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투자 2859억 달러에도 연구자 유입 급감…한국은 수도권 쏠림·제조현장 인력난 동시 압박
[KtN 최기형기자]2025년 미국의 민간 인공지능(AI) 투자액은 2859억 달러였다. 중국의 124억 달러보다 23.1배 많았다. 글로벌 기업의 AI 투자액도 5817억 달러로 전년보다 130% 늘었다. 돈은 미국으로 몰렸지만 사람의 흐름은 다른 방향을 보였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2026년 AI 인덱스는 미국으로 이동하는 AI 학자 수가 2017년 이후 89% 줄었고, 전년 대비로도 80% 감소했다고 밝혔다. AI 골드러시는 자본의 속도보다 사람을 키우고 붙잡는 속도에서 더 좁은 문을 드러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에는 돈이 먼저 도착했다. 맥킨지는 샌프란시스코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약 1230억 달러의 AI 관련 민간자본을 끌어들였고, 2025년에는 샌프란시스코 기반 기업들이 전 세계 벤처캐피털 자금의 30%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세계 상위 50개 AI 기업 가운데 25곳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자본과 기업은 좁은 도시권 안으로 빠르게 모였지만, 같은 보고서에는 생활비와 소득 격차, 고학력 노동자와 비학위 노동자의 격차도 함께 담겼다.
AI 산업에서 사람은 단순한 고용 숫자가 아니다. 대형언어모델을 설계하는 연구자, GPU 클러스터를 운영하는 인프라 엔지니어, 데이터를 정제하는 개발자, 반도체 설계자, 로봇 제어 전문가, 의료·금융·제조 현장을 아는 도메인 인력이 함께 필요하다. 모델 성능이 올라갈수록 필요한 직무는 더 넓어진다. 연구실 안의 박사급 인력만으로 AI 산업은 굴러가지 않는다.
베이 지역의 강점도 사람의 밀도에서 출발했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실리콘밸리 대기업, 벤처캐피털, 법률·회계·컨설팅 네트워크가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였고, 연구 결과는 창업과 투자, 채용으로 이어졌다. 맥킨지는 베이 지역의 경쟁력을 세계적 대학, 깊은 자본, 기술 전문성, 실험을 보상하는 문화에서 찾았다. 샌프란시스코 노동력 가운데 학사 학위 이상 보유자는 약 60%로 제시됐다.
높은 학력과 높은 임금은 같은 도시 안에서 격차도 키웠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샌프란시스코의 학위 보유 노동자 소득은 비학위 노동자의 2.4배였다. 생활비는 미국 평균보다 15% 높았고,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는 약 21배로 제시됐다. AI 기업과 고임금 기술직이 늘어도 도시 전체의 일자리와 소득이 같은 속도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질수록 인재 쟁탈은 더 거칠어진다. 대형 AI 기업은 고액 연봉과 스톡옵션, 대규모 GPU 자원, 세계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제시한다. 대학 연구실과 초기 스타트업은 같은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 초기 창업자, 중소기업 개발자는 같은 AI 생태계 안에 있지만 보상과 장비 접근성에서 차이를 겪는다. 자본 집중은 연구 속도를 높이지만, 인재 시장을 소수 대형 기업 중심으로 좁힐 수 있다.
스탠퍼드 AI 인덱스의 청년 고용 지표도 가볍지 않다. 보고서는 AI에 노출도가 높은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과 초급 일자리 감소가 함께 나타난다고 적었다.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2024년 이후 약 20% 줄었고, 고연차 개발자 고용은 늘었다. 고객서비스처럼 AI 영향이 큰 직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AI가 사람을 모두 대체한다는 단정은 위험하지만, 신입 노동시장의 입구가 좁아지는 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교육 현장의 속도도 산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스탠퍼드 AI 인덱스는 미국 고교생과 대학생 5명 중 4명이 학교 관련 작업에 AI를 쓰고 있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중·고교 가운데 AI 관련 정책을 마련한 곳은 절반 수준이고, 해당 정책이 명확하다고 답한 교사는 6%에 그쳤다. 학생은 이미 AI를 쓰고 있지만, 학교는 AI를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지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AI 인재 정책도 같은 압박을 받는다. 이재명 정부는 2026년 예산안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10조1000억 원을 편성했다.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2조6000억 원,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 원을 배정했다. 고급 AI 인재 1만1000명 양성, 고성능 GPU 1만5000장 추가 구매, 피지컬 AI 분야 5년간 약 6조 원 투입도 함께 제시됐다.
인재 1만1000명이라는 숫자는 출발점일 뿐이다. 연구자가 국내에 남으려면 연구비, 장비, 데이터 접근권, 논문과 특허 환경, 창업 회수시장, 해외 공동연구 통로가 필요하다. 개발자가 산업 현장으로 이동하려면 임금 보상과 직무 전환 경로가 있어야 한다. 제조업 노동자가 AI 도구를 다루려면 현장 데이터를 모으고 해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단기 교육과 자격증만으로 산업이 원하는 사람을 만들기는 어렵다.
한국은 샌프란시스코와 다른 출발선에 있다. 베이 지역은 대형 플랫폼 기업, 벤처자본, 세계적 대학, 창업 문화가 오래 쌓인 도시권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통신망, 제조업 공급망, 공공부문 실행력, 대기업 생산기반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AI 인재 전략도 모델 연구자 확보에만 묶이면 폭이 좁아진다. 반도체 공정, 조선, 자동차, 로봇, 가전, 의료, 공공 행정을 아는 복합 인력이 더 넓게 필요하다.
피지컬 AI는 한국 인재 정책의 실제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분야에 AI를 붙이려면 컴퓨터공학 전공자만으로 부족하다. 설비와 센서를 아는 기술자, 품질관리 담당자, 공정 데이터를 읽는 엔지니어, 안전 기준을 이해하는 관리자, 현장 근로자와 개발자 사이를 잇는 인력이 필요하다. 제조업 AI는 연구실보다 공장과 조선소, 물류센터, 병원, 도시 인프라 안에서 성패가 갈린다.
지역대학과 산업단지도 같은 표 안에 들어와야 한다. 수도권 대학과 판교·강남의 AI 기업만으로 반도체, 조선, 자동차, 로봇, 기계, 바이오 현장에 필요한 사람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 반도체는 용인·평택·이천·청주, 조선은 울산·거제·부산, 자동차는 울산·화성·광주, 기계·로봇은 창원·대구·대전과 맞물려 있다. 지역대학이 산업단지, 출연연, 대기업 협력사와 연결되지 않으면 AI 인재 정책은 수도권 임금 경쟁으로 좁아진다.
정부도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대학 역할을 예산안 설명에 포함했다. 2026년 예산안 시정연설에는 지방우대 재정 원칙, 거점국립대의 지·산·학·연 협력 허브화 추진이 담겼다. AI 인재 양성은 과학기술 정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학 재정, 연구장비, 기숙사와 주거, 기업 채용, 지방정부의 정주 여건이 함께 움직여야 지역 산업 현장으로 사람이 남는다.
해외 인재 유치도 행사성 초빙으로는 한계가 있다. AI 연구자와 엔지니어는 비자 발급 속도만 보지 않는다. 연구실과 기업의 수준, 보상, 가족 동반, 자녀 교육, 언어 환경, 장기 체류 가능성, 지식재산권과 창업 규정을 함께 따진다. 한국이 해외 인재를 불러오려면 연구 장비와 데이터, 체류 제도, 기업·대학 공동 프로젝트를 한 묶음으로 제시해야 한다.
국내 인재 유출을 막는 조건도 비슷하다. 미국과 중국의 대형 AI 기업은 높은 보상과 대규모 컴퓨팅 자원, 세계적 동료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국내 연구자가 해외로 가는 이유는 연봉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연구 속도, 장비 접근성, 제품 출시 가능성, 창업 회수시장, 글로벌 공동연구 환경이 함께 작용한다. 국내 AI 생태계가 계산 자원과 데이터, 사업화 통로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면 인재 양성은 해외 기업의 채용 풀을 넓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부문의 AI 도입도 별도 인재층을 요구한다. 행정, 복지, 의료, 교육, 안전 분야에 AI를 적용하려면 개발자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 업무를 이해하는 공무원, 개인정보와 보안 기준을 아는 전문가, 알고리즘의 오류와 편향을 점검할 감사·평가 인력이 필요하다. 공공서비스에서 AI 판단을 사람이 책임질 절차를 만들지 못하면 효율보다 불신이 먼저 커질 수 있다.
중소기업의 재교육은 더 넓은 파장을 갖는다. 대기업은 자체 교육기관과 AI 연구조직을 통해 인력을 전환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생산 차질을 감수하며 직원을 교육할 여력이 부족하다. 제조 중소기업이 AI 자동화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들여와도 운영할 사람이 없으면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외부 용역에 의존하게 된다. 현장 안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공정을 바꾸고, 근로자가 새 도구를 익히는 시간까지 정책 설계에 들어가야 한다.
AI 인재 정책의 평가는 학위 숫자보다 배치에서 갈린다. 박사급 연구자는 기초 모델, 반도체, 로봇, 바이오 같은 고난도 분야에 필요하다. 학사·석사급 개발자는 산업별 응용과 서비스 개발을 맡는다. 직업계고와 전문대, 재직자 교육을 거친 기술 인력은 장비와 현장 데이터를 다룬다. 공공과 민간의 관리자들은 AI 도입의 비용과 책임을 판단한다. 여러 층의 사람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AI 투자는 연구실과 대기업 안에서만 돈다.
베이 지역의 경험은 한국에 조심스러운 신호를 남긴다. 자본과 대학, 기업이 좁은 지역에 모이면 기술 개발은 빨라진다. 동시에 학위와 비학위, 고임금과 저임금, 중심 도시와 외곽 지역의 격차도 커진다. 한국이 AI 인재를 키우는 과정에서 수도권과 대기업, 특정 전공에 기회가 몰리면 샌프란시스코가 먼저 겪은 부담을 다른 형태로 반복할 수 있다.
AI 골드러시는 자본과 반도체, 전력망을 지나 사람의 문제로 들어왔다. 미국은 2025년 민간 AI 투자에서 압도적 규모를 기록했지만, AI 학자의 미국 유입은 2017년 이후 크게 줄었다. 베이 지역은 세계적 대학과 기업, 벤처자본을 묶어 인재 밀도를 키웠지만, 높은 생활비와 소득 격차도 함께 키웠다. 한국의 AI 3대 강국 구상은 고급 인재 숫자만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대학, 제조 현장, 지역 산업거점, 해외 인재 정착, 재직자 전환 교육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사람이 남고, 옮겨오고, 다시 배우는 구조를 만드는 속도가 한국형 AI 골드러시의 다음 변수로 남았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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