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321개·GDP 1조2000억 달러 경제권 뒤의 산업 편중, 생활비, 소득 격차

[AI 골드러시①] 샌프란시스코에 몰린 AI 자본, 도시 안에 쌓인 비용.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AI 골드러시①] 샌프란시스코에 몰린 AI 자본, 도시 안에 쌓인 비용.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321개 유니콘 기업, 약 1조2000억 달러의 지역 국내총생산(GDP), 1230억 달러 규모의 AI 민간자본. 2020년대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을 설명하는 숫자는 크다. 숫자의 이면에는 산업 편중과 생활비, 소득 격차, 도심 회복 지연이 함께 놓여 있다. 맥킨지가 2026년 6월 공개한 ‘The next gold rush’ 보고서는 베이 지역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생태계로 제시하면서도, AI 자본 집중이 도시 안에 남기는 비용을 함께 짚었다.

1848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인근에서 발견된 금은 미국 서부의 인구와 자본 흐름을 바꿨다. 광산 주변에는 도시가 생겼고, 철도와 항만, 은행, 숙박업, 장비 판매업이 함께 컸다. 2020년대의 금맥은 땅속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연구실, 반도체 공장, 클라우드 서버, 벤처캐피털 회의실 주변에 놓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이터, 연산을 떠받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력망, 냉각설비, 연구인력, 창업자 네트워크가 새 금맥의 구성 요소가 됐다.

샌프란시스코와 베이 지역에는 반도체, 소프트웨어, 인터넷 산업을 거치며 대학과 기업, 투자 네트워크가 먼저 쌓였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실리콘밸리 대기업, 벤처캐피털, 법률·회계·컨설팅 네트워크가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였고, 연구 결과가 창업과 투자로 이어지는 속도도 빨랐다. 맥킨지는 베이 지역을 인재와 자본, 아이디어, 연구, 기술이 한곳에 모이며 새 산업을 만들어온 지역으로 설명했다.

자본시장은 베이 지역 기술기업에 높은 가격을 매겼다. 베이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세계 상위 100대 기업 시가총액의 35%를 차지했다. 2019년 20%였던 비중이 커졌다. 애플, 알파벳, 브로드컴, 메타 네 곳만으로도 세계 상위 100대 기업 시가총액의 29%를 차지했다. AI 전환은 산업 구호보다 먼저 주식시장과 기업가치에 반영됐다.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간 AI 자금은 규모와 속도에서 모두 두드러졌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샌프란시스코가 끌어들인 AI 관련 민간자본은 약 1230억 달러였다. 2025년 샌프란시스코 기반 기업들은 전 세계 벤처캐피털 자금의 30%, 베이 지역 전체 벤처캐피털 자금의 85%를 받았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샌프란시스코가 확보한 AI 소프트웨어·서비스 투자액은 약 3750억 달러로, 클라우드 서비스 674억 달러, 사이버보안 103억 달러, 자율주행차 194억 달러, 로보틱스 161억 달러를 크게 앞섰다.

돈은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인다. 창업자는 투자자가 있는 도시로 옮기고, 투자자는 검증이 빠른 연구자와 개발자가 있는 곳에 머문다. 대학 연구실은 스타트업과 가까울수록 특허와 창업, 채용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형 플랫폼 기업은 숙련 인력을 붙잡고, 벤처캐피털은 초기 기업에 다시 돈을 넣는다. 베이 지역의 AI 골드러시는 한 기업의 성장보다 도시권 전체가 투자, 연구, 채용 시장으로 맞물리는 데서 힘을 얻었다.

금광 시대에 금을 직접 캔 사람만 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운송업자, 은행가, 숙박업자, 장비 판매상도 광산 주변에서 사업을 키웠다. AI 시대에도 모델 기업만 돈의 흐름을 독점하지 않는다. 반도체, 전력망, 데이터센터, 냉각장비, 클라우드, 보안, 로봇, 바이오 실험 인프라가 함께 움직인다. GPU와 HBM, 첨단 패키징, 전력 수급, 데이터센터 입지는 AI 기업 가치와 맞물려 새 산업 지도를 만들고 있다.

2024년 베이 지역의 실질 1인당 GDP는 16만4100달러로 미국 도시권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제시됐다. 코로나19 이후 시애틀, 댈러스, 휴스턴 등 다른 도시권의 1인당 GDP 성장률이 베이 지역을 앞지른 대목도 같은 보고서에 들어갔다. 베이 지역의 우위는 강하지만 고정된 지위는 아니다. 기업과 인재,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도시 간 경쟁은 이미 넓어졌다.

샌프란시스코의 AI 집중은 도시경제의 약점도 키웠다. 샌프란시스코는 세계 상위 50개 AI 기업 가운데 25곳을 보유하고, AI 특허 허브에서도 산호세에 이어 높은 위치에 올랐다. AI 관련 활동은 샌프란시스코 전체 임대 수요의 35%를 차지했다. GDP의 약 40%는 생성형 AI 영향이 큰 산업과 연결돼 있다. 특정 기술과 산업에 성장이 몰리면 도시경제는 기술 사이클, 규제 변화, 고용 재편에 더 크게 흔들린다.

닷컴버블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는 기술 중심 도시가 받는 충격을 이미 겪었다. AI 투자 붐이 생산성 향상과 새 산업 창출로 이어지면 베이 지역은 성장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 투자 과잉, 수익성 지연, 기업가치 조정이 겹치면 스타트업 회수시장, 상업용 부동산, 고용, 지방세 수입이 함께 압박을 받는다. AI 골드러시의 속도가 빠른 만큼 조정이 올 때 흔들릴 폭도 커질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의 생활 여건은 성장률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2019년 이후 샌프란시스코 GDP는 강하게 회복됐지만, 총고용과 중위가구소득 회복은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생활비는 미국 평균보다 15% 높았다. 2024년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는 약 21배로 뉴욕 다음 수준이었다. 학위 보유 노동자의 소득은 비학위 노동자의 2.4배로 제시됐다.

기술기업 직원과 창업자, 투자자는 주식 보상과 고임금을 통해 자산을 불린다. 외식, 돌봄, 운송, 소매, 비학위 사무직 노동자는 같은 도시 안에서 생활비 상승을 먼저 마주한다. 주거비가 오르면 청년층과 중산층은 외곽으로 밀리고, 출퇴근 거리와 교육 격차가 커진다. 혁신 기업이 몰린 도시일수록 고임금 일자리와 생활비 부담이 같은 속도로 커지는 구조가 나타난다.

도심 회복도 더디다. 2025년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방문은 2020년보다 88% 늘었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도심 유동인구는 팬데믹 이전보다 60% 낮고, 사무실 방문은 팬데믹 이전의 58% 수준으로 제시됐다. 뉴욕 90%, 휴스턴 66%, 보스턴 63%와 비교하면 회복 속도가 느리다.

AI 기업이 늘어도 도심 상권과 공공공간이 저절로 살아나지는 않는다. 원격근무, 사무실 공실, 상권 재편, 문화·관광 회복 지연은 기술 자본만으로 풀기 어렵다. 인재가 오래 머무는 도시는 연구실과 사무실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거, 교통, 학교, 병원, 치안, 문화시설, 공공서비스가 함께 버텨야 한다. 기술개발 속도와 도시 운영 능력이 함께 요구되는 국면이다.

한국의 AI 전략도 같은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로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를 제시했고, 균형성장도 별도 국정목표로 배치했다. AI와 반도체, 제조업 전환, 지역 산업거점을 함께 다루지 않으면 혁신경제와 균형성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한국은 샌프란시스코와 다른 자산을 갖고 있다. 베이 지역은 민간 벤처자본, 대형 플랫폼 기업, 세계적 대학, 창업 문화가 오래 쌓인 도시권 모델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통신망, 제조업 공급망, 공공부문 실행력, 대기업 생산기반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한국형 AI 골드러시는 샌프란시스코를 따라 그리는 방식보다 반도체, 제조업 AI, 전력망, 공공서비스, 지역 산업거점을 묶는 쪽에서 현실성이 커진다.

AI 경쟁은 알고리즘만의 경쟁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산 자원, 전력, 반도체, 데이터센터 입지, 연구인력, 산업 현장 적용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 한국이 AI 3대 강국을 내세우더라도 투자액과 장비 확보량만으로 성과를 말하기 어렵다. 제조업 생산성, 중소기업 자동화, 공공서비스 개선, 지역경제 확산, 일자리 전환이 함께 움직여야 AI 투자가 국민경제의 성과로 이어진다.

베이 지역의 골드러시는 한국에 두 가지 기준을 남긴다. 자본과 인재를 한곳에 모으는 속도, 성장의 이익과 비용을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폭이다. 투자액, GPU 확보량, 반도체 수출 목표만 앞세우면 샌프란시스코가 먼저 드러낸 부담을 반복할 수 있다. AI 자본이 만든 부가 특정 도시, 특정 기업, 특정 직군에만 머물 경우 성장률은 올라가도 생활비와 격차는 더 커진다.

샌프란시스코는 AI 골드러시의 화려한 성공담보다 빠른 자본 집중이 남기는 부담을 먼저 보여주는 도시가 됐다. 돈은 AI 모델과 반도체, 클라우드, 전력망, 데이터센터, 로봇으로 이동했고, 인재는 연구시설과 투자자가 모인 도시로 몰렸다. 같은 도시 안에서 생활비, 소득 격차, 산업 편중, 도심 회복 지연도 커졌다. 한국의 AI 3대 강국 구상은 베이 지역의 성장 속도보다 베이 지역이 먼저 드러낸 비용을 더 차분히 읽어야 한다. AI 골드러시가 만든 부를 산업과 지역, 시민 생활로 얼마나 넓게 퍼뜨릴 수 있는지가 한국 성장전략의 첫 변수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