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롱프뢰유 보타이 스웨터에서 분리형 의상까지, 엘사 스키아파렐리 초기 작업을 보다

[KtN 임우경기자]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A) 세인즈버리 갤러리에서 스키아파렐리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옷이 있다. 검은 니트 스웨터 한 벌이다. 목선 아래 흰 리본이 묶인 듯 보이지만 실제 장식은 없다. 뜨개 조직만으로 리본의 형상을 만든 1927년 트롱프뢰유 보타이 니트다.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이름을 파리에 알린 초기 대표작이자, 이번 전시가 스키아파렐리의 출발점으로 내세운 옷이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니트 위에 문양을 넣는 방식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1920년대 후반 파리에서는 달랐다. 스키아파렐리는 입체 장식을 덧붙이는 대신 뜨개 조직 자체로 착시를 만들었다. 옷 위에 실제 리본을 다는 대신 리본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였지만 효과는 컸다. 평면의 니트가 시각적 장난의 표면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일상복도 위트와 지성을 드러내는 옷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스웨터 한 벌에 들어 있었다.

엘사 스키아파렐리는 정규 복식 교육을 밟은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언어학자의 딸로 태어나 시와 철학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랐고, 패션 역시 시각적 언어처럼 다뤘다. 초기 니트 작업에도 그런 감각이 선명하다. 옷의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표면의 인식을 흔드는 방식, 멀리서 본 모습과 가까이서 본 모습을 다르게 만드는 방식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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