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 자세와 기대는 몸, 겹친 인물의 간격까지… 해부학보다 방향·무게·화면 배치가 먼저 선 인체 드로잉

[KtN 박준식기자][KtN 박준식 기자] 팔은 짧게 꺾이고 다리는 길게 밀린다. 어깨와 골반의 비례는 실제 몸에서 한 번 떨어져 나와 페이지 안에서 다시 정리된다. 피카소 스크랩북의 인체 드로잉은 몸을 정확히 옮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자세가 기울어지는 방향, 힘이 실리는 자리, 두 몸이 맞물리는 간격을 먼저 세운 뒤 인체를 그 위에 얹는다. 얼굴 드로잉이 정면과 측면을 겹쳐 다른 초상을 만들었다면, 인체 드로잉은 팔과 다리, 몸통과 골반의 길이와 각도를 바꾸며 다른 몸의 질서를 만든다.

몸을 한쪽으로 접은 드로잉에서는 중심이 안쪽으로 몰린다. 머리와 어깨, 팔과 다리가 흩어지지 않고 한 덩어리 안으로 감긴다. 몸통은 짧고 단단하게 잡히고, 무릎과 팔꿈치는 부드럽게 이어지기보다 중간에서 꺾인다. 팔과 다리를 끝까지 설명하는 대신 접힌 방향만 남겨 자세를 세운다. 앉아 있는지, 기대고 있는지, 몸이 안쪽으로 모이는지 같은 핵심은 선 몇 개로 바로 읽힌다. 인체의 형태보다 자세의 압력이 먼저 보이는 페이지다.

세로로 길게 선 인체 드로잉에서는 비례의 이동이 더 도드라진다. 머리와 목, 몸통과 하체가 실제 길이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상체는 줄고 하체는 길게 뻗는다. 어깨와 가슴은 몇 개의 선으로만 남는데, 골반과 다리는 페이지의 세로 방향을 끌고 가는 쪽으로 더 강하게 처리된다. 몸의 설명보다 서 있는 자세의 균형이 앞선다. 어디에 힘이 실리고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는지가 비례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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