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4세가 76%…한국어·노무상담·의료·공동체 지원 확대, 외국인 가구 42.7% ‘주택 아닌 거처’는 정착의 현실
[KtN 최경인기자]2025년 말 포천시에 등록된 외국인은 1만6813명이다. 남성이 1만2651명, 여성이 4162명이고 25~44세가 1만2771명으로 전체의 약 76%를 차지한다. 생산과 노동이 활발한 연령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공장이나 농축산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포천에 들어온 외국인이 지역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필요한 것도 달라진다. 일자리와 숙소만으로 생활이 완성되지 않는다. 한국어를 배우고 병원을 이용하며 행정기관을 찾고, 다른 주민과 관계를 맺는 일까지 포천에서 이뤄진다.
1만6813명이라는 수치는 포천에 주소를 둔 등록외국인만 집계한 숫자다. 결혼이민자나 귀화자 자녀 등을 포함하는 행정안전부의 ‘외국인주민’ 통계와는 범위가 다르다. 전국적으로는 2024년 외국인주민이 258만 명으로 총인구의 5.0%까지 늘었다. 지역의 외국인 정책이 산업현장의 인력 공급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워진 배경이다.
포천의 한국어 교실에서는 이런 변화가 먼저 드러난다. 국적과 직업이 다른 교육생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TOPIK을 준비한다.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이 문화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생활정보를 나누면서 관계도 이어진다. 직장이 다른 외국인들이 한국어 교실이라는 공통 공간을 통해 서로 알게 되는 구조다.
외국인에게 필요한 지원의 범위도 이미 생활 전반으로 넓어졌다. 포천시는 2026년 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기초·초급·TOPIK 대비 교육과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어·캄보디아어·베트남어 통역상담 인력을 두고 체류와 비자, 임금체불을 비롯한 노무 문제, 정착 관련 상담도 제공한다. 중대한 질병이나 사고 등을 겪은 외국인주민을 위한 긴급지원과 무료진료도 운영한다. 한국어 수업, 체류, 노동, 의료가 같은 ‘외국인주민 지원’ 영역에 들어와 있다.
지원 대상의 명칭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외국인주민’을 사용한다. 지역에서 외국인을 바라보는 행정의 범위가 고용관계에서 생활관계로 넓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직장에서는 노동자지만 퇴근 뒤에는 포천에서 밥을 먹고 물건을 사고 병원을 찾는 주민이다. 체류기간이 길어질수록 주거와 의료, 행정, 문화, 사람과의 관계가 생활의 비중을 더 크게 차지한다. 포천시는 내·외국인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소통 프로그램과 국가별 외국인주민 공동체의 문화·체육활동 지원사업도 2026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도 지역생활에서 기능이 달라진다. 사업장에서 작업지시를 이해하는 언어와 병원에서 증상을 설명하는 언어, 행정기관에서 체류 관련 절차를 확인하는 언어는 사용되는 공간부터 다르다. 교실에서 익힌 한국어를 일터와 상점, 병원, 행정기관에서 반복해 사용할 수 있어야 생활언어가 된다. 한국어 교육이 취업 준비나 TOPIK 점수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안에서 생활하는 능력과 연결되는 이유다.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가 설날 세배와 떡국, 한복 체험이나 지역 문화공간 방문을 수업과 함께 운영하는 것도 같은 흐름에서 볼 수 있다. 문화체험 자체를 정착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직장과 숙소만 오가던 교육생에게 지역의 다른 공간을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만든다. 서로 다른 국적의 교육생이 같은 활동에 참여하면서 직장 바깥의 관계도 생긴다.
지역 문화공간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고향의 가족에게 전달되는 과정도 포천에서 보내는 시간을 단순한 노동기간과 다르게 만든다. 교육생들은 허브아일랜드를 찾았을 때 함께 사진을 찍고 한국 생활을 가족에게 전했다. 앞선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이 교실 밖에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한국어 교육이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한 형태다.
지역 정착을 문화체험과 한국어 교육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실도 포천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거다.
2026년 공개된 경기연구원의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연구에서는 포천시 외국인 가구의 42.7%가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기숙사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외국인 가구 전체의 같은 비율은 13.3%였다. 포천과 파주 등 농촌지역 현장조사에서는 비닐하우스 안에 컨테이너나 패널 건물을 설치해 장기간 숙소로 사용하는 형태도 확인됐다.
42.7%라는 수치는 지역 정착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꾼다. 한국어 수업을 받고 지역행사에 참여해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주거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역사회와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근무지와 숙소가 한 사업주에게 함께 묶여 있는 노동자는 직장을 옮길 때 생활공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 문제를 노동복지에만 가두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도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노후 쉼터 리모델링과 제조업체 작업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비닐하우스 숙소 등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점검도 진행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공공기숙사 확대와 빈집·공공시설 리모델링, 민간임대주택을 활용한 기숙사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방도시에서는 빈집과 노동자 주거 문제를 함께 다루는 방식도 정책 선택지로 등장한 셈이다.
경기도의 외국인 정책도 생활지원 쪽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4년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이민사회국을 신설했고, 2025~2027년 종합계획에는 사회통합과 인권, 이민정책, 거버넌스를 포함한 33개 사업이 담겼다. 의정부에 설치된 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에서는 10개국어 상담과 법률·노무·생활정보를 제공한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장만 지원하는 정책에서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생활 조건을 함께 다루는 구조로 정책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포천에서도 필요한 서비스는 이미 한 사람의 하루를 따라 이어진다. 오전에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퇴근 뒤 한국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임금 문제가 생기면 상담을 찾고 아프면 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한다. 주말에는 지역 문화공간을 찾거나 같은 나라 출신 또는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사람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행정체계에서는 노동, 교육, 체류, 의료, 문화가 서로 다른 항목이지만 당사자의 생활에서는 분리되지 않는다.
등록외국인 가운데 25~44세가 약 76%라는 포천의 연령구조는 현재 지역산업과 외국인 인구의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0~19세 등록외국인도 706명, 50세 이상도 2319명이 포천에서 생활하고 있다. 외국인 인구를 젊은 생산인력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구성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역사회가 마주한 변화는 외국인을 더 많이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에만 있지 않다. 이미 들어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필요한 정보를 어떤 언어로 얻으며, 병원과 행정기관에 접근하고, 직장 밖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지역 정착의 조건으로 들어왔다.
포천의 한국어 교실은 그런 생활망 가운데 한 곳이다.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고 문화활동에 참여하며 필요한 경우 상담과 취업정보를 찾는다. 공공영역에서도 한국어·체류·노무·의료·공동체 지원이 한 지역 안에서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반면 외국인 가구의 높은 비주택 거처 비율은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생활 조건을 드러낸다.
포천에 등록된 외국인 1만6813명 가운데 상당수는 오늘도 지역의 사업장에서 일한다. 퇴근한 뒤에는 포천에서 잠을 자고 물건을 사고 사람을 만나며 생활한다. 지역에서 외국인을 ‘필요한 노동력’으로 받아들이는 단계와 ‘함께 살아가는 주민’으로 정착시키는 단계 사이에는 한국어뿐 아니라 주거와 의료, 상담, 공동체를 잇는 생활 기반이 놓여 있다. 포천에서는 두 단계가 이미 같은 지역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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