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hel Scott의 Proenza Schouler 첫 프레젠테이션, Lii·L’Enchanteur 런웨이로 본 미국 패션의 운영 경쟁
[KtN 박인경기자]프로엔자 스쿨러(Proenza Schouler)의 Spring 2026 프레젠테이션은 지난해 9월 10일 뉴욕에서 열렸다. 디오티마(Diotima)를 만든 레이첼 스콧(Rachel Scott)이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름을 올린 뒤 처음 선보인 자리였다. 2002년 브랜드를 세운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는 로에베(Loewe)로 이동했고, 프로엔자 스쿨러는 창립자 체제 이후의 첫 전환점을 맞았다.
뉴욕 패션위크 Spring 2026은 디자이너 교체와 독립 브랜드의 런웨이 진입이 함께 맞물린 시즌이었다. 미국 패션지 보그는 시즌 프리뷰에서 레이첼 스콧의 프로엔자 스쿨러, 니컬러스 어번(Nicholas Aburn)의 에어리어(Area), 디오티마·리이(Lii)·L’Enchanteur(한글 표기 확인 필요)의 런웨이 쇼를 주요 일정으로 다뤘다. 뉴욕의 변화는 런웨이에 오른 옷의 색과 실루엣보다 먼저 브랜드를 움직이는 사람과 운영 방식에서 시작됐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2000년대 이후 뉴욕 여성복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도시에서 입을 수 있는 재킷, 드레스, 백, 신발을 중심으로 상업성과 세련된 실용성을 함께 구축했다. 창립자 두 명이 빠진 뒤 스콧이 들어온 일은 단순한 인사 이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독립 브랜드에서 제작 감각을 쌓은 디자이너가 뉴욕의 기존 하우스를 맡았고, 기존 하우스는 창립자 이후의 방향을 외부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스콧은 디오티마를 통해 자메이카와 뉴욕을 오가는 제작 방식을 알려왔다. 디오티마의 크로셰 작업은 자메이카 장인들과 연결돼 있고, 테일러링에는 유럽산 울과 트위드가 쓰인다. 손작업과 지역 제작, 여성복의 섬세한 짜임을 강조해온 디자이너가 프로엔자 스쿨러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뉴욕 상업 브랜드의 다음 선택을 보여준다. 매끈한 도시복만으로는 새 시즌을 설명하기 어려워졌고, 소재와 손맛, 제작 배경이 브랜드 판단의 기준으로 들어왔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Spring 2026 프레젠테이션은 완전한 새 출발보다 예고편에 가까웠다. 스콧은 브랜드의 실루엣과 색, 기존 제작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 자신의 관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보그 리뷰는 해당 프레젠테이션을 두고 스콧의 첫 완전한 컬렉션은 2026년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Spring 2026은 새 체제의 방향을 보여주는 출발선이었고, 올해 2월 Fall 2026 컬렉션에서 프로엔자 스쿨러의 변화는 더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뉴욕 패션의 기존 기반은 여전히 실용복과 판매 가능성에 있다. CFDA Annual Report 2025는 미국 패션의 방향을 창의성, 비즈니스 지속성, 긍정적 영향으로 제시했다. 보고서 표지에는 Tory Burch Spring/Summer 2026이 놓였고, 초반부에는 Michael Kors Spring/Summer 2026 런웨이 이미지가 이어진다. Tory Burch와 Michael Kors는 미국 패션이 오래 쌓아온 스포츠웨어, 도시적 실용성, 상업적 감각을 압축하는 브랜드다.
Spring 2026 시즌에서 눈에 띈 대목은 기존 하우스의 변화만이 아니었다. 리이는 뉴욕 패션위크에서 젊은 독립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감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브랜드였다. 디자이너 제인 리(Zane Li)는 FIT 졸업 뒤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했고, 리이는 스포츠 소재, 간결한 선, 선명한 색, 살짝 비튼 형태를 중심으로 알려졌다. 과장된 장식이나 거대한 서사보다 옷의 균형과 어긋남으로 주목받은 경우다.
리이의 런웨이는 뉴욕 신진 브랜드가 모두 화려한 쇼피스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단순해 보이는 옷도 소재 선택과 비율, 절개, 색의 긴장감으로 충분히 시장의 눈을 끌 수 있다. 다만 독립 브랜드가 런웨이에서 관심을 얻는 일과 시즌을 거듭해 생산을 이어가는 일은 다르다. 원단 확보, 샘플 제작, 도매 주문, 배송 일정, 현금 흐름은 쇼가 끝난 뒤 곧바로 브랜드 운영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L’Enchanteur는 다른 길에서 뉴욕 런웨이에 들어왔다. 쌍둥이 자매 다이너스티 오건(Dynasty Ogun)과 소울 오건(Soull Ogun)이 이끄는 브랜드는 주얼리에서 출발했다. Spring 2026 첫 런웨이 쇼에서는 의류와 신발, 가방까지 영역을 넓혔다. 컬렉션은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와 폴 길로이의 'Black Atlantic'에서 출발했고, 바다 생물의 형태, 선원복을 떠올리게 하는 팬츠, 도미니카에서 가져온 소재, 라고스 장인들이 만든 신발이 함께 등장했다.
L’Enchanteur의 런웨이는 신진 브랜드의 성장 방식이 의류 한 분야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주얼리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의류와 신발을 더했고, 가족의 배경과 대서양 문화권, 장인 제작, 소재 이동을 컬렉션 안에 넣었다. 뉴욕 패션위크의 신진 브랜드는 단순히 새 옷을 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출발점과 제작 방식을 함께 팔아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CFDA/Vogue Fashion Fund는 독립 브랜드가 뉴욕 패션계 안에서 버틸 수 있도록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해왔다. 9·11 이후 신진 디자이너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이 펀드는 미국 패션의 다음 세대를 키우는 통로로 자리 잡았다. 2025년에는 애슐린 박(Ashlynn Park)의 애슐린(Ashlyn)이 우승했고, 줄리언 루이(Julian Louie)의 오베로(Aubero), 스테파니 수베르빌(Stephanie Suberville)의 Heirlome(한글 표기 확인 필요)이 준우승자로 선정됐다. 우승자는 30만 달러, 준우승자는 각각 10만 달러와 비즈니스 멘토링을 받는다.
상금과 멘토링은 쇼 개최비만 보전하는 장치가 아니다. 독립 브랜드에는 원단 선주문, 생산처 확보, 쇼룸 운영, 바이어 상담, 배송 일정 관리가 모두 비용이다. 언론의 관심은 짧고, 바이어 주문은 납기와 품질로 검증된다. 뉴욕 패션위크에서 이름을 알린 뒤 다음 시즌까지 버티려면 디자인만큼 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프로엔자 스쿨러와 에어리어는 디자이너 교체 이후 기존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창립자들이 만든 도시적 여성복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 스콧의 제작 감각을 더해야 한다. 에어리어는 강한 장식성과 무대성을 실제 판매 가능한 제품군으로 정리해야 한다. 리이와 L’Enchanteur는 독립 브랜드 특유의 선명한 출발점을 지키면서 더 큰 주문과 생산 요구를 감당해야 한다.
뉴욕 패션위크 Spring 2026은 미국 패션의 변화가 런웨이의 분위기보다 브랜드 운영에서 먼저 나타난 시즌이었다. 창립자 브랜드는 새 디자이너를 맞았고, 독립 브랜드는 공식 런웨이에 들어갔으며, 신진 디자이너 지원 제도는 자금과 멘토링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시켰다. 미국 패션의 실용성과 상업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판매 가능한 옷만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
프로엔자 스쿨러의 새 체제, 리이의 뉴욕 런웨이, L’Enchanteur의 의류 확장, CFDA/Vogue Fashion Fund의 신진 디자이너 지원은 2026년 미국 패션을 읽는 구체적인 단서다. 뉴욕 런웨이는 화려한 발표장인 동시에 생산, 유통, 자금, 고객층을 검증받는 자리다. 쇼가 끝난 뒤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뉴욕 패션위크의 관심을 시장 안에서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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