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카워드의 희곡 '정물'에서 시작된, 역 구내 찻집의 짧은 사랑
데이비드 린의 흑백 화면과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에 남은 기억의 자리

[KtN 박준식기자]노엘 카워드의 희곡 '정물'에서 로라와 앨릭은 역 구내 찻집에서 마지막으로 만난다. 앨릭은 남아프리카로 떠날 예정이다. 두 사람에게는 함께 앉아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작별을 나눠야 할 자리에 로라의 지인이 끼어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평범한 수다가 두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채운다.

1936년 무대에 오른 이 짧은 희곡은 사랑의 시작과 끝을 하나의 장소에 담았다. 가상의 밀퍼드 정거장에 있는 찻집이다. 다섯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계절이 바뀌고 인물들의 관계도 달라지지만, 무대는 그곳에 머문다. 손님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종업원은 주문을 받고, 누군가는 서둘러 자리를 뜬다. 두 사람이 겪는 변화는 그 일상 속에서 진행된다.

첫 만남의 계기도 작다. 기차를 기다리던 로라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고, 의사인 앨릭이 이를 제거해준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우연히 만난다. 그때까지 두 사람은 서로의 다음 주를 기다리는 사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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