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부속을 넘어선 단추, 르사주 자수, 초현실주의 주얼리가 드러낸 메종의 조형 감각

The V&A Announces "Schiaparelli: Fashion Becomes Art,” the First UK Exhibition Devoted to the Historic Maison. 사진=V&A Announces "Schiaparell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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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A) ‘스키아파렐리: 패션, 예술이 되다’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시선이 옷 전체의 실루엣에서 벗어나 가까운 곳으로 옮겨간다. 소매 끝의 단추, 재킷 위 자수, 목걸이와 브로치, 향수병처럼 작은 물건들이다. 스키아파렐리의 작업은 큰 형태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의복 곳곳에 들어간 부속과 장식, 오브제가 하우스의 성격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전시장 한편에 모인 단추와 액세서리 자료만 보아도 그 점이 드러난다. 스키아파렐리에게 단추는 여밈을 위한 부속품에 그치지 않았다. 곤충과 서커스 인물, 입술과 자물쇠, 거울을 닮은 형상들이 옷 위에 붙는다. 재킷 앞섶이나 소매 끝에 달린 작은 물건이지만, 이 단추들은 옷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단정한 수트에도 농담이 들어가고, 고급 맞춤복에도 초현실주의적 이미지가 끼어든다.

이 시기 스키아파렐리가 단추를 다룬 방식은 당시 기준으로도 분명히 도드라진다. 다른 쿠튀르 하우스가 실루엣과 직물, 재단에 무게를 둘 때 스키아파렐리는 옷의 말단부에까지 의미를 밀어 넣었다. 작은 금속 장식과 조각적 형상을 단추로 가져오면서, 부속품은 장식의 수준을 넘어 의복의 일부 이미지가 됐다. 디에고 자코메티와 연결되는 자료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추가 공산품이 아니라 작은 조형물처럼 다뤄졌기 때문이다.

자수는 또 다른 축이다. 전시장에 나온 스키아파렐리 재킷과 드레스에는 르사주 공방과의 협업을 떠올리게 하는 정교한 비즈와 금사 작업이 여럿 남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1938년 ‘아스트롤로지’ 컬렉션 계열의 자수들이다. 별자리와 천체 이미지, 선과 점으로 이어지는 우주 도상이 재킷 표면을 가득 메운다. 금사와 비즈, 스팽글이 촘촘히 들어가면서 옷감은 평평한 표면에 머물지 않고 빛과 요철을 가진 화면으로 바뀐다.

The V&A Announces "Schiaparelli: Fashion Becomes Art,” the First UK Exhibition Devoted to the Historic Maison. 사진=V&A Announces "Schiaparell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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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아파렐리의 자수는 화려함만을 위한 장식으로 보기 어렵다. 상징과 서사를 옷 표면에 옮기는 장치에 가깝다. 별자리, 태양, 달, 눈, 손 같은 이미지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하우스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옷 한 벌이 단지 잘 재단된 복식이 아니라 특정한 기호와 상징을 두른 물건처럼 보이게 만드는 힘도 여기서 나온다. 전시장에서 자수 재킷 앞에 오래 머무르게 되는 이유도 실의 밀도나 공예적 정교함만이 아니라, 그 표면 전체가 하나의 그림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주얼리 구역에서는 스키아파렐리의 감각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귀금속의 크기나 값보다 이미지의 낯섦이 먼저 보인다. 곤충을 닮은 목걸이, 신체 일부를 연상시키는 브로치와 귀걸이, 일상 사물을 비튼 장식들은 당시 상류층 장신구의 문법과는 결이 다르다. 고급 보석을 앞세우기보다 무엇을 몸 위에 올릴 것인지, 어떤 이미지를 장신구로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는 뜻이다.

이런 주얼리는 스키아파렐리가 초현실주의와 가까웠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일상 사물의 크기를 바꾸고, 본래 자리에 있지 않아야 할 형상을 몸 가까이에 배치하는 방식이 그렇다. 귀는 귀걸이가 되고, 눈은 브로치가 되며, 벌레는 목을 감는 장식이 된다. 신체와 사물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이 주얼리에서 반복된다. 옷의 표면 위에 다른 이미지를 얹었던 드레스 작업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향수병도 빠지지 않는다. 1937년 출시된 ‘쇼킹’ 향수병은 메 웨스트의 몸에서 착안한 토르소 형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향수를 담는 용기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오브제로 읽히는 물건이다. 전시장에 함께 나온 다른 향수 관련 자료까지 보고 있으면, 스키아파렐리가 옷만 만드는 하우스가 아니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향과 병, 상자와 그래픽까지 모두 같은 미감 안에서 설계하려 했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의복 바깥으로 확장한 사례이기도 하다.

The V&A Announces "Schiaparelli: Fashion Becomes Art,” the First UK Exhibition Devoted to the Historic Maison. 사진=V&A Announces "Schiaparell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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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 전시가 단추와 자수, 주얼리, 향수병을 별도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키아파렐리의 세계는 드레스 한 벌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소매 끝의 작은 장식, 재킷 위 자수 한 줄, 향수병 하나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몸 위에 무엇을 얹고, 어떤 상징을 반복하고, 어떤 형상을 하우스의 언어로 삼을지에 대한 일관된 판단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전시 후반부의 다니엘 로즈베리 작업은 그 연속성을 오늘 방식으로 보여준다. 로즈베리는 눈, 코, 귀, 입, 폐와 기관지처럼 신체를 이루는 형상을 황금 장식과 주얼리, 드레스 앞판으로 크게 확대한다. 멀리서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크고 선명한 이미지들이다. 스키아파렐리가 과거에 단추와 브로치, 자수로 밀어 넣었던 기이한 형상들이 오늘에는 더 큰 스케일과 더 강한 광택으로 돌아온 셈이다.

최근 스키아파렐리의 레드카펫 룩이 자주 회자되는 이유도 그 점과 닿아 있다. 실루엣만이 아니라 몸 위에 얹힌 장식 하나가 곧바로 하우스의 표식처럼 읽힌다. 폐를 닮은 목걸이, 얼굴 일부를 본뜬 황금 장식, 해부학적 이미지를 살린 브로치는 옷 전체를 설명하는 중심 요소가 된다. 디테일이 부속이 아니라 이미지의 핵심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단추와 자수, 주얼리, 향수병 구역이 남기는 인상은 분명하다. 스키아파렐리는 옷의 큰 형태를 만드는 디자이너이면서 동시에 작은 물건의 힘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부속품은 부차적인 장식이 아니었고, 자수는 표면을 채우는 기술에 머물지 않았으며, 향수병은 제품 용기를 넘어 하우스의 조형 언어가 됐다. 스키아파렐리의 디테일은 옷을 마무리하는 단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메종의 얼굴을 만드는 핵심 요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