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테잉 이후의 공백, 브랜드의 체질을 바꿀 ‘포스트 크리에이티브 시대’의 서막

[KtN 임우경기자]발망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14년은 패션의 미학을 넘어, 럭셔리 산업의 구조적 혁신을 상징한 시간이었다. 루스테잉의 퇴임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발망이라는 브랜드가 새로운 체질로 전환되는 시작점이다. 브랜드는 현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후임을 공개하지 않은 채, 내부 스튜디오 중심의 창의 조직 개편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왕’을 세우는 대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발망 CEO 마테오 스가르보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브랜드의 다음 단계는 개인의 비전이 아닌 조직의 창의력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루스테잉 시대의 상징이었던 ‘스타 디자이너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협업형 창작 구조로의 이동을 예고한다. 럭셔리 산업이 하나의 인물에게 의존하던 시대는 빠르게 막을 내리고 있다.

패션 시장은 이미 이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루이비통, 구찌, 보테가 베네타, 지방시 등 주요 하우스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 주기를 단축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이제 ‘디자이너의 서명’보다 ‘조직의 시그니처’로 관리된다. 발망 역시 같은 전략적 전환을 선택했다. 내부 크리에이티브 조직은 기존 디자인팀, 마케팅, 디지털 전략 부문이 통합된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다. 루스테잉이 남긴 디지털 자산과 브랜드 언어가 이 새로운 시스템의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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