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송전망·재생에너지·입지 경쟁으로 번진 AI 투자

[AI 골드러시③] 전기를 먹는 AI, 데이터센터가 흔든 전력 지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AI 골드러시③] 전기를 먹는 AI, 데이터센터가 흔든 전력 지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415TWh.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쓴 전력량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세계 전력소비의 약 1.5%를 차지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12%씩 늘었다고 밝혔다. IEA의 기준 전망에서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30년 약 945TWh로 불어난다. 2030년 세계 전력소비의 3%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는 모델 기업과 반도체 공급망을 지나 전력망, 발전원,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AI는 전기로 돌아간다. 대형언어모델을 학습시키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생성하고, 기업용 AI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려면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서버 안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돌아간다. 서버가 모인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전기와 냉각설비를 요구한다. AI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발전소, 송전선, 변전소, 냉각수, 데이터센터 입지가 산업정책의 앞줄로 올라온다.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으로 몰린 AI 자본은 전력 문제를 먼저 드러냈다. 맥킨지는 샌프란시스코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약 1230억 달러의 AI 관련 민간자본을 끌어들였고, 2025년에는 샌프란시스코 기반 기업들이 전 세계 벤처캐피털 자금의 30%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자금은 AI 모델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들어가지만, 서비스가 커질수록 실제 비용은 GPU 서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로 번진다.

19세기 골드러시의 광산 주변에는 길과 항만, 철도, 숙박시설이 필요했다. 2020년대 AI 골드러시의 현장에는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이 필요하다. AI 모델 기업이 늘어나도 서버를 꽂을 공간과 전기가 부족하면 서비스 확장은 멈춘다.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해도 전력과 냉각이 따라오지 않으면 장비는 돌아가지 않는다. AI 경쟁은 알고리즘의 성능 경쟁에서 전기와 공간을 확보하는 경쟁으로 넓어졌다.

IEA는 데이터센터를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냉각설비, 무정전전원장치, 예비 발전기 등이 결합된 전력 수요처로 설명한다. 현대식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는 전력수요의 평균 60% 안팎을 차지한다. 냉각설비 비중은 고효율 초대형 데이터센터에서는 약 7% 수준이지만, 효율이 낮은 기업용 데이터센터에서는 30%를 넘을 수 있다. AI 서버 밀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와 냉각의 부담도 함께 커진다.

2030년 945TWh라는 전망치는 세계 전력시장 전체에서 보면 제한적인 비중이다. IEA도 데이터센터의 2030년 전력소비 비중이 세계 전체의 3% 미만이라고 적었다. 다만 데이터센터 수요는 특정 지역에 몰린다. 전기차나 냉방 수요처럼 넓게 퍼지는 수요와 달리, 데이터센터는 통신망과 전력망, 세제, 인허가, 고객 접근성이 맞는 지역에 집중된다. 세계 전체 비중이 작아 보여도 특정 도시권과 송전망에는 훨씬 큰 압박으로 나타난다.

미국, 중국, 유럽은 앞으로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의 중심에 남을 전망이다. IEA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 증가분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24년 수준보다 약 240TWh 늘고, 중국은 약 175TWh 증가하는 흐름으로 제시됐다. 유럽은 45TWh 이상, 일본은 15TWh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 공급도 같은 속도로 바뀐다. IEA는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 생산량이 2024년 460TWh에서 2030년 1000TWh 이상, 2035년 1300TWh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수요의 절반 가까이는 재생에너지가 담당하지만, 2030년까지는 천연가스와 석탄도 40% 이상을 채우는 구조다. AI가 친환경 산업으로만 포장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 수요가 갑자기 늘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별개로 기존 화석연료 발전소의 가동률이 올라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천연가스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가장 큰 축으로 남아 있다. IEA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의 40% 이상이 천연가스에서 나오고, 2030년까지 추가 수요에서도 천연가스가 가장 큰 몫을 담당한다고 봤다. 중국에서는 동부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몰린 구조 때문에 석탄 비중이 높다. 유럽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일본과 한국은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센터 한 곳을 짓는 속도와 송전망을 까는 속도는 다르다. 클라우드 기업은 2~3년 안에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지만, 송전선과 변전소, 발전소, 해상풍력 단지, 대규모 태양광 단지는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환경 검토, 계통 접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IEA도 기술 부문은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에너지 시스템은 계획과 건설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AI 수요는 분기 단위로 커지고, 전력망은 수년 단위로 움직인다.

한국도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목표 가운데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를 두고, AI 3대 강국 도약과 기후위기 대응·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같은 축에 배치했다. AI를 키우는 정책과 전력망을 바꾸는 정책이 따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다. 청와대 국정과제 페이지에도 AI 3대 강국 도약, 산업 르네상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혁신경제 추진전략으로 함께 올라와 있다.

정부가 말하는 에너지고속도로는 전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대도시·산업단지를 고압직류송전망(HVDC)으로 연결하는 전력 인프라 사업이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수도권과 호남을 잇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시작으로 2040년까지 한반도 전체를 U자형으로 감싸는 송전망을 건설하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서남권과 전력 수요가 몰린 수도권의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 RE100 산단과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을 병행하겠다는 설명도 포함됐다.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는 같은 전력망 위에서 만난다. HBM 생산라인과 첨단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안정적인 전기를 요구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밀도가 높아질수록 전력과 냉각 수요를 함께 키운다. 전기차, 배터리, 조선, 로봇, 바이오 공장도 전력 사용량을 늘린다.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가 같은 권역에 몰리면 발전원보다 송전과 계통 접속이 먼저 막힐 수 있다.

데이터센터 입지는 땅값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전력 여유, 송전망 접속 가능성, 냉각 조건, 통신망, 지자체 인허가, 재생에너지 조달, 수도권 접근성, 전문인력 수급이 함께 작동한다. 수도권은 수요처와 인력이 가깝지만 부지와 전력망 제약이 크다. 지방은 부지와 발전원에서 여지가 있지만, 계통 접속과 통신망, 전문인력, 지역 수용성 문제가 뒤따른다. 데이터센터 간판을 세우는 일보다 전력망과 산업 수요를 맞추는 일이 더 어렵다.

재생에너지는 AI 전력 수요를 둘러싼 통상 변수로도 올라섰다. 글로벌 빅테크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조달 목표를 내세운다.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기업도 해외 고객사의 공급망 기준을 맞춰야 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이 늘어날수록 국내 전력은 싸고 안정적인 전력인지뿐 아니라 탄소 배출이 낮은 전력인지까지 평가받는다. 재생에너지 발전지가 있어도 전력을 산업단지와 대도시로 옮길 송전망이 부족하면 수출기업의 부담은 줄지 않는다.

전기요금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전력 사용량이 크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업 원가와 직결된다. 요금을 낮게 묶으면 전력공기업의 재무 부담과 송전망 투자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 요금을 올리면 첨단 제조업과 데이터센터의 입지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AI 시대의 전력정책은 물가, 산업경쟁력, 공기업 재무, 탄소중립을 동시에 다루는 영역으로 넓어졌다.

정부의 AI 예산도 전력 문제와 떨어져 움직이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10조1000억 원을 편성했다.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2조6000억 원,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 원을 배정했다.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피지컬 AI 분야에는 향후 5년간 약 6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GPU 확보도 전력망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는 고급 AI 인재 1만1000명 양성과 고성능 GPU 추가 구매를 제시했고, GPU 확보를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설명했다. 연산 자원을 늘리는 일은 AI 경쟁의 출발선이지만, 서버를 돌릴 전력과 냉각, 데이터센터 입지, 산업별 데이터, 현장 적용 능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활용률은 떨어진다. AI 고속도로와 에너지고속도로는 이름만 다른 별도 정책이 아니라 같은 성장전략의 앞뒤에 가깝다.

지역균형 정책도 전력망을 통과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지방에 유치하려면 부지 공급보다 계통 접속과 송전망 보강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지가 많은 지역이라도 전력을 산업단지와 대도시로 옮길 길이 부족하면 발전량은 지역 산업 경쟁력으로 바뀌지 않는다. 지역 산업거점은 세제 혜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력, 통신, 인력, 물류, 수요 기업이 한 묶음으로 들어와야 한다.

AI 전력 수요는 일자리 구조에도 영향을 준다. 데이터센터는 건설 단계에서 큰 투자를 만들지만, 운영 단계의 직접 고용은 제조공장보다 적을 수 있다. 반도체 공장과 제조업 AI 전환은 고숙련 엔지니어, 설비 운영자, 전력·냉각 전문가, 보안 인력, 현장 데이터 관리자 수요를 만든다.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설비도 지역 건설·운영 인력을 필요로 한다. AI 투자의 고용 효과는 데이터센터 수보다 산업 현장과 전력 인프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송전망을 둘러싼 갈등은 사회적 비용으로 번질 수 있다. 송전선로와 변전소, 재생에너지 설비는 지역 주민의 생활권과 맞닿는다. 수도권과 산업단지는 전력을 필요로 하고, 발전지와 송전 경로에 놓인 지역은 환경·경관·재산권 부담을 먼저 느낀다. AI와 반도체가 국가 성장산업으로 올라설수록 전력 인프라에 대한 보상, 절차, 지역 이익 공유 방식이 더 중요해진다.

베이 지역의 AI 골드러시는 자본과 인재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줬다. 전력망은 그 속도를 실제 산업으로 바꾸는 기반이다.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2030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전망 속에서 AI 경쟁은 모델 성능을 넘어 발전원 구성, 송전망 인허가, 재생에너지 조달, 산업단지 설계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이 반도체와 제조업 기반을 활용하려면 전력망 투자가 산업정책의 뒤편에 머물 수 없다.

전기를 먹는 AI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에너지 질서를 바꾸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945TWh로 늘어날 전망이고, 전력 공급은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석탄, 원전을 함께 끌어들이는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도 AI 3대 강국 구상, 반도체 생산,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입지, 에너지고속도로를 같은 표 안에 놓아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GPU와 반도체만으로 AI 전략은 완성되지 않는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탄소 부담을 낮추고, 지역 산업거점까지 송전망을 연결하는 속도가 한국형 AI 골드러시의 다음 변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