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음양·계절·오행에서 별과 성운, 존재의 사유로 확장
한지 앞뒤로 색을 겹치고 먹·아크릴릭·천연안료 실험…원형도 후기 회화의 중심으로 이동

[KtN 박준식기자]1987년 ‘별들의 노래’에는 땅과 하늘을 연상시키는 두 개의 영역이 맞닿아 있다. 아래쪽에는 갈색과 검은색이 밀집하고, 위쪽에는 청색과 청록빛이 넓게 퍼진다. 경계 사이로 밝은 형태가 굽이치며 지나간다. 별을 점이나 천체의 모습으로 직접 그리지 않았지만 작품 전체에는 위와 아래, 어둠과 밝음, 무거움과 가벼움이 동시에 놓인다. 1970년대 닥지를 만나 재료 안으로 빛을 끌어들였던 방혜자의 시선이 1980년대에는 땅의 물성에서 하늘과 별, 우주까지 넓어진다.

1976년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에서 시작한 한지 작업은 계속됐다. 1980년대에는 자연의 음양과 계절, 오행에 대한 관심과 함께 원형의 모티프가 점차 작품에 등장했고, 천체와 성운, 새벽빛도 중요한 소재가 됐다. 방혜자의 빛이 개인의 내면과 자연에서 더 넓은 우주의 질서로 이동하는 시기였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도 깊어졌다. 세르누치박물관은 1980년대 방혜자가 한지의 앞면과 뒷면에서 색을 겹쳐 올리는 방법을 발전시키면서 안료의 층이 만드는 깊이를 작업의 중요한 원리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유화 중심의 초기 작업에서 먹과 아크릴릭, 천연안료와 종이로 무게가 옮겨가기 시작한 것도 같은 시기다. 종이는 더 이상 색을 받치는 바탕이 아니라 빛의 깊이를 조절하는 재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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