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공동 집필한 '음악 기반 사회성 치료' 매뉴얼 발간
슈가 이름 올린 마인드 프로그램 출간…치료 현장용 매뉴얼 나왔다
50억 기부 이후 2년…슈가, 자폐 아동 치료 지원 프로젝트 결실
[KtN 신미희기자] 방탄소년단 슈가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청소년 치료 프로그램 개발과 임상 매뉴얼 출간에 참여하면서 연예인 기부가 치료 현장 설계와 운영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만들었다.
방탄소년단 슈가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청소년 치료 지원에 발을 넓혔다. 17일 출간된 마인드 프로그램은 음악을 매개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훈련하는 임상 매뉴얼이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천근아 교수가 대표 저자를 맡았고, 슈가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대중음악계 스타의 이름이 치료 현장용 매뉴얼에 함께 오른 것은 기부와 후원이 병원 밖 홍보에 머물지 않고 실제 프로그램 설계와 실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마인드 프로그램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음악 기반 사회성 훈련 체계다. 연주와 리듬, 순서 맞추기, 감정 표현, 공동 작업을 통해 상호작용 경험을 넓히는 방식으로 짜였다. 언어 이해력과 인지 능력을 상대적으로 높게 전제한 기존 사회성 훈련 프로그램과 달리 발달 수준이 낮은 아동까지 고려해 설계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치료의 출발점을 말하기 능력보다 관계 형성 경험에 둔 셈이다.
이번 작업은 2024년부터 이어진 교류의 결과다. 슈가는 천근아 교수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 치료의 장기 지원 필요성을 논의했고, 음악을 접목한 치료 프로그램 개발에 뜻을 모았다. 이후 50억 원을 기부했고, 세브란스병원에는 민윤기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천 교수는 초대 소장을 맡아 프로그램 운영을 본격화했다. 한 차례 후원으로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센터 설립, 프로그램 개발, 임상 매뉴얼 출간으로 단계가 이어졌다.
현장 참여도 뒤따랐다. 슈가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보탰고, 파일럿 프로그램에는 음악 자원봉사 지도사로 직접 참여했다. 아동이 소리를 주고받고, 차례를 기다리고, 함께 리듬을 맞추는 과정에 치료 목표를 얹는 작업에도 힘을 보탰다. 프로그램은 모두 12회기로 구성됐다. 기본 상호작용 경험에서 시작해 감정 인식과 정보 교환을 거쳐 공동 음악 프로젝트 수행으로 넓어지는 구조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음악치료사, 언어치료사, 행동치료사, 임상심리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치료 체계도 포함됐다.
연예계로 보면 스타의 선행 소식이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치료 접근성과 공공적 관심을 넓히는 사례에 가깝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는 오랜 시간과 꾸준한 개입이 필요한 영역인데, 대중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의 설계와 현장 운영에 참여하면서 관심의 결도 달라졌다. 대중은 익숙한 이름으로 이 소식을 접하지만, 의료 현장은 실제로 쓸 수 있는 매뉴얼과 운영 모델을 얻었다.
최근 문화연예계 기부의 흐름도 단순 후원보다 구조를 남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장학금이나 물품 지원을 넘어 센터 설립, 전문 인력 연계, 프로그램 운영, 기록과 매뉴얼 축적까지 이어지는 방식이 늘고 있다. 이번 사례도 같은 흐름 위에 놓인다. 스타의 화제성이 출발점이었다면, 매뉴얼 출간은 그 화제성을 의료와 복지 현장에서 반복 가능한 체계로 바꾼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출간은 한 권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치료 프로그램이 병원 내부 시범 운영을 넘어 다른 전문가와 기관이 참고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름값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 남아야 한다는 요구도 더 커질 전망이다. 슈가의 참여가 상징에 머물지 않고 실제 치료 현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 민윤기치료센터와 마인드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연예인의 선행이 화제성 소비를 넘어 치료 프로그램과 임상 기록 축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의료와 복지 영역의 자원 연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이제 관심은 한 사람의 기부가 아니라 그 기부가 남긴 시스템이 얼마나 오래 작동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