송환자 대부분은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노쇼 사기 등에 연루돼 있으며, 일부는 감금과 협박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의 ‘웬치’는 중국계 범죄조직이 조성한 폐쇄형 범죄단지로,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온라인 사기·도박·마약 등 복합 범죄를 벌이는 구조다. 담장과 무장 경비, 감시카메라로 내부 인원 통제를 강화하며, 실제 건물 전체를 임대한 조직이 방 단위로 사기 인력을 입주시켜 운영한다. 식사와 숙소가 제공되지만, 탈출 시 폭행·감금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송환된 한국인 중 일부는 범행 가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로 조사되고 있다.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투자회사 채용 공고를 보고 출국한 뒤, 현지에서 여권을 압수당하고 사기 조직에 강제로 동원된 사례도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과 통신기록, 송금 내역, 서버 데이터 등을 토대로 가담 정도를 구분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송환 작전에는 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과와 외교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캄보디아 내무부가 협력했다. 외교부 김진아 2차관은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스캠 범죄단지 단속을 통해 우리 국민 64명의 신속한 송환을 완료했다”며 “향후 유사 피해 방지를 위해 공조 체계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캄보디아 당국이 제공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서버 등 디지털 증거를 분석해 국제 사기 자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AI 기반 자금 추적 시스템을 통해 계좌 간 이동 내역을 실시간 분석하고 있으며, 수사결과에 따라 추가 피의자 송환도 검토 중이다.
한편 정부는 캄보디아·라오스·필리핀 등지에서 확산 중인 ‘해외 스캠 단지’ 근절을 위해 ▲현지 경찰과의 상시 공조팀 설치 ▲가짜 취업·투자 광고 경고 강화 ▲대포통장 및 해외 송금 관리 강화 ▲인터폴·ASEAN과 범죄 정보 실시간 공유 등을 추진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범죄자뿐 아니라 강제로 동원된 피해자도 보호해야 한다”며 “불법 행위 가담자는 법에 따라 엄정히 처벌하고, 구조 대상자는 귀국 후 재활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국제 온라인 사기 조직의 실체를 드러낸 동시에, 해외 체류 한국인 보호와 국제 수사 공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경찰은 송환자 조사와 디지털 증거 분석을 통해 해외 범죄 네트워크의 국내 연결고리를 끊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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