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생물학의 균열이 드러나는 순간 인류는 면역의 시간표를 바꿀 수 있을까

[KtN 정석헌기자]노년층에서 흔히 관찰되는 감염 취약성은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다. 면역 체계가 노화와 함께 구조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임상의들은 폐렴 입원 환자 분석 과정에서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고령 환자에게서 중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이 현상은 생물학적 기반이 분명하다. 면역 체계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방어 중심 세포를 잃는다. 그중에서도 면역학계가 주목하는 요소는 나이브 T세포 감소다.

나이브 T세포는 새로운 병원체에 대응하는 선봉대다. 신체가 처음 마주하는 바이러스와 세균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공격 전략을 빠르게 형성한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면역학 연구실은 나이브 T세포 감소가 단지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의미를 넘어 암 발생 위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지속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면 종양 형성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면역노화 현상은 단지 특정 세포 수의 문제로 설명되지 않는다. 국립암센터의 종양면역 분야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생체의 에너지 발전소로 불리며 모든 세포 활동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다. 특히 면역세포는 끊임없이 적을 찾아다니고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에너지 수요를 가진다. 실전 병력과 같다는 평가가 많다.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면 면역세포는 전투에 필요한 연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곧 면역 반응 저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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