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귀국 뒤 한국 전통문화와 한지의 물성에 천착
‘부활의 노래’ 거쳐 ‘우주의 노래’·‘햇님 나들이’로…빛의 공간도 자연과 우주로 확대
[KtN 박준식기자]1969년 ‘정기(精氣)’에는 1960년대 파리에서 이어진 방혜자의 물질 실험이 강하게 남아 있다. 유화와 함께 사포와 가죽이 들어갔고, 서로 다른 표면이 한 작품 안에서 맞부딪친다. 몇 년 뒤 ‘부활의 노래(復活頌)’에서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거친 물질의 충돌보다 종이의 겹침과 밝은 색, 열린 공간이 앞으로 나온다. 1968년 한국으로 돌아온 방혜자가 닥지를 만나면서 회화의 물성뿐 아니라 빛을 만드는 방법까지 바꾸기 시작한 시기다.
방혜자는 1968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1976년까지 머물렀다. 파리에서 익힌 추상회화와 프레스코, 이콘화, 판화 같은 경험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다시 바라보면서 새로운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방혜자의 작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것이 닥지였다. 1971년부터 한지를 이용한 콜라주 실험이 시작됐고, 종이를 구겼다가 펴면서 생기는 주름과 물감이 스며드는 정도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사포와 가죽은 캔버스 표면에서 각각의 거칠기와 두께를 드러낸다. 닥지는 성질이 다르다. 접히고 찢기며 색을 흡수한다. 물감이 재료 위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종이의 섬유 속으로 들어간다. 방혜자는 종이를 단순한 바탕으로 사용하지 않고 구기고 펼치고 붙이는 과정을 회화 안으로 가져왔다. 같은 색을 여러 차례 올려도 주름의 깊이와 섬유 상태에 따라 농도가 달라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러한 한지 실험을 통해 캔버스나 다른 종이에서 얻기 어려운 깊고 다양한 색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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