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고글캣’과 함께 떠나는 여행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푸른 여운’
캔버스 밖으로 확장되는 의류 디자인, 예술 세계
[KtN 팻두 아티스트] 릴로 작가는 자유로운 선과 장난스러운 캐릭터, 그리고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음껏 뛰어놀고 표현하는 세계 속에는 바다와 섬, 고양이와 해파리, 가오리처럼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림을 넘어 의류 디자인과 다양한 제작 활동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작가 릴로.
KtN의 팻두 아티스트가 오늘은 자유롭고 유쾌한 상상의 세계를 그려가는 릴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본다.
[팻두]
귀여운 세상을 그리는 릴로 작가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릴로]
안녕하세요. ‘푸른 여운’을 그리는 작가, 릴로입니다.
저는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과 감정, 쉽게 사라지지 않는 순간의 여운을 그리고 있어요. 실제로 마주했던 풍경부터 언젠가 직접 보고 싶은 장면까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저만의 몽환적인 색과 공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장소가, 누군가에게는 사람이나 어느 날의 빛과 공기가 오래 기억되듯, 제 작품도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기억과 감정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작품을 통해 만난 여운이 일상 속에서도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팻두]
상당히 자유롭게 작품을 표현하시는데 ‘두들(doodle)’이라는 방식으로 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릴로]
처음부터 거창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종이 위에 생각나는 것들을 자유롭게 그리는 게 좋았어요. 특별한 계획 없이 하나의 선을 긋다 보면 또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렇게 그림이 계속 이어지는 과정이 재미있었거든요.
두들은 저에게 가장 솔직하고 자유로운 표현 방식이었어요. 정해진 규칙이나 정답 없이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담을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작업 방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두들 특유의 자유로움은 제 그림의 중요한 시작점으로 남아 있어요.
[팻두]
바다와 고양이, 신비로운 섬, 가오리와 해파리 등 독특한 세계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릴로]
제 작품 속 세계는 제가 좋아하는 풍경과 상상에서 시작됐어요.
특히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좋아해요.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부터가 하늘인지 모호한 풍경을 보면 신비롭기도 하고, 어딘가 새로운 세상으로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렇게 하나의 풍경을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갈 친구들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세계관이 만들어졌어요.
물론 캐릭터들에게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어요.
주인공인 검은 고양이 '고글캣'은 커다란 물안경을 쓰고 세상을 여행하는 친구예요. 고래는 길을 안내하고, 가오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이끌어주는 존재예요. 달을 잃어버린 달토끼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친구들도 있고요.
재미있는 건 이 친구들이 단순히 귀여운 동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제가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이나 경험, 그리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담고 있어요. 결국 제 작품 속 세계는 혼자 여행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를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팻두]
고글캣이 수영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캐릭터 중 딱 한 마리만 60cm 대형 인형으로 만든다면?
[릴로]
당연히 고글캣이요!
고글캣은 제 작품 세계를 가장 오랫동안 함께 여행해 온 친구이자, 어쩌면 저를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이기도 해요. 특히 고글캣에게 커다란 물안경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거든요.
60cm 크기로 만든다면 커다란 고글을 쓴, 폭 안을 수 있는 고글캣을 만들고 싶어요. 그림 속에서는 늘 여행을 떠나는 친구지만, 현실에서는 누군가의 곁에서 함께 쉬어주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팻두]
나오면 구매할게요!!! 작가님 작품을 보면 스트리트 아트나 그래피티 같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영향을 준 문화나 아티스트가 있나요?
[릴로]
저는 특정한 스타일이나 작가 한 사람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 자체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스트리트 아트나 그래피티처럼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문화가 재미있었어요. 처음 두들 작업을 할 때도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리는 데 집중했거든요. 지금은 조금 더 정돈된 구도와 색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자유로운 에너지만큼은 잃지 않으려고 해요.
[팻두]
작품 속 섬에서 살아야 한다면 가장 친한 친구와 가장 위험한 적은?
[릴로]
가장 친한 친구는 고래를 선택하고 싶어요. 제 작품 속 고래는 길을 안내하는 존재이기도 하고,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친구이기도 하거든요. 고래와 함께라면 아무리 낯선 섬에 떨어져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아요.
가장 위험한 적은… 조금 고민되네요. 사실 제 세계관에는 명확한 악당이 없거든요.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심해에 사는 거대한 해파리일 것 같아요.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그만큼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존재니까요. 물론 친해지고 나면 의외로 가장 다정한 친구가 될 수도 있겠죠?
[팻두]
의류 디자인과 제작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계신데, 현재 어떤 작업들을 하고 계신가요?
[릴로]
저는 회화 작업 외에도 의류 디자인과 커스텀, 인쇄 작업을 함께하고 있어요.
평소 그림이 꼭 캔버스 안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옷이나 신발, 일상 속 물건에서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직접 디자인한 그래픽을 의류에 담기도 하고, 기존 의류나 신발을 새롭게 커스텀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의류 인쇄와 제작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일도 함께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제 작품 속 캐릭터인 고글캣을 활용한 의류와 인형 키링 등 다양한 굿즈도 선보이고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커스텀 의류들은 좋은 기회로 매장 곳곳에서, 현대백화점에서도판매가 되어 뿌듯했어요! 그림을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일상에서도 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팻두]
의류들이 정말 귀엽더라구요. 많이 만들어 주세요! 그림을 작업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 궁금합니다!
[릴로]
저는 '직접 그리는 순간'이 가장 즐거워요.
물론 구상을 하거나 완성된 작품을 바라볼 때도 좋지만,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풍경이 실제 캔버스 위에 하나씩 나타나는 순간이 가장 설레거든요.
특히 작업하다 보면 처음 계획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그림이 흘러갈 때가 있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색이나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그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저도 처음 보는 세계를 발견하는 과정이 참 재미있어요.
[팻두]
어떤 컬렉터의, 어떤 공간에 작가님의 작품이 걸리면 가장 행복할까요?
[릴로]
제 작품을 보면서 잠시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의 공간에 걸렸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갤러리나 특별한 공간도 좋지만, 누군가가 매일 돌아오는 집의 한쪽 벽에 제 그림이 걸려 있다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무심코 그림을 바라보다가 잠시 미소 짓거나, 어느 날에는 작품 속 풍경에서 작은 위로를 발견할 수도 있겠죠.
제 작품이 단순히 소장하는 그림을 넘어, 오랫동안 함께하며 새로운 기억과 여운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팻두]
앞으로 예정된 전시나 새로운 작업, 꼭 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릴로]
가장 가까운 일정으로는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SETEC에서 열리는 뱅크아트페어에 참여할 예정이에요. 이번 페어에서는 새롭게 완성한 '오행' 시리즈와 신작들을 선보이려고 해요. 오행 시리즈는 목·화·토·금·수, 다섯 가지 기운을 각각 성장, 열정, 안정, 결실, 흐름이라는 의미로 풀어낸 작업이에요.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이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기운을 직접 선택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온 세계관을 조금 더 확장해 보고 싶어요. 그림뿐만 아니라 입체 작품이나 다양한 형태의 캔버스, 캐릭터를 활용한 새로운 작업도 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상상해 온 푸른 세계를 하나의 커다란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관객이 단순히 그림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실제로 작품 속 섬을 여행하는 듯한 전시를 열어보는 게 목표 중 하나예요.
[팻두]
감사합니다! 항상 파란 바람이 불 것만 같은 섬의 이야기들 많이 들려 주세요!
[릴로]
재미있는 질문들 덕분에 저도 제 작품 속 친구들과 세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고글캣과 함께 새로운 섬과 바다를 여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제 그림을 만나는 모든 분들의 일상에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푸른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인터뷰]
팻두
스토리텔링 화가
現) 김포대학교 겸임교수
그림 에세이 『틀에서 깨어나기』 저자
유튜브 〈팻두의 스토리텔링〉 구독자 11만 명
음악 활동 (2006~ / 400여 곡 발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