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방송인·재벌가 며느리·빚더미 래퍼의 재결합
낭만적 회상보다 현실의 압박 앞세운 코미디 구조
[KtN 김동희기자]6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일드 씽’은 가상의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20여 년 뒤를 따라간다.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던 세 멤버는 더 이상 같은 무대에 서 있지 않다. 리더는 생계형 방송인이 됐고, 센터는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가며, 막내 래퍼는 솔로 앨범 실패 뒤 빚더미에 앉았다. 영화는 이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보다 각자의 현실을 버티기 위해 다시 같은 이름 아래 모이는 과정을 코미디로 풀어낸다.
트라이앵글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해체된 그룹이다. 영화는 해체 자체보다 해체 뒤 흐른 시간을 세 인물의 현재에 나눠 배치한다. 20여 년이라는 간격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이 전혀 다른 삶을 지나 다시 만날 때 생기는 어긋남이 ‘와일드 씽’의 기본 동력이다.
황현우는 트라이앵글의 리더이자 과거 ‘댄스머신’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현재는 생계형 방송인으로 살아간다. 현우에게 들어온 공연 제안은 추억의 초대장이라기보다 다시 무대 위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에 가깝다. 한때 팀을 이끌었던 인물이 다시 멤버들을 찾아 나서는 구조는 익숙하지만, 현우의 현재가 생계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재결합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변도미는 트라이앵글의 센터였다. ‘절대매력’이라는 수식어로 활동했던 도미는 시간이 흐른 뒤 재벌가 며느리로 살아간다. 과거의 도미가 무대 위 시선을 받는 인물이었다면, 현재의 도미는 다른 규칙과 체면 속에 놓인 인물이다. 다시 트라이앵글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노래와 춤을 되풀이하는 일이 아니다. 과거의 자유로운 이미지와 현재의 사회적 위치가 충돌하는 사건이다.
구상구는 트라이앵글의 막내이자 ‘폭풍래퍼’로 불렸던 멤버다. 해체 이후 솔로 앨범을 냈지만 실패했고, 현재는 빚을 떠안은 처지다. 상구의 설정은 세 멤버 가운데 실패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래퍼라는 포지션이 가진 자신감과 과시의 이미지, 빚더미에 앉은 현재 사이의 간격은 영화가 기대는 코미디의 한 축이다. 트라이앵글 해체 이후 각자도생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상구를 통해 드러난다.
세 사람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는 힘은 낭만보다 결핍에 가깝다. 현우에게는 재기의 발판이 필요하고, 도미에게는 현재의 삶과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마주할 계기가 생긴다. 상구에게는 실패 이후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같은 무대에 서려 하지만 세 사람이 품은 이유는 같지 않다. 그 불일치가 재결합 서사에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만든다.
영화 속 무대는 과거를 회상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세 멤버가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목표점이다. 시놉시스에 등장하는 “전쟁이 터져도, 오늘 우리는 무대에 서는 거야!”라는 문장은 이들의 상황을 압축한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집착이 강해질수록, 주변의 방해와 돌발 상황은 소동극의 형태로 번질 수 있다.
외부 변수는 성곤과 박대표다. 성곤은 과거 트라이앵글의 라이벌이었던 발라드 가수다. 자칭 ‘고막남친’으로 불리는 성곤은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과 다른 장르의 인물이다. 퍼포먼스를 앞세운 혼성 그룹과 감성을 내세운 발라드 가수의 대비는 2000년대 가요계의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작품 안에 불러온다. 전 소속사 관계자인 박대표는 해체 당시의 악연을 현재로 끌어오는 인물로 제시된다.
‘와일드 씽’이 넘어야 할 지점도 뚜렷하다. 20년 전 혼성 그룹, 낡은 무대 의상, 멤버별 포지션, 라이벌 가수, 전 소속사와의 악연은 코미디 소재로 쓰기 좋은 장치다. 반대로 쉽게 소모될 위험도 있다. 복고적 외형만으로는 107분의 이야기를 끌고 가기 어렵다. 현우, 도미, 상구가 지금 왜 다시 무대에 서야 하는지, 그 선택이 각자의 현재를 어떻게 흔드는지가 본편에서 설득돼야 한다.
코미디의 핵심은 시간의 격차다. 트라이앵글이라는 이름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만, 세 멤버는 현재의 생활인으로 살아왔다. 리더는 생계형 방송인이 됐고, 센터는 재벌가의 규칙 안에 들어갔으며, 래퍼는 실패한 솔로 가수로 남았다. 이들이 다시 같은 구호와 안무 아래 서는 순간, 영화는 웃음과 씁쓸함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와일드 씽’의 2차 관전 지점은 배우들의 변신이 아니라 이야기의 작동 방식이다. 해체된 그룹의 재결합이 단순한 분장과 패러디를 넘어 세 인물의 현재를 흔드는 사건으로 이어지는지, 성곤과 박대표가 과거의 미해결 문제를 현재의 갈등으로 끌어올 수 있는지가 이 영화의 서사를 결정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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